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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보 Jun 15. 2016

김기덕 감독<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3

김기덕 감독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복기(復棋) 하다

김기덕 감독, 설화와 영기단(靈氣壇)에서 소재를 얻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새로운 수미 세계 신화를 창조하다. 


**이 곳의 자료를 사용하실 때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해체하고 이 영화에서 나오는 단서를 푼 후 결정적 단서 은해사 백흥암 극락전 수미단을 발견해 시원섭섭했다는 것도, 그리고 그 후에  <봄...>을 통한 한국 신화의 격세지감(隔世之感)을 그리고 김기덕 감독의 상상력에 악연 실색(愕然失色)을 금할 수 없음을 또다시 말씀드린다. 밑줄이 그어 있는 부분의 내용은 타 사이트에서 가져와 조금의 변형을 한 것일 수 있음을 밝히고 링크를 글자 안에 걸어 주석을 대신한다는 것도 밝힌다. 



김기덕 감독 <봄..> 수미 세계 삼천 육계에서 동자승은 왜 
난생인 물고기, 개구리, 그리고 뱀과 만나고 그들은 어디에서 만나는가?

사건은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속에 나오는 개구리로부터 시작되었다. 참, 궁금하였다. 왜 물고기, 개구리, 그리고 뱀 중에 개구리만 살아있는지. 그리고 전편의 리뷰가 거의 끝날 때 즘, 아래의 기사를 만났다. 개구리 역시 물고기와 뱀과 함께 중의적인 의미를 불교에서 내포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기사는 아래와 같이 글을 마친다. 


"아울러 봄을 상징하는 개구리는 불가에서도 수행을 상징하는 독특한 존재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개구리를 잡아 버들가지에 코와 입을 꿰어 물에 담가 놓았다가 이듬해에 아직도 버들가지에 꿰인 채 살아 있는 개구리들을 발견하고 출가를 결심한 진표율사의 경우와 신비로운 자장율사의 수행 공덕을 상징하고 있는 통도사 자장암의 금개구리가 좋은 예라고 하겠다.

이러한 내용을 표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보물 제486호 ‘은해사 백흥암 극락전 수미단(銀海寺百興庵極樂殿須彌壇)’에 용(뱀 - 필자 추가), 어린아이, 물고기와 함께 개구리가 새겨져 있음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극락전 영기/수미단은 아래와 같이 생겼다. 


제486호 ‘은해사 백흥암 극락전 영기/수미단(銀海寺百興庵極樂殿須彌壇):출처: 문화재청 홈페이지


극락전에 있는 높이 125㎝, 너비 413㎝의 조선 후기에 만든 불단이다. 앞쪽 면은 5단으로 되어 있으며, 각 단도 5등분 되어 각각 직사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제일 위의 단은 안상문을 도드라지게 조각하였다. 제2단은 봉황·공작·학·꿩 등을, 제3단은 용·어린아이·물고기·개구리 등을 매우 섬세하게 조각하였다. 제4단은 코끼리·사자·사슴 등을 꽃잎 속에 조각하였고, 제일 아래단의 양쪽 끝에는 도깨비 얼굴을, 가운데 부분에는 용을 조각하였다. 필자가 추측하기에 김기덕 감독에 선발된 소재는 제 3단의 용 (뱀 하고 다르지 않은), 어린아이, 물고기, 그리고 개구리인 것 같다. 거기에 진표율사와 자장율사와 인연이 있는 개구리의 이야기를 접목시켜 이야기를 만들고, 미륵신앙과 추후에 설명할 기자 신앙,  이 신기한 일이 김기덕 김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진 걸 알게 된다면 기자는 어떨까? 더 신기해할까?


수미 세계는 이미 첫 글에서 언급했지만, 수미단은 무엇인가? 강우방 박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전문용어로는 상징을 살렸다고 여기고 써 온 용어로써 규모가 작으면 수미좌라 부르고 크면 수미단이라 부르듯, 규모가 작으면 영기좌(靈氣座), 규모가 크면 영기단(靈氣壇)으로 부르면 어떨까 제안한다. ‘여래와 보살을 영기화 생시 키는 단’이라는 명칭을 줄여서 ‘영기좌’나 ‘영기단’이라 부르려는 것이다. 이처럼 ‘영기에서 여래가 화생 하고, 화생 한 여래로부터 영기가 발산한다’는 원리이다. 명칭과 용어는 다르다. 명칭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반 명사이어서 잘못 이름 지어 그른 길로 인도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아무런 메시지가 없어서 의미가 전혀 없으며 그런 명칭은 용어가 아니다. 명칭은 대상이 특별한 상징을 보일 경우에는 그것을 반영하는 전문용어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조형미술의 해석과정에서 사막과 같은 무생명(無生命)으로부터 상징의 숲이라는 대생명(大生命)으로 인도하는 대전환이 이루어진다. 조형미술의 놀라운 상징을 읽어내면 비로소 ‘창조적 용어(創造的 用語)’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보이지 않는 ‘영적(靈的) 기운’을 바탕으로 용(龍), 봉황, 식물 넝쿨 모양 등 동물 모양이나 식물 모양을 구상적 혹은 추상적으로 표현한, 조형 일체를 ‘영기문(靈氣文)’이라 부릅니다. 바로 이들 영기(문)에서 만물이 화생, 즉 신비한 탄생을 합니다. 이것을 ‘영기화생(靈氣化生)’이라 해요. 그러므로 지금까지 일상적 시각이나 사고방식으로는 접근하기 어렵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아요.


김기덕 감독의 <봄...>을 복기하던 중 개구리는 필자를 '백흥암 극락전 영기단 (위)'으로 그리고  '백흥암 극락전 영기단 (위)'은 다시 필자를 '경산시 동학산 경흥사의 명부전'으로 이끌었고, 리뷰하면서 전편에서 이상하게 생각하던 비로자나불과 그의 협시보살로 지장보살과 관세음보살의 관계를 추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 벽면 부분만을 일본식 스타일로 단청을 하였는지를... 그리고 그가 이 영화를 만들 때 일정 부분을 일본 측에서 지급받았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기사를 찾을 수 없다. 비로자나불과 그이 협시보살인 지장보살과 관세음보살이 그려진 허술한 문을 열고 미륵불을 꺼내는 노승의 장면은 "659년(무열왕 6) 혜공(慧空)이 창건한 이후 여러 차례의 중건이 있었다. 임진왜란 때 의승군(義僧軍) 700∼800명이 이곳에서 최초로 훈련을 받고 전쟁에 참가하였다. 1990년 대웅전 불상의 복장(腹藏)에서 사적기가 발견되었는데, 여기에 따르면 4∼5개의 부속암자가 있었으며 임진왜란으로 소실되기 전만 하더라도 현재 가람의 동쪽을 중심으로 수십 명의 학승들이 상주하던 큰 가람이 배치되어 있었다고 한다."는 역사적 사실과 경흥사 명부전의 영기단이 원래는 백흥암의 것처럼 화려하고 웅장했으나 한 칸만 남은 연유는 임진왜란에서 기인했다는 기록도 떠올리게 했다. 또한, 포항 역사를 사랑하신다던 '보일러'님의 블로그에서 본 말을 떠올렸다. "또한 명부전 뒷벽에다 일본의 국가 문장을 그려 넣어 일본을 경배하라는 아픈 역사

의 쓰라린 경험도 겪어 봤다." 김기덕 감독은 일본식으로 그린 비로자나불과 지장보살과 관세음보살 뒤에 신라의 미륵부처를 숨겨 놓았던 것일까. 

김기덕 감독 <봄...> 속 장년승이 비로자나 불과 그의 협시 보살인 지장과 관세음 보살이 일본식 화풍으로 그려진 허술한 문을 열고 미륵불을 꺼낸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강우방 박사의 기사가 떠 올랐다. 영기단 안에는 ‘무량한 물’이 담겨 있다. 우리는 중국의 불화에서 여래가 앉아 있는 수미단을 아주 조금 들추어 주어서 그 안에 바다가 넘실대는 파도를 엿본 적이 있다. 즉 그것은 무한한 영기가 충만해 있음을 뜻한다. ‘영묘 한 물’에서 갖가지 영기문이 나타난다.’ 즉 영 기단이라는 육면체의 거대한 나무 상자는 ‘만병(滿甁)’과 같은 성격을 지닌다. 그 안에는 물이 가득 차 있다. 즉 망망대해(茫茫大海)가 들어있다. 그 진실은 표면에 새긴 수많은 영기문으로 알 수 있다. 만일 그 무한한 공간에 물이나 영기가 충만하지 않으면 그처럼 생명 생성의 과정을 보여주는 다양한 영기문을 표면에 새겨질 수 없다. 그러므로 영기단 맨 아래의 영기창으로부터 용(龍)의 얼굴이 나오고 입에서 영기문이 좌우로 뻗친다. 그것은 불단 맨 밑으로부터 ‘물’이 무량하게 쏟아져 나오는 것을 상징한다. 그리하여 필자도 '수미단' 이란 용어 대신 수미산의 '영기단'을 사용하기로 한다. 이 영화를 만든 김기덕 감독의 마음속에 무한한 생명의 물이 출렁거리는 영기단의 모든 것들이 나타내듯, 우리들 마음에도 과거의 아픔을 쓸어안고 전 인류를 사랑하는 영묘 한 물이 샘솟아 각자의 미륵을 꺼내는 것을 염원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경산시 동학산(東鶴山) 경흥사(慶興寺) 명부전에 주불은 석가부처와 협시보살로 지장보살과 관세음보살 (사진 출처: 현대불교 웹사이트)

김기덕 감독의 영화의 수미 세계를 이해하는데 강우방 박사의 영기단 설명을 알면 이해를 깊게 할 것 같아 아래와 같이 기사를 덧 붙인다. 혹사는 김기덕 감독의 <봄...>이 원죄를 반복이라고 하는데 필자는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구원을 받아야 하는 존재이고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현대불교 웹사이트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모든 영기단의 조형미술은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영기화생의 원리를 정확하게 표현한 것은 물론, 그 모든 불단의 조형에 변화가 많아서 그 다양성에 놀란다. 도대체 그토록 핍박을 받아온 조선시대의 스님들은 어떻게 괘불(掛佛)이나 영기단처럼 위대한 작품들을 수 없이 만들었을까? 


문자언어로 쓰면 유생들이 모두 읽을 수 있어서 더욱 핍박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조형언어로 작품을 만들면 유생들은 읽을 수 없어서 탄압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마음껏 폭발적으로 조형미술에서 불교의 정신을 나타냈던 것이다. 그런 불교미술의 요소는 조선시대 궁궐건축에서도 꽃피우고 있으나, 왕과 유생들은 그 조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으니 얼마나 통쾌한 일인가! (글쓴이 - 이 기사의 이 부분에서 나도 김기덕 감독을 떠올렸다) 불교미술이라 해도 그 불교미술이 선도 미술(仙道美術)의 바탕 위에 성립한 것이어서 불교미술에 우리 민족의 근원적인 사상과 그것을 표현한 조형미술이 고스란히 이어져 왔다.(글쓴이 - 한 민족의 근원적인 사상은 김기덕 감독의 <봄...>에도 함의되어있다. 그것은 아래에 설명하겠다).


그런 수 천 년 동안 역사적으로 이어온 우리나라 조형들을 집약시킨 것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영 기단이다.(그림 ①) 크고 작은 구획진 불단 가운데 세 영기문만을 선정하여 채색 분석해 보았다. 선묘(線描)를 직접 하고 채색 분석해보면서 영기단의 용어가 얼마나 부합하는지 여실하여 기쁘기 그지없다. 올바른 용어를 만들려면 대상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용의 입에서 나온 영기꽃(모란 모양)과 같은 영기꽃이 피어나는 영기문이 불단 가운데 있다.(그림 ②) 모란이 아니라는 것은 차차 증명할 것이다. 중앙에 영기꽃과 줄기가 있고 이를 중심으로 하여 사방으로 영기문이 기세 좋게 구상적으로 발산하고 있는데 현실에서 보는 잎같이 보이나 잎이 아니고 영기싹을 구상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런 가운데 양쪽에서 두 영수가 화생하고 있다. 무엇이라고 부르기 어렵지만 용의 속성을 지닌 영수다. 꼬리에는 태극모양이나 기세가 강한 영기문이 연이어져 있는데 이 역시 꼬리로부터 영수가 화생 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해서 화생 한 만물(영수가 대표)에서 영기문이 발산하는데 이런 과정이 영기화생론의 골자다.(영기에서 만물이 화생 하고 화생 한 만물에서 영기가 발산한다) 그래서 영수의 발이나 몸에서 각각 빨간색의 영기문이 발산하고 있지 않은가!


또 다른 예로 앞 회에서 다룬 영기문의 조형과 똑같이 전개하는 도상이 있다.(그림 ③) 즉 고구려 사신총 벽화의 영기문의 전개와 똑같은 원리로 전개하되 영기 줄기에서 갖가지 제3 영기싹들이 돋아나고 있으니 매우 강력한 영기문이다 (글쓴이 - 고구려를 주목하라.. 놀라운 함의성을 아래에서 이야기할 테니..). 그리고 전개과정에서 거대한 보주(노란색으로 칠한 것: 원래 색은 금색이다)를 감싼 큰 영기꽃이 활짝 피어 있다. 그런 영기문을 입체적으로 표현하여 그 사이에서 두 물고기가 화생하고 있다. 이 백흥암 영기단에는 용의 영기화생 도상도 있는데 물고기의 영기화생과 같은 상징을 띤다. 


거대한 직육면체의 단 안의 공간 안에 물이 가득 차 있으며 영기가 가득 차 있음은 이미 언급했다. 즉 그 단 안은 우주의 광활한 공간이요, 허공이다. 그 맨 아래 부분에는 영기창들이 뚫려 있고, 영기창마다에서 용의 정면 얼굴이 나오려 하며 그 입에서 영기꽃이 양쪽으로 뻗쳐나가고 있다 (글쓴이 - 김기덕 감독은 인생 암 대웅전 문에 이 부분을 넣었다).(그림 ④) 흔히 모란이라 말하나 모란이 아니고 만물을 화생 시키는 영기꽃이다. 그 까닭은 영기단 모든 도상에는 다양한 영기문이 바탕에 깔려 있거나 입체적으로 조각했는데 그 영기문에서 만물이 화생하고 있다. 갖가지 영조(靈鳥), 영수(靈獸), 용과 마찬가지로 물을 상징하는 물고기, 사람들 등이 화생 하고 있다. 그러므로 많게는 백 개가 넘는 구획을 짓고 있어서 영기단은 갖가지 생명 생성의 다양한 모습을 망라하고 있어서 영기단이야 말로 영기화생의 장엄한 광경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장식이 아니며 장식을 높여서 말하는 장엄도 역시 아니다.


그러니까 영기단 맨 밑 부분의 용들의 입에서 발산하는 갖가지 영기문들이 영기단 전체에서 갖가지 만물을 탄생시키고 있는 셈이다! 즉 영기단 안의 허공에 가득 찬 영적(靈的)인 물(靈水)이 넘쳐흘러 밖으로 나오는 형상을 맨 밑의 영기창들의 용의 정면 얼굴로 나타낸 것이다 (글쓴이 - 김기덕 감독은 이를 알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대웅전 문에 용의 얼굴을 사용했다)! 이 글을 쓰면서 감회가 깊다. 마침내 단순한 불단이 아니라 여래의 영기화생을 괘불에서와 같이 체험했기 때문이다. 아미타 삼존불이 영기화생 하는 대 드라마가 안전(眼前)에서 벌어지고 있다. 


아래의 도식과 설명은 강우방 박사의 '동학산 경흥사의 명부전 영기단'의 측면 부분 설명이다. 필자는 동학산 경흥사의 명부전과 '백흥사 극락전의 영기단'을 김기덕 감독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란 영화의 소재로 사용했다고 추정한다. 기존 영기단의 1/5인 경흥사 명부전의 조각의 주요 소재로는 게, 물고기, 개구리, 도롱뇽 등의 동물들, 연꽃, 모란을 비롯한 식물들, 그리고 용과 기린 등 상상의 짐승들이 골고루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우주적인 세계관을 표현함과 동시에 자세히 보면 '동학산 경흥사의 명부전'의 영기단은 여간 잔망스럽지 아니 한가. 이는 꼭 불교의 세계관에 한민족의 해학성을 덧붙인 것 같은 느낌이다. 전체적인 모습은 경흥사의 명부전'의 영기단 위의 사진과 같다. 하지만, 이 속에 들어 있는 영기문이라는 정신적인 세계와 그 디테일을 알고 나면 당신은 머리가 혼란스러워지고 놀라움을 금하지 못 할 것이다. 영기단의 조각물들은 판 조각에 투각(透刻: <미술> 조각에서, 묘사할 대상의 윤곽 만을 남겨 놓고 나머지 부분은 파서 구멍이 나도록 만들거나, 윤곽 만을 파서 구멍이 나도록 만듦) 기법을 사용하여 여러 조각을 이어 붙인 것인데, 이중투각기법을 사용하여 앞 뒷면 모두 투각을 했으니 소목장은 불사로써 영기단을 제작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아래는 영기단 정면의 왼쪽 끝 편의 모습이다. 강우방 박사의 영기 설명을 빌려 보자면, 아래의 풀 꽃무늬는 그냥 풀꽃 무늬가 아닌 허공에 가득 찬 영적(靈的)인 물(靈水)이 풀꽃 무늬 한 잎에서 두 개의 잎으로, 그리고 그것은 그것에서 나오되 다른 또 하나의 영적인 물이 넘쳐흘러 넘실대는 정신적 세계를 영기로 표현한 것이다. 검은색 게를 보라, 실제 존재하는 게보다 더욱 생기 있고 생동감이 있다. 검은 게 옆은 황룡이 영기의 불꽃을 휘날리며 나아가는데 몸의 비례가 적당하고 힘센 앞발과 뒷발의 근육이 긴장감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고색을 이제껏 간직하고 있는 경흥사 명부전 영기단의 녹색의 영기문과 황룡이 서로의 영기를 각각 발산해 서로의 영기를 뽐내며 대결하는 것 같은 화살 쏘기 직전의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준다. 또한 게를 검은색으로 그리고 황용을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게를 황룡의 거의 반절 크기로 표현한 것도 또 다른 색깔 대조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황룡의 머리 위쪽으로는 조각 부분이 훼손되어 내부 벽이 보이는 상태가 되었다.

사진 출처: 포항역사사랑 보일러님 블로그


아래는 황룡 오른쪽으로 기린 한 마리가 여의주(보주:글쓴이 첨가)를 향하여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닫고 있다. 달리는 뒤쪽으로 여의주와 기린에서 나온 불꽃무늬가 날리고 있고 수염과 갈기도 바람에 흩날리는 듯이 뒤로 향하였다. 일향 강우방 박사는 "주 역시 우주에 가득 찬 생명력이 압축한 것이므로 만물의 근원이라 할 수 있으므로 같은 상징을 띤다. 보주 안에서 생명력이 순환하고 있으니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보주가 보석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신통방통한 여의보주(如意寶珠)라는 세속적인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다. 그리하여, 글쓴이도 기린이 보주(여의주)를 내뿜었고, 거기에서 빨간색인 영기를 뿜어내는 모습으로, 그리고 그의 입 주위도 수염이 아닌 영기가 흩날리는 것으로 본다. 역시 영기단 바탕화면은 녹색으로 된 많은 양의 영기들이 넘실대는 것으로 본다. 아래 오른쪽은 왼쪽 사자 옆에 전개되는 황룡으로서 역시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며 기린을 바라보며 날고 있다. 그 역시 뒤에 빨간 보주가 넘쳐흐르는 것으로 보인며 용의 벌린 입 속의 혀가 위를 향해 살짝 굽혀져 있는 것까지 표현한 목공의 예술성에 감탄할 뿐이다.

사진 출처: 포항역사사랑 보일러님 블로그

위의 사슴과 황룡을 정면에서 보면 아래와 같이 보인다 한다. 이렇게 마주 보고 보니 오른쪽 황룡의 눈 알이 튀어나 올 듯하 게 보여 한국 전통 민화에서 볼 법한 익살스러움이 담겨있다. 

사진 출처: 깊은 공간 산맥 (sanmack3)님 블로그

다시 연이어 용의 오른쪽으로 기린이 용과 같은 방향으로 날고 있다. 기린의 꼬리 부분은 비스듬히 하늘로 향했는데 붉은색으로 외곽선을 칠하여 달려 나가는 생동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기린 오른쪽에는 개구리 두 마리와 도롱뇽 한 마리가 꽃이 핀 풀꽃 사이에 앉아 있다. 모든 영기단 바탕에 불타 오르는 영기를 보아라... 우리의 마음도 이렇지 않을까...

사진 출처: 깊은 공간 산맥 (sanmack3)님 블로그

그리고 필자가 찾아 헤매던 개구리가 드디어 나왔다. 개구리의 섬세한 발 모양이 사실적으로 조각되고 몸을 구부린 개구리와 도롱뇽의 자세까지도 나타난 것으로 보아 장인의 관찰력과 순간포착과 표현이 놀랍지 아니할 수가 없다. 일향 강우방 박사가 말하는 녹색 잎사귀 속 빨간 것은 보주로 새로운 영기를 생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진 출처: 깊은 공간 산맥 (sanmack3)님 블로그

개구리 두 마리를 자세히 보면 아래와 같다. 아, 감탄만 나올 뿐이다. 

사진 출처: 포항역사사랑 보일러님 홈 페이지

그리고 물고기... 아마도 후대에 보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까지 경산 경흥사 영 기단이었다. 김기덕 감독도 보고 장인의 손길을 감탄했으리라 믿는다. 그가 유럽을 둘러볼 때도 박물관에 있는 조각상들보다 길가에 무명 예술인들이 남겨 놓고 죽은 것들에서 많은 영감과 감동을 받았듯이....

사진 출처: 포항역사사랑 보일러님 블로그


다음은 은해사 영기단 중 김기덕 감독이 발췌해서 썼을 법한 부분을 보면, 물론 발췌했더라도 김기덕 식의 사람 물고기와 사람 용/뱀을 <봄...>에서 보여 주었지 않나 (이 부분은 저번 리뷰를 보시면 된다). 아래는 은해사 영기단을 설명한 것이다.  각 구획면의 문양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수미단을 정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왼쪽 측면에, ①연꽃 봉오리를 손에 든 가릉빈가 ②여의주를 든 거북 등의 인물상. 익룡(翼龍) 네 발 달린 물고기. 게. 사람 얼굴에 네 발 달린 물고기 ④인두 귀갑(人頭龜甲)에 조족(鳥足)이 달린 동물.마갈어 ⑤달리는 기린 ⑥두 마리의 물고기. 자라 등이 시문 되어 있다. 

오른쪽 측면에는 밑에서부터 ①두 마리 물고기 ②여의주를 들고 있는 반인 반어(半人半魚) 형상의 동물 ③백호(白虎) 형상의 동물. 여의주 ④인두 어신(人頭魚身) 형상의 동물 ⑤ 기러기 형상의 청조 ⑥ 기러기 형상의 황조 등이 시문 되어 있다. 


그리고 정면에는 ①흰 코끼리 ②봉황 ③연잎 줄기를 잡고 있는 한 명의 동자. 황룡. 개구리. 여의주 ④말 형상의 동물. 모란꽃 ⑤용머리에 표범의 몸. 용 발가락에 물고기 꼬리 형상. 두 마리 공작. 국화 ⑥ 연잎 줄기를 잡고 있는 두 명의 동자. 여의주. 물고기. 황룡 ⑦두 마리 사자. 모란 ⑧봉황. 황금 연꽃 ⑨사슴뿔의 익마(翼馬) ⑩두 마리 꿩, ⑪두 마리 물고기. 국화 등과 함께 다양한 식물 문양이 시문 되어 있다. 

36 칸 중, 김기덕 감독이 사용한 것은 겨우 4 칸, 아직 32칸이 남았다. 그는 < 봄...>을 찍고 나서 그가 계속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생각을 한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아니, 36칸 중 겨우 4칸의 이야기를 하고 32칸이 남았는데, 어찌 그만두리오. 남은 칸만 해도 100살은 넘게 사셔야 할 것 같소. 아래 사진은 정면에서 연잎 줄기를 잡고 있는 한 명의 동자, 황룡, 개구리 두 마리, 그리고 한 개의 여의주 (보주)를 그리고 개구리 한 마리는 연 잎 속에 다른 한 마리는 오른편 연꽃잎에 머리를 파묻은 형상이다. 생동감을 넘어 부드럽지만 진한 활력이 느껴지는 이들의 조화로우면서 깊은 생동감에 숨이 저절로 멈춰진다. 

사진 출처:문화 재청 웹사이트

아래의 것도 은해사 영기단의  연잎 줄기를 잡고 있는 두 명의 동자 (한 명은 연꽃 봉우리 그리고 한 명은 만개한 연꽃), 영기를 뿜어내고 있고 뿜어낸 영기가 또 다른 영기를 만들어 내는 한 개의 여의주, 두 마리의 물고기, 그리고 황룡 한 마리 등등이 있다. 

사진 출처: 문화 재청 웹사이트

아래 정귀선 백흥암 극락전 수미단 연구 화면에서 중단(밑에서 두 번째칸) 왼쪽은 사람 머리를 한 새와 중단 오른쪽 사람 머리를 한 거북이 그리고 그 바로 윗칸은 사람 머리의 거북이이다. 사람 머리를 한 고기(덴마크의 인어공주와 비슷한 - 인생암 대웅전 벽에도 그려있다) 것들이 극락전 영기단을 수놓고 있다. 이 소목장의 상상력은 김기덕 감독에게 전해져 전편에서 설명했듯이 여름에 소년 승과 소녀에게 서클 렌즈를 끼워 물고기를 연기하게 했던 것 같다. 


'영기단'의 가장 아랫 단의 영기를 뿜고 있는 귀문은 수미 세계 인생 암 대웅전 문을 지키며 영기화생 하는 대 드라마가 안전(眼前)에서 벌어지고 있다

김기덕 감독의 수미 세계의 수미산의 인생 암은 귀문이 대웅전 중앙 문을 지키고 있다. 통쾌함을 표현하는 웃음을 보이며 영기 화생 드라마를 안전하게 펼치고 있는 듯하다. 영화 속 대웅전의 황룡과 청룡의 영기 (리본같이 입에서 나오는 것)는 빨간 보주를 생성하고 그것은 또 다른 영기를 연달아 생성해 내는 것이 보인다. 


인생 암 대웅전 옆 반야용선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의 인생 암 대웅전 옆면에는 극락왕생을 기도하는 반야용선도가 그려져 있다. 양산 통도사 극락전 뒷벽에 그려져 있는 ‘반야용선도(般若龍船圖)’를 주목할 수 있다. 이 벽화는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49호로 지정된 극락전의 가치에 뒤지지 않는다. 용머리와 꼬리를 갖춘 배에 일로 왕 보살과 지장보살이 중생을 극락세계로 데려가는 모습을 표현한 반야용선도는 비록 근세에 그려지긴 했지만, 구도와 내용면에서 보기 드문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통도사 극낙전 뒷면 외벽 벽화를 옮겨 놓은 김기덕 감독의 인생암 대웅전 반야용선도; 오른쪽 사진 출처: 보일러님 블로그

아래는 '보일러'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는 분의 통도사 반야용선도 사진이다. 해상도도 다른 사진들보다 밝아서 인물 한 명 한 명의 얼굴 표정과 행동이 자세히 보이고 '보일러'님의 해학성을 담은 해석도 있기에 가져왔다. 원글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이 반야 용선에 타고 있는 인물만 연구를 해도 소설이나 영화 몇 편은 나오겠다. 김기덕 감독님은 <봄...>의 후속작을 만들어라, 만들어라!!!

이쯤에서, 혹자는 김기덕 감독의 <봄...>과 개구리와는 어떤 연관이 있는가 의문을 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기사를 보면 "젊은 시절 개구리를 잡아 버들가지에 코와 입을 꿰어 물에 담가 놓았다가 이듬해에 아직도 버들가지에 꿰인 채 살아 있는 개구리들을 발견하고 출가를 결심한 진표율사의 경우와 신비로운 자장율사의 수행 공덕을 상징하고 있는 통도사 자장암의 금개구리"라고 하고 있다. 이 두 율사는 한국의 미륵신앙의 선두를 선 스님들이며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의 만나 부처의 사리를 하사 받아 한국에 부처의 사리를 바탕으로 적멸보궁의 사찰들을 만드는데 공헌을 한 이들이다. 이 둘을 하나의 개구리로 상징했다 생각한다. 음과 양처럼.. 한 명은 개구리를 괴롭힌 것을 반성하고 뉘우치며 그 기회를 깨달음의 기회로 다른 한 면은 깨달은 후에 호의를 베푼 것으로...


<비몽> 그리고 <아리랑>에 나왔던 문수보살이 해태를 타고 가는 오래된 그리고 특이하게 나무 위에 그려진 보광사의 중간 그림을 중심으로 왼쪽 그림도 인생사 한 벽면을 채우고 있다. 

사진출처: 구글 이미지

                         그런데 누가 왜 이 영기단을 만들었단 말인가?



천상에서 내려온 남자 석가모니 부처와 지상에서
천상으로 올라가려는 신 조선 인종의 공통점:
어머니의 극락왕생

김기덕 감독이 <봄...>에서 보여주는 모든 것들도 부처님이 수미 산정에서 설법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져 있다. 인물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양가적 가치가 있고 이 양가성을 갖은 상징물들이 영화 도처에 널려있다. 우리는 이 영화를 아직 평가할 수 없다. 연기법으로 보았을 때, 우리들이 어떻게 삶을 사느냐가 원인이 되어 그들이 보여준 것들이 결과로 평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수미산의 기슭·중턱·정상에 각각 서있는 일주문·천왕문·불이문을 지나면 부처 님이 앉아 계신 영기단이 나타난다. 왜 하필 영기단 일까. 〈불승 도리천 위모 설법경(佛昇 利天 爲母說法經)〉에 따르면 석가모니 어머니인 마야부인은 부처님을 낳은 지 7일 만에 세상을 떠나 도리천에 태어났다. 부처가 된 석가모니는 어머니를 제도하기 위해 수미산 정상으로 올라가 설법했다. 부처님이 도리천에서 설법할 때 앉았던 단, 수미산 전체를 함축한 것이 바로 영기단인 것이다.  글 1에서 보았던 3 천대 천 세계(三千大千世界) 구성의 최소 단위인 1 수미 세계 (一須彌世界)를 상징하는 수미산(須彌山) 욕 계육천 (欲界六天)의 불교적 우주 공간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석가모니 어머니 마야부인도 삼계 육도에 벗어나지 못하고 도리천에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는 그녀가 해탈하지 못하고 다시 삼계 육도 안에서 윤회를 계속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부처가 된 후 내린 아들 석가의 해법은 수미산 방문 법회....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위한... 조선의 인조는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백흥암 극락전 건립에 이바지했다 한다. 그리하여, 석가는 천상에서 그리고 조선 인조는 천상으로 향하고, 그 둘은 한 점에서 만난다. 


 ‘장방형’으로 조성된 수미단에는, 구산 팔 해(九山八海)의 우주 중심 에 위치한 수미산을 상징하는 여러 도상들과 문양들이 배설된다. 수미단의 직사각형 칸 속에는 조각가와 각수의 신심과 기예가 어우러진 연화문 구름 문 만(卍) 자문 등이 반복적으로 새겨지며, 부처님 공덕을 찬탄하는 꽃들이 등장한다. 모란 국화 매화 등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상단 중단 하단에 나타나 부처님께 꽃 공양 올린다. 동시에 수미산의 아홉 산(九山)에 살고 있는 나비 벌 학 등 날짐승과 사자 호랑이 소 사슴 말 코끼리 등의 길짐승들, 여덟 바 다(八海)에 있는 물고기 개구리 가재 게 거북 등의 해상동물이 조각된다. 용 과 봉황, 극락조, 가릉빈가, 관음조 등 상서런 새(瑞鳥)들도 등장해 부처님 법문을 찬탄한다. 이처럼 불교의 정신세계가 총체적으로 표현돼 있는 수미 세계를 상징하는 영기단에는 단순한 장 엄 공예물을 뛰어넘어 ‘무언의 설법’이 들어있다. 


아래는 2013년 한국민화센터 연구원 정귀선 씨의 백흥암 극락전 영기단에 관한 학술 발표이다. 그녀는 영기단은 조선 인조가 백흥암 극락전 창립에 이바지하였고 이는 자손 번창과 왕실 번창의 중의적 의미, 더욱이 왕권 강화를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김기덕 감독의 작가적 상상력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신화적 상상력을 상상해 보기로 한다.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속에서 사용한 부처 (석가), 영기단과 개구리, 그리고 난생 신화를 바탕으로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백흥암 극락전 창건에 이바지한 조선 인종의 어머니가 그를 생산한 지 7일 후에 산후통으로 승하했다는 기록은 석가(부처)의 어머니가 석가를 낳고 7일 만에 승하했다는 것이 공통된 점이다. 그리고 난생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계보는 아래와 같고 그 중심에는 금빛 개구리 같다는 고구려 건국 신화의 주인공인 금와왕이 있고, 석가, 동명왕, 고주몽, 온조, 박혁거세, 조선 인종의 공통점은 그들의 어머니가 기자 신앙, 즉 자식을 낳기 위해 치르는 모든 의례를 통해 낳은 자식들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김기덕 감독은 이런 계보를 동자승을 통해 영화 속에 투영하였고 이들이 모두 둘이 아님을 시사한 것 같다. 


김기덕 감독 <봄...>을 바탕으로 작성한 추정되는 개구리, 왕, 그리고 문수보살 바탕으로 만든 계보         작성자: 의식주와 의식의주인

진표율사와 개구리의 관계는 아래와 같이 기록되었다.

친구들과 산에 놀러 간 소년은 개구리 10마리를 잡아 끈에 꿰어 물속에 담가 두고는 그만 잊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이듬해 봄 다시 산에 가게 된 소년은 작년에 두고 온 개구리 생각이 나서 가보니 개구리 10마리가 죽지 않고 그대로 살아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를 본 순간 소년의 가슴에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개구리를 풀어 준 소년은 친구들과 떨어져 조용한 곳에서 생각에 잠겼다.「생명이란 무엇인가? 왜 태어나서 죽는 것일까?」하는 생각에 골똘하다 문득 먼 산을 바라본 그는 그곳에 가보고픈 충동을 느꼈다. 어떻게 산을 넘고 내를 건넜는지 자신도 모르게 달려 어두워서 당도한 곳이 모악산 기슭에 자리한 금산사였다.


자장 율사와 개구리와의 관계는 아래와 같다. 

자장율사는 필시 부처님과 인연이 있는 영물들이라 생각하여 
개구리 한 쌍을 샘에서 살도록 그냥 놔두었다.

시간이 흘러 겨울이 다가왔다. 
날이 점점 추워지자 개구리들이 겨울잠을 자기 위해 어디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 자장율사는 샘물가에 나와 개구리 한 쌍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날로 추워지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개구리가 샘물에서 노닐고 있었다.

자장율사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아무리 영물이라 할지라도 자연의 순리를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다. 
이러다가 얼어 죽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나.』
자장율사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개구리는 눈이 오고 얼음이 얼어도 
샘물을 떠나지 않았다.
『거 안 되겠군. 내가 살 곳을 마련해 줘야겠다.』

스님은 자장암 뒤의 암벽을 단번에 손가락으로 찔러 큼지막한 구멍을 뚫고, 
그 안에 개구리를 넣어 주고는 불가사의한 수기를 내렸다.
『불연이 깊은 너희들을 '금와 보살'이라 할 것이니 암자의 세상 인연이 다하도록 
자장암을 지켜다오.』

그 후로부터 통도사의 스님들은 이 개구리를 『금와 보살』이라 하고 
자장율사가 손가락으로 구멍을 낸 곳을 『금와 석굴』이라 불렀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김기덕 감독 그리고 보는 이로 하여금 생물학적 자식뿐만 아니라 영적 자식(미륵) 즉 번뇌와 망상을 끊는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 부처를 얻기 위해 치르는 의례를 목적으로 만들었을 수 있다. 그의 또 다른 영화 일대일과 아리랑처럼...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김영임의 "진도 아리랑"도 억겁을 압축한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왜 구원자가 문수보살인가?

불교에서 문수보살을 흔희 제불 보살(諸佛菩薩)이라 칭한다. 제 불은 모든 부처를 칭하며 보살은 위로 보리를 구하고 아래로 중생을 제도하는 대승 불교의 이상적 수행자상이란 뜻이다. 아도 세왕경(阿闍世王經 卷上)에는『문수사리는 바로 보살의 어버이(父母)이다.라고 있으며 또 불설 방발경(佛說妨鉢經)에는 

『지금 내가 부처가 되어 32상과 80종 호를 갖추고 위신력(威神力)이 존귀하여 시방 일체의 중생을 제도하는 것은 모두 문수사리의 은혜이다. 본래 그는 나의 스승이다. 옛 과거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부처님들은 모두 문수사리의 제자이며 미래의 부처도 또한 문수사리의 위신력의 은혜를 힘입게 된다. 비유컨대 세간의 어린아이에게 어버이가 있는 것처럼 문수는 불도(佛道) 가운데의 부모이다.』 하여 있다. 


 불법에서는 서로 상충되면서도 우주 근원(根源)에서 일체(一體)를 이루는 것을 ‘이이 불이(二而不二 둘이면서 둘이 아니다)’라고 한다. 줄여서 보통 ‘불이(不二)`라고 한다.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지혜를 얻는 것으로 생각을 한다. 하지만 문수보살이 지혜의 부처라는 것은 그녀가 무엇을 얻은 것이 아닌 번뇌와 망상을 끊으면 무문관의 문인 안이비 설신의의는 닫고 팔정도(깨달음과 열반으로 이끄는 올바른 여덟 가지 길 정견(正見), 정사유 (正思惟), 정어(正語), 정업 (正業), 정명(正命), 정정진 (正精進), 정념 (正念), 정정(正定))의 문을 여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바른 분별이 일어나며 이는 공성이 불이이며 바른 일과 악한 일의 정사를 서로 독립적인 것이 아닌 연기의 작용에 따라 옳거나 혹은 그른 것을 분별하고 행동하는 것이며 시간을 분별하여 석가니, 미륵이 니를 분별함이 없을 지리라.


각 각 계절마다 등장하는 동물과 금강 영관 선무도

김기덕 감독의 <봄...>의 개구리로 상징되는 자장율사 그리고 자장율사가 전파한 대승불교를 대표하는 사찰들을 분석하면 아래와 같은 표가 나오고 각각 사찰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영화 속 각각 계절에 등장한다. 영화 속 봄에 등장한 강아지는 자장율사와 문수보살의 설화에서 시작된다. 


 문수보살이 모든 부처의 어버이와 같은 존재였지만 한 때는 석가 아들 연등으로 태어났고, 미륵은 석가의 아들 구명으로 태어났었다. 문수보살은 수행을 게을리하지 않은 우등생이었고, 미륵의 전신인 구명은 이익만 욕심내는 이로 기록되었다. 


김기덕 감독 <봄...>에 나오는 계절별 동물들과 영화에 사용된 것들은 색깔로 표기


                           봄


왜 개구리는 살아서 시작을 하나? 글쓴이는 또 다른 근거를 <금와왕 신화>, 둔유 선사의 깨달음을 개구리에 비유, 부처의 설법을 듣다 목동에게 부처 설법에 몰입을 한 채로 죽은 개구리 설화가 있다. 성경에서는 모세가 개구리 때문에 고난을 겪는 것이로 나온다 이 야기는 생략한다. 먼저, 개구리와 관련된 설화는 아래와 같다. 
<금와왕 신화>의 핵심 화소는 금개구리이다.『삼국사기』에는 금와(金蛙)를 금와(金蝸)로 쓰기도 한다고 했지만, 초점은 달팽이가 아니라 개구리이다. 이 개구리는 아이의 형상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동부여를 상징하는 신화적 동물로 보인다.『삼국사기』 「고구려본기(高句麗本紀)」에 따르면 유리왕 29년 6월에 모천(矛川)에서 검은 개구리와 붉은 개구리가 무리 지어 싸우다가 검은 개구리가 이기지 못하고 죽은 일을 두고 검은색은 북쪽의 색이므로 북부여가 패망할 징조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서 북부여는 금와왕을 이어 대소왕이 통치하고 있던 동부여를 가리킨다. 이 기사에서 개구리는 단지 시끄러운 양서류가 아니라 특정 세력을 상징하는 신화적 동물이다.
개구리는 신화적으로는 물, 달, 여성적 원리를 상징한다. 그래서 개구리는 하천 주변의 평야지대에 거주하며 농경에 종사하는 종족의 상징체계 속에 자주 등장한다. 동이계의 신화적 인물인 예(羿)의 처 항아(姮娥)가 불로장생을 원하는 남편을 위해 서왕모의 약을 훔치고는 달로 도망쳐 두꺼비가 되었다는 신화에서 알 수 있듯이 달은 두꺼비, 곧 개구리와 깊은 관계가 있다. 또, 여러 신화에서 개구리는 비를 예고하거나 비를 내리게 하는 동물로 등장한다. <금와왕 신화>의 금개구리는 금와가 동부여의 수신계 집단을 상징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금와를 발견한 해부루는 북부여에서 온 해모수의 아들로, 해[日]나 밝음 [光]의 상징체계를 지닌 집단, 다시 말하면 태양을 중심으로 한 천신계 집단의 수장이다. 고구려 <주몽신화>에서 천제의 아들 해모수는 아침에 내려와 정사를 보고 저녁에 승천한다고 하여 천왕랑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다. 해모수는 태양신이 인 격화된 존재이다. 이 해모수의 아들이 북부여의 해부 루인데, 이는 동부여를 세운 주도 세력이 북부여 및 고구려의 주도 세력과 마찬가지로 천신계 집단이라는 것을 뜻한다.
천신계 집단에 속하는 해부루가 수신계 집단을 상징하는 금와를 발견하여 왕위 계승자로 삼았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해부루와 금와가 같은 혈통이 아니라는 데서 알 수 있듯 동부여는 서로 다른 세력이 연합한 국가였다는 뜻이 숨어 있다. 그런데 동부여 <금와왕 신화>에는 이 연합 관계가 고구려 <주몽신화>처럼 결혼 관계로 표현되어 있지 않다. <주몽신화>에서 해모수와 유화의 결혼은 천신계와 수신계 집단의 연합을 상징한다. 이런 상징성이 <금와왕 신화>에서는 왕과 태자의 관계로 표현되어 있다. 왕권이 천신계 집단에서 수신계 집단으로 넘어간 상황의 신화적 표현일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금와왕 신화>의 두 번째 함의이다.
 개구리는 물의 상상계를 대표하는 동물 가운데 하나로 신화나 도상에 자주 나타나는데 <금와왕 신화>는 한국의 건국신화나 왕권 신화 가운데 유일하게 개구리 모티프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둔유 선사의 개구리와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는 이와 같다. 

둔유 선사는 ‘법신 향상사’를 우물 속 개구리가 달을 삼키는 것에 비유, 그 가능성을 긍정함과 동시에 중의 시건방짐에 일격을 가한다. 돈오의 지극(至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처의 진신을 드러내 보여야 한다. 둔유는 ‘합 마탄 월’로 불법의 본질을 현현(顯現)시켜 돈오의 극점에 도달하는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의 초월을 보여준다. 선가는 허망 함조 차도 없는 유·무의 초월이나 궁극적 교설, 출세간적 비유를 나타날 때 ‘합 마탄 월’과 같은 역유(逆喩)를 곧잘 사용한다. 둔유는 헛튼 소리를 하는 게 아니다. 그는 법신 향상사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설파한다.

우물 속 개구리가 달을 삼킨다. 그것도 하늘로 뛰어올라가 달을 삼키는 것이 아니다. 앉은자리에서 그대로 삼킨다. 마술이나 요술이 아니다. 억설 같지만 사실이다. 우물 속에 비친 달은 그림자가 없다. 삼라만상을 비추는 달은 모두 그림자가 있는데 유독 우물 속의 달만은 그림자가 없다. 선에서 그림자가 없는 우물 속의 달은 불도의 본체, 불성의 본질을 상징한다. 우물 속의 그림자 없는 달은 바로 불법의 체(?)다. 여기까지만도 기막힌 이야기다. 우물 바닥의 개구리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달이 코 앞까지 와 있다. 그것도 그림자가 아닌 달의 본체, 즉 부처의 법신이다. 그냥 입안에 넣기만 하면 된다. 그 아름다운 달을, 황홀한 불법의 본체를 통째로 삼켜 버리는 우물 속 개구리야말로 성불에서도 한 걸음 더 나간 ‘법신 향상사’를 성취한다.

개구리가 달을 삼켜버린 세상의 밤은 캄캄한 칠흑의 어둠뿐이다. 선에서의 암흑은 절대 평등·진리의 근본·자아의 포기를 상징한다. 노자는 “어둠이 가장 짙을 때 길이 열린다(玄之又玄 衆妙之門)”고 했다. 외적인 불빛이 꺼지면 내적인 불빛이 찬란한 광채를 발한다. 그 광채가 곧 내면 자증(內面自證)의 선적 깨침이다. 달을 삼킨 개구리는 칠흑의 어둠에서 이미 뱃속에 들어 있는 불법의 본체로 찬란한 광채를 발하고 있다. 이른바 ‘암흑의 진리’다.


부처님과 개구리의 설화는 이와 같다.

부처님, 전생에 저는 개구리였습니다. 물에서 태어나 물에서 자란 개구리였습니다. 저는 부처님의 법의 음성에 몰입한 사이에 목동의 몰이 막대 때문에 죽은 자입니다. 죽는 그 순간에 부처님의 음성을 듣고 있는 중이어서 저의 마음은 명정 했기에 천신으로 태어났습니다. 개구리는 또, 나는 전생에 미천한 개구리였다. 그런 내가 어찌하여 천신의 존재로 재새하게 되었는가? 어떤 공덕이 나로 하여금 단순한 축생의 상태에서 이런 높은 상태로 나아가게 했는가? 그렇게 숙고하던 그는 부처님의 설법에 몰입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공덕이 될 만한 것을 찾지 못했다.


개구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우물 안 개구리' 되지 않기와  “아상(我相)"을 조심하는 것이다. 

봄은 순환 과정에서 맨 선두를 하는 계절이다. 봄은 순환되지만, 순환되는 속에 항상 새로운 봄을 연출해 낸다. 그리하여, <봄...>에 나오는 모든 이들이 개구리인 것은 그들이 불성을 지니고 있고, 그 불성은 인과 법칙에 의해 발현이 된다는 것, 현재 인간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들도 구제받을 수 있고, 그리하여 해탈을 할 수도 있고 혹은 욕계에 허덕이고 있을 수 있다는 중의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왜 석가는 석정(石井) 위에 앉아 있나?

석정은 하늘의 해와 달을 돌우물에 비유한 것으로 대승불교와 관련이 있다. 석정은 인생암 대웅전뿐만 아니라 대웅전 앞도 석정이 있다. 진표율사와 자장율사에 대해 조사를 한 후, 김기덕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자장율사와 진표 율사의 인생 스토리가 한 소재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부처 세계를 함축적으로 묘사한 법당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중생의 무명을 타파해 주는 ‘진리의 전당’이자 차 안에서 피안으로 중생들을 인도하는 '지혜의 배’다. 상 즐겁고 깨끗한(常樂我淨) 깨달음의 세계를 구체 적으로 보여주는 다양한 조형물들이 법당에 베풀어지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부처님을 모시기 위해 한 단계 높게 만들어 놓은 수미단(須彌壇=불단)도 마찬가지다. 사바세계의 가장 높은 곳, 제석천이 거주하는 도리 천궁이 있는 수미 산정에서 설법하는 부처님 모습을 상징화한 것이 수미단이다.  


정감록이나 토정 선생은 공통적으로 인간을 죽이는 것은 작은 머리에 다리가 없는 ‘소두 무족’이지만, 인간을 살리는 것은 “석정(石井) 사답칠두락(寺畓七斗落)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돌우물’과‘절에 딸린 논 7마지기.’ 이것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하여 전북 김제군의 금산사(金山寺)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통일신라의 승려인 진표(眞表) 율사가 도통을 한 이후, 미래 세계를 환히 내다본 율사는 우주의 선후천이 교역하는 개벽 시기에 한반도에 미륵불이 강세해 줄 것과, 자신이 다시 태어나 천하를 구원하는 큰 일꾼이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원하게 된다. 바로 이때 미륵존불로부터 당시 금산 사내에 있는“사답(寺沓) 칠두락(마지기)”정도 넓이의 연못인 용추 못(龍沼)을 메우고 미륵존불 모양의 불상을 세우라는 계시를 받는다. 그리하여 진표율사는 연못 중앙에 밑이 없는 대형 무쇠 시루(甑 )를 걸고 그 위에 우물 정(井) 자 형태의 나무 받침목을 얹은 다음 철로 된 미륵불상을 세우게 된다. 그것이 바로 금산사 미륵전 미륵존 불상이다. 또한 김기덕 감독은 백제 금동 대향로를 사용한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 일 것이라 생각된다. 불교에서 향로도 영기의 회생을 의미한다.

김기덕 감독 < 봄...> 석가좌상은 왜 석정 위에 앉아있나?

아래는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돌아와 신라에서 문수보살을 간절히 뵙길 원하였는데 뵙지 못 할 일화이다. 여기에서 아래의 장면들이 연관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늙은 뒤에 강릉군(强陵郡)에 수다사(水多寺)를 창건하고 계시더니, 오대산 북대에서 보았던 스님이 와서 말하기를 
「내일 그대를 대송 정(大輪汀)에서 만나리라.」 
하였다. 자장 스님은 일찍 일어나 송정에 가니, 과연 문수보살이 계시었다. 
자장 스님은 법문을 물었고, 보살은 
「이다음 태백산의 칡 얽힌 곳(耉盤池)에서 다시 만나자.」 

하고 간 곳이 없었다. 자장 스님은 태백산으로 가서 칡 얽힌 곳을 찾으니, 큰 구렁이가 나무 아래 서린 것을 보았고, 시자에게 말하기를 

「이곳이 칡 얽힌 곳이다.」 
하고 석남원(石南院=지금의 정암사)을 짓고 보살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후에 해어진 옷을 입은 늙은 거사가「칡 삼태기」에 죽은 강아지를 담아 메고 와서 시자에게 말했다. 
「자장을 보려고 왔으니 들어가서 전하여라.」 
「스님을 뫼신 지 오래였으나 우리 스님의 함자를 함부로 부르는 이가 없었는데, 당신은 누구인데 그렇게 무엄하게 말합니까? 」 
「네 스승께 그대로 여쭈어라.」 
시자가 들어가서 사실대로 말하였다 자장 스님은 미처 생각을 못하고 
「미친 사람이 왔는가 보구나」 
하였다.
시자가 나와서 책망하니 거사는 
「갈 수밖에 없지 아상(俄相) 있는 사람이 나를 만날 수 있겠느냐.」 
하고 데리고 왔던 삼태기를 털어놓으니 강아지가 변하여 사자좌가 되었다
. 거사는 사자좌에 올라앉아 광명을 놓으며 가버렸다. 
자장 스님이 그 말을 듣고 위의 를 갖추고 나와서 광명을 따라 남산에 올라갔으나 종적이 묘연하였다. 

왼쪽 대웅전에 걸려있는 삼태기 와 오른쪽 강아지


                         여름


노승의 기와에 붓글씨 쓰는 장면은 자장율사가 당나라 유학할 때 일화를 바탕으로 연출되어진 장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신라에 돌아오기 전 자장율사가 당나라에 유학할 때 일이다. 

자장 율사가 당나라로 건너가 공부할 때였다.

어느 날 길을 가다가 피곤해진 자장 율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쉬면서 경전을 꺼내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을 지나가던 어느 스님이 이르기를

"백지를 볼 줄 알아야 붓대를 굴리지. 
입으로만 외다가 몸 떨어지면 말도 떨어지고 말 것을 ……." 하는 것이었다.

이 말에 충격을 받은 자장 율사는 그 후 청량산 기슭 문수 보살상 앞에 앉아 관하기를 천일 동안 계속했다.


                         가을


가을에서 청년이 암자에 돌아온 머리카락을 칼(뫼비우스에서도 등장한 칼)로 자르는 장면은 아래의 진표율사 설화가 김기덕 감독의 뇌를 통과하면 아래 영화 장면과 같다.  

금산사 중창과 미륵보살상 조성을 끝마친 진표율사는 금산사를 나와 속리산으로 향하였다. 길에서 소가 끄는 수레에 탄 사람을 만났는데 그 소들이 율사를 향해 무릎을 꿇고 운다. 수레에 탄 사람이 내려와 다음과 같이 묻는다. '무슨 까닭으로 이 소들이 화상을 보고 울며 화상은 어디서 오는가.' 진표율사는 이렇게 대댭하였다. '나는 금산사에 사는 진표라는 승려다. 나는 일찍이 변산 부사의 방에 들어가 미륵, 지장 양성 앞에서 계법과 진짜 점대를 직접 전해받았다. 절을 지어 이를 머물러 두고 오래 수도할 곳을 찾으려고 왔다. 이 소들은 겉으로는 미련한 듯하나 속이 밝아서 내가 계법을 받은 것을 알고 법을 존중하기 위해 무릎 꿇고 울었다.' 그 사람이 듣고 이렇게 말했다. '축생도 오히려 이와 같은 신심이 있는데 하물며 내가 사람이 되어서 어찌 무심할 수 있는가'하고 곧 손으로 낫을 집어 머리칼을 자른다. 진표 율사는 자비심으로 다시 머리를 깎고 계를 주었다. 속리산 골짜기에 이르러 길상초가 나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곳을 표시해두었다. 돌이켜 명주 (강릉) 해변으로 서서히 나아가니 물고기와 거북 자라 등이 바다에서 나와 율사 앞으로 온다. 몸을 대 육지와 같이 하므로 율사는 밟고 바다로 들어가 계법을 읇고 되돌아 나왔다. 


                         겨울 


장년승의 노승 사리 봉안은 자장율사와 문수보살의 설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하다. 아래의 설화가 김기덕 감독의 상상력과 만나면 아래의 영화 장면과 같다. 

이 말에 충격을 받은 자장 율사는 그 후 청량산 기슭 문수 보살상 앞에 앉아 관하기를 천일 동안 계속했다.

그러다 문득 자장 율사는 '문수보살이 나이고 내가 문수보살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순간 한 노승이 나타나

"네가 나이고 내가 너라면 내가 너에게 내 주장자를 전하노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짚고 왔던 지팡이로 머리를 탕 치는데 
그 소리가 하도 요란해서 노승을 쳐다보니 그 노승의 머리에서 사리가 나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사리를 받아 든 노승이 이르기를

"이 사리는 부처님의 사리이며 가사 한 벌은 부처님께서 입으시던 것이니라.

그대에게 전하노니 그대 나라에 돌아가 절을 짓고 탑을 세워 잘 봉안하라."고 했다.

자장 율사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지성으로 삼배를 드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노승은 온데간데없고 머리에 구멍 난 문수 보살상만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그로부터 자장 율사는 중난산에서 수행 정진한 후 신라로 돌아와
월정사, 마곡사, 통도사 등 많은 절을 짓고 탑을 세웠으며 통도사에 사리와 가사를 봉안하고 사부 대중을 교화하였다.

여기까지가 이야기의 한 사이클이고 진짜 김기덕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 아니,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직도 숨겨 있다. 그 이야기를 알고 싶거든, 우리는 다시 개구리를 봐야 한다. 그리고 개구리를 중심으로 방향은 위를 보면 그가 함의해 온 진짜 이야기가 거기에 있다.


김 기 덕 :많은 감독들이 영화를 만드는데 몇 개월 혹은 몇 년씩을 들이는데 난 어찌어찌 자본을 끌어와 매년 만드는데다가 만들 때마다 영화제 개막작 되고 해외 영화제 초청되고 하는 게 얄밉다는 거다. 하지만 난 행운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난 굉장히 노력하는 편이다. 내가 해마다 영화를 그때그때 쉽게 내놓는 것 같지만 그걸 완성하기까지 고민하는 시기를 다 거친다는 말이다. 제대로 된 하나의 영화를 만들기 전까지 김기덕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높이와 깊이와 넓이의 고민의 단계를 거치고, 그 시기엔 말을 하지 않는 것뿐이다. 단지 영화를 자주 내놓는다고 행운아라고 생각하는 건 오해다. 그렇게 김기덕을 생각하고 김기덕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오해를 풀 시간이 필요하다. 


부처의 반야심경이 각인되고 인각 되어 홀로 아리랑으로 끊임없이 뇌리에서 세상을 향해 울려 퍼지는 것 같은 느낌은 왜일까?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 조그만 얼굴로 바람맞으니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금강산 맑은 물은 동해로 흐르고 설악산 맑은 물로 동해가는데 우리네 마음들은 어디로 가는가 언제쯤 우리는 하나가 될까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백두산 두만강에서 배 타고 떠나라 한라산 제주에서 바타고 간다 가다가 홀로 섬에 닻을 내리고 떠오르는 아침해를 맞이해보자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김기덕 감독 영화 리뷰 모음집>



김수환 추기경 왈: 원조 바보는 석가와 예수

우물 속에 개구리는 우물 밖의 개구리를 비웃습니다. 우물 밖 개구리가 전하는 더 넓은 세상을 본 적도 없고, 믿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물 밖 개구리를 바보라고 합니다. 우리가 현자와 바보를 구분하는 것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바보라는 말이 어디에서 유래했을까요. 저는 바보를 ‘바라보다’의 줄임말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지혜로운 자를 넘어선 진정한 바보는 ‘바라보는 힘’이 있는 이가 아닐까요. 상처에 신음하는 마음, 비난받아 괴로운 마음, 화가 나는 마음, 욕을 내뱉고 싶은 마음, 두려운 마음, 불안한 마음, 비굴한 마음……. 이런 내 마음을 바라보고, 그뿐 아니라 나와 다름없이 비난받으면 괴로워하고, 사랑받으면 좋아하는 상대의 마음을 바라보는 이. 그리고 사랑하고 증오하고 비난받더라도 영원히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늘 마음이 흐르게 하고, 그 마음을 여유롭게 허용할 수 있는 이. 그런 바보 말이지요.


김 기 덕 : 사람의 삶은 선과 악을 해체하는 것이라고. 선 속에 악을 발견하고 악 속에 선을 발견하면서 서서히 해체되어가고 혼란스러워지는 것이 인생이다.


김 기 덕: 요즘 관객들은 스스로의 지능을 낮추고 있다. 남들이 보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우르르 몰려가 보는 게 끝이다. 생각하고 공부해야 하는 영화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엔 공부를 해야만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있다. 그건 그걸 만든 사람이 공부를 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는 사람도 그 영화를 보고 토론할 만한 능력을 가져야만 영화도 시장성을 가지는데 요즘 한국영화 관객들은 그렇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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