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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보 Jun 02. 2016

김기덕 감독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1

 삼계 육도 그리고 윤회와 해탈:수채화 속에 숨겨진 유화적 미학의 끝

'새벽 두 시'님의 답글을 읽고 미루어 왔던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리뷰해 보고자 한다. 기억 속에 담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란 영화는 리뷰를 쓰기 위해 다시 본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차이가 있었다. 아래와 같이 나는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를 보았다. 아래 색깔이나 밑줄이 그어진 부분은 다른 웹사이트의 내용을 발췌한 것임을 표시한 것이며 각각의 발췌된 웹사이트는 글자에 링크를 시키는 것으로 주석을 대신 한 것을 밝힌다.


**이 곳의 자료를 사용하실 때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영화는 불교의 시공간, 생사관 속의 인간의 죄(업장), 그리고 구원(해탈)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하나의 깃털처럼 가벼운 수채화로 보여준다. 당신이 김기덕 감독의 인생암 (人生庵)에 완전히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만.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인생암 (人生庵) 현판


3 천대 천 세계(三千大千世界) 구성의 최소 단위인 1 수미 세계 (一須彌世界)를 상징하는 수미산(須彌山) 욕계육천 (欲界六天)의 불교적 우주 공간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세트장은 불교의 우주의 샘플 하나를 공간적으로 옮겨놓았다. 불교의 우주관 9 산 8해(九山八海)는 불교의 우주론에서 하나의 우주 즉 1개의 3 천대 천 세계(三千大千世界; 천 개의 수미 세계가 모이면 중천 세계, 천 개의 중천 세계가 모이면 대천세계, 다시 천 개의 대천 세계가 모이면 3 천대 천 세계를 이룬다 - 글쓴이 덧 붙임)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1개의 수미 세계(一須彌世界)에 수미산(須彌山)을 포함한 아홉 대산(大山)과 그 산들을 둘러싼 여덟 대해(大海)가 있다. 수미 세계 중앙에 제1 산인 수미산(須彌山)이 있고 그다음에 수미산을 둘러싸고 있는 제1해인 수미해(須彌海)가 있으며, 다시, 수미 해를 둘러싸고 있는 제2 산인 지쌍산(持雙山)이 있고 그다음에 지쌍산을 둘러싸고 있는 제2해인 지쌍해(持雙海)가 있다. 이런 식으로 8 산(八山)과 8해(八海)가 있으며 마지막에 제9 산인 철 위산(鐵圍山)이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공간은 불교의 우주공간인 수미 세계는 석가모니 불상 아래 작은 어항으로, 암자 앞의 작은 연못으로, 그리고 암자를 감싸고 있는 연못으로 중첩된다. 마치 수미산에 삼계 육도가 중첩되어있듯이. 

불교의 우주 공간(수미산) 안 인간의 생사(生死) 관과  
삼계 육도(三界六道)

불교(佛敎)에서는 모든 중생(衆生)이 업인(業因)에 따라 삼계 육도(三界六道) 윤회(輪廻)한다는 생사관을 가지고 있다. 기독교에 창조론에 근거한 인간의 생사관이 있다면 불교에서는 우주 만유의 성립의 양상인 연기론의 입장에서 인간의 생사관을 설명한다. 연기란 “말미암아(연= 緣)” “일어나 있다(기=起)”의 합성어로 <말미암아 일어나 있다>는 뜻이다. 연기론에 의하면 현재를 자기 존재의 기준으로 삼으면 현재의 존재는 과거 전생의 인연 연기에 있고, 미래의 존재는 현재의 삶의 인연 연기의 결과로 보는 것이다.

불교는 무아(無我) 론을 주장한다. 인간은 주체가 없는 자아(自我)에 집착하므로 애취(愛取), 탐(貪), 욕(慾)이 생긴다. 이것이 인연 연기가 되어 생사(生死) 반복된다는 것이 불교의 인간의 생사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윤회(輪廻)의 과정을 삼계 육도(三界六道)라고 한다.


 수미 세계에서 삼계(三界, 산스크리트어: trayo-dhātava 또는 trayo dhātavaḥ팔리어: tayodhātavo 또는 tisso dhātuyo영어: trailokya 또는 triloka)란  욕계(欲界) · 색계(色界) · 무색계(無色界)이다. 무색계에서 욕계로 갈수록 음욕과 탐욕이 강한 생물의 상태이다. 아래 삼계 육도는 천태사교의에 근거한다. 성철스님의 법문에 의하면 삼계와 육도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다. 그리하여 아래 표의 모든 테두리를 점선으로 표시한다. 예를 들면, 김기덕 감독의 영화 속의 갓난아이는 무색계의 상태에 머무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색계와 욕계 상태에 머물 수 있다. 수미산의 삼계에서 최고의 계인 무색계 4천도 상태에 있는 생물일지라도 이 생물은 또다시 삼계 안에서 윤회를 하게 된다. 그리하여 석가는 무색계 4천 상태에서 서둘러 떠났다는 설이 있다. 

색계 18천도의 자세한 사항은 생략 하였다. 

수미 세계를 세팅한 영화 속 장소라는 단서는 김영임 씨의 정선아리랑 속에도 있다. 세조 때 생육신 가운데 한분인 남효온은 『유금 강산기』에서 스님뿐만 아니라 불도들도 이산에 들어가 죽어야 열반에 이른다 하며 열반산이라 불린다 했다. 불교에 있어 최고신이 제석(帝釋)이요 바로 제석이 사는 우주의 중심 성산이 수미산이며 수미산의 다른 이름이 금강산이다. 제석은 삼계 안에 욕계에 속하며 욕계 안의 천도인 육천 중에 도리천은 위의 표에서 천도의 마지막(사천왕) 보다 한 단계 위의 신이다.


다시 한 번 위의 표 삼계 육계에서 육천을 보고 아래 김기덕 감독이 꾸며 놓은 영화 속 장소를 보자. 불교의 3 천대 천 세계(三千大千世界) 구성의 최소 단위인 1 수미 세계 (一須彌世界)를 상징하는 수미산(須彌山) 위 욕계육천 (欲界六天)의 불교적 우주 공간을 옮겨놓은 것으로 보인다.  인생암의 양쪽 문에는 수미산(須彌山)의 삼계중 음욕과 탐욕이 강한 상태인 욕계는 사대천왕 (사왕천)이 지키고 있다.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인생암 (人生庵) 현판
삼계 육도(三界六道), 사생(四生)과 윤회(輪廻)

영화에 나오는 세명의 스님은 수미산의 삼계에서 욕계(欲界) · 색계(色界) · 무색계(無色界)의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명의 스님 중 단연 사계를 같이 한 소년 스님은 색계에서 욕계, 색계,  그리고 무색계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노스님은 무색계를 새로 온 동자승은 무색계에서 색계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수미산의 삼계 육도에서는 중생의 종류를 천신, 아수라, 인간, 아귀, 축생, 지옥중생의 여섯으로 나누기도 하지만, 탄생 방식에 따라 난생(卵生), 태생(胎生), 습생(濕生), 화생(化生)의 네 가지로 구분하기도 한다한다생은 알에서 태어나는 중생으로 거위, 공작, 앵무새, 기러기와 같은 조류 및 어류가 이에 속하고 태생은 자궁에서 자라 태어나는 것으로 코끼리, 말, 소, 돼지, 양, 나귀와 같은 것을 말하며, 습생은 축축한 곳에 의지하여 탄생하는 것으로 나방, 모기, 지네와 같은 곤충과 벌레(蟲)들이고 화생은 의탁하는 곳 없이 태어나는 것으로 천신과 지옥중생과 중음신이 이에 속한다고 한다.


김기덕 감독의 수미산인 인생암 속 등장 생물도 이와 같이 분류될 수 있다. 난생(卵生)은 영화 안에서 동자승이 업보를 짓는 대상으로 사용된 물고기, 개구리, 뱀과 닭과 오리가 등장을 하고, 태생(胎生)으로 인간, 개와 고양이, 습생(濕生)으로 수미산 산자락의 이끼와 나비가 등장을 하고,  화생(化生)으로 노스님의 입적과 함께 뱀이 등장을 한다. 

사계와 함께하는 인간의 변화와 발전

 3 천대 천 세계(三千大千世界) 구성의 최소 단위인 1 수미 세계 (一須彌世界)를 상징하는 수미산(須彌山) 위 삼계 (무색계, 색계, 욕계) 모든 생명체들은 육도를 윤회하며 고통받는 삶을 계속한다고 한다. 이 윤회의 세계를 벗어나는 것이 진정한 생명의 본질을 발휘할 수 있는 해탈인데, 윤회를 거듭하는 가운데 해탈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는 인간이라는 생명체로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다시 생각한다면 인간으로 태어나 해탈하지 못하면 다시 욕계의 6도 즉 행복한 이상향 같은 천도(天道) 인간이 사는 인도(人道), 노여움이 가득한 아수라도(阿修羅道), 짐승이 태어나는 축생도(畜生道), 굶주림을 고통받는 아귀도(餓鬼道), 그리고 지옥도(地獄道) 안에서  육도윤회(六道輪廻)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김기덕은 그의 영화에서 사계와 함께한 동자승(봄) - 청년(여름/가을) - 장년승 (겨울/봄)의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통해 욕계의 6도를 보여준다. 동자승은 태생(胎生)으로 태어난 또 다른 생물체인 강아지와 천진난만한 한 때를 보내여 천도(天道)를 보여주고,  축생도(畜生道)  습생(濕生)으로 태어난  나비와 놀이난생(卵生)으로 태어난 생물체인 물고기, 개구리, 그리고 뱀에게는 돌을 메다는 장난을 치며 이는 곧 물고기와 뱀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또한 태생(胎生)으로 태어나 육체적 고통에 있던 지옥도(地獄道)의 소녀를 치유로 이끌게 하지만 노스님의 대사처럼 집착은 살인을 부르고 말았다. 태생(胎生)인 소년승이 장년이 되어 인생암에 돌아왔을 때, 그는 노여움이 가득하며 남을 헐뜯는 아수라도(阿修羅道)에 빠지고 만다. 이런 삼악도 (축생도, 지옥도, 아수라도)에 빠진 청년을 구제(구원)하는 노스님의 방법은 반야심경을 가르쳐 주는 것이고 청년은 대웅전 앞마당에 반야심경을 인각(印刻)함으로써 그 가르침을 각인(刻印) 한다. 

밤새워 반야심경을 인각 한 후 쓰러져 자고 있는 청년을 보고 그를 깨우지 아니하고 노스님은 인각 후에 남겨진 파편을 빗자루로 쓸은 후 반야심경을 4색으로 물들인다. 냉철하게 바른 분별을 가르쳐 온 노스승의 자비심일까. 반야심경을 4색이 온 수미산에 퍼지도록 색깔을 칠한 노승과 두 형사는 삼악도에서 인간이 사는 선종의 정수를 통한 인도(人道)로 돌아온 청년의 찬미가 수미산 사천왕천에 형형색색으로 미치길 바라는 신장들이었들까. 

개인이 현세에서 지은 현 죄를 사하고 돌아온 장년승의 겨울은 스승의 사리를 수습/봉안하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단련한다. 그 후, 타인의 죄(엄마가 데려온 아이와 엄마의 업보의 죽음)가 바로 자신의 죄임을 깨달은 후, 원죄를 용서받기 위한 장면들이 펼쳐진다.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과 부처, 보살, 인생과 윤회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시공간의 상징은 부처와 사계를 통해 나타낸다. 인생암의 대웅전 주불(主佛)은 석가모니다. 석가모니 양 옆은 두 마리 사슴이 함께 하고 있다. 두 마리 사슴은 불교 설화에 나오는 석가모니의 전신(前身)을 의미한다.  양쪽의 사슴 두 마리는 석가모니 부처의 전신인 사바라 사슴과 루루 사슴을 상징한다. 즉, 두 마리 사슴과 석가모니는 현재의 시간에서는 과거이나 석가모니를 중심으로 보면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수미산의 인생암이다. 


인생암 대웅전 주불인 석가모니와 두 사슴


장년승의 원죄의 씻음은 석가모니에서 미륵불로 바뀜과 함께한다. 석가모니 (과거의 소승적 부처)에서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부처는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의 미륵, 즉 미래의 부처다. 김기덕 영화에 나오는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金銅彌勒菩薩半跏思惟像)은 삼국 시대에 만들어진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이다. 반가사유상은 부처가 성도(成道)하기 이전의 태자 시절에 인생의 무상(無常)을 느끼고 중생구제라는 큰 뜻을 품고 고뇌하는 태자 사유형(太子思惟形)에서 유래한 것이나 불교 교리의 발달에 따라 석가모니가 열반한 후 인간 세상에 나타나 한 사람도 빠짐없이 중생을 깨달음의 경지로 인도하겠다는 미래불(未來佛)인 미륵불의 신앙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신라의 금동반가사유상과 그 앞에 백제 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盧)가 놓여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동서의 화합을 의미하는 것인가?


영화 속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金銅彌勒菩薩半跏思惟像)

하지만, 미륵불을 만나기 전 거쳐가야 하는 부처와 보살이 삼천대천 세계에는 존재한다. 아래의 영화 속 장면은 장년승이 미륵불을 꺼내는 문에 그려져 있는 비로자나불, 지장보살과 관세음보살이다. 중앙에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 기독교의 여호와 = 하나님)은 마하 바이로차나(Mahāvairocana), 노사나(盧舍那) 또는 대일여래(大日如來)라고도 한다. 모두 산스크리트어로 두루 빛을 비추는 존재로서 하느님이라는 의미다. 이 부처는 우주만물의 창조신으로서 모든 우주만물이 이 부처에게서 탄생하였다고 한다. 석가모니(기독교에서 예수)가 이 부처의 응신(應身)이다. 불교에서 비로자나불은 삼세(과거ㆍ현재ㆍ미래. 또는 전세ㆍ현세ㆍ내세)에 걸쳐서 항상 설법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또한 비로자나불은 우주 불(宇宙佛)로써 형상 또한 없으며 이 우주만물을 감싸 보호하는 청정법신(淸靜法身)이다. 3 천대 천 세계가 한 명의 부처, 특히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의 교화의 영역, 즉 1 불찰 · 1 불국 또는 1불토이다.


아래 영화 속 장면 중 왼편의 지장보살(地藏菩薩)은 석가모니불의 열반 후 세상에 내려올 때까지의 무불 시대(말법 시대)에 육도 중생(六道衆生)을 교화하겠다는 큰 서원을 세운 보살이다. 삭발한 스님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손에는 지옥의 문이 열리도록 하는 힘을 지닌 석장(錫杖)다른 한 손에는 어둠을 밝히는 여의보주(如意寶珠) 들고 있다.


아래 오른편에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산스크리트어: अवलोकितेश्वर avalokiteśvara ‘모든 것을 내려다보시는 지배자’)은 불교의 보살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보살 중 하나로, 석가모니의 입적 이후 미륵이 출현할 때까지 중생들을 고통으로부터 지켜주는 대자대비(大慈大悲)의 보살이다.

영화 속 왼편부터 지장보살, 비로자나불, 관세음보살

다시 정리하자면, 비로자나불은 하나님처럼 항상 인간들 곁에 편재하시며 석가가 기독교의 예수라 했을 때 지장보살과 관세음보살은 미래의 부처인 미륵(기독교의 메시아)이 재림할 때까지 중생들을 보호하는 보살들이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속 스님은 지금 이 순간이 미륵불이 도래해야 할 시점이며 비로자나불, 지장보살, 관세음보살로 막혀 혹은 덮여 있었던 미륵불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金銅彌勒菩薩半跏思惟像))을 소환한다. 시간순으로 부처를 나열하면 (비로자나불 (석가모니(과거) - 지장보살/관세음보살(과거와 미래 사이) - 미륵불(미래)))이다. 현 죄와 원죄를 사하기 방편으로 장년승의 미륵불 소환은 불가피했을 지리다.

왼편:차례로 지장보살, 비로자나불,  관세음 보살; 오른편: 미륵불

장년승의 미륵불을 통한 원죄 사함은 그가 동자승일 때 자신 또한 삼계 육도(三界六道) 안에 얽혀 있는 중생이며 윤회와 해탈의 문리를 모르는 어리석음까지도 포함되었을 지리라. 그가 죽였던, 난생(卵生)인 축생(畜生)의 부활은 그가 알을 깨고 새로 탄생하는 깨달음을 은유한 것일까. 


도량(道場 =수미 세계)의 물고기와 목어의 상징

물고기는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인간을 상징한다. 가르침을 따르지 않은 제자가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환골탈퇴한 것을 상징으로 목어를 만들고 훗날 그것은 목탁으로 변형 발전된 것이 불교에서 목어이다. 수미 세계 대웅전의 본존불인 석가여래의 사자좌(獅子座) 아래는 물고기가 살고 대웅전 앞 분수 안, 인생암 밖에도 물고기가 존재한다. 소년의 어리석음과 깨우침의 과정을 암시하는 영화적 장치이다. 

왼편: 대웅전 석가여래 사자좌 아래 물고기; 오른편: 목어

왼편은 혜원 신윤복의 '단오풍정'의 한 부분을 오른편은 김기덕의 <파란대문>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수미산이라는 우주에 혜원의 것도 우주의 시간으로 보면 찰나였던 김기덕 것도 공존하여 존재하리라. 


노스님은 지장보살(地藏菩薩)의 화신(化身)?
 

인생암의 노스님을  지장보살(地藏菩薩)의 화신(化身)으로 볼 수 있다 생각한다. 윤회를 반복하는 삼계 육도(三界六道)에서 벋어 나는 일은 극락왕생을 하는 일이겠다. 반야용선(般若龍船)이란 어지러운 세상을 넘어 피안의 극락정토에 갈 때 탄다는 배를 말한다. 번뇌 망상이 바로 불보살의 반야용선(般若龍船) 큰 지혜는 흡사 어리석음을 거너 가는 배와 같다. 노스님이 3 천대 천 세계(三千大千世界) 구성의 최소 단위인 1 수미 세계 (一須彌世界)를 상징하는 수미산(須彌山)의 삼계 (무색계, 색계, 욕계)에 살고 대웅전은 바람에 흩날리고 대웅전의 기단(基壇) 부분이 연꽃으로 그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대웅전의 한 쪽 면 전체는 반야용선 위에 중생과 지장보살(地藏菩薩)이 타고 지혜로 향하고 있다. 


대웅전 한 쪽 벽면에 그려있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을 타고 가는 중생과 지장보살(地藏菩薩)

석가불에 의해 구원받지 못한 중생이 단 하나라도 있다면 그를 구제하기 전에 자신은 결코 열반에 들지 않겠다고 하는 지장보살의 서원은 대승불교 이념을 가장 잘 드러내 주고 있다이러한 대승적인 지장보살은 고통받는 이들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바꾸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윤회의 여섯 세계, 즉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간·천상에 상응하는 6가지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노승은 분별력 있게 살고, 청년이 될 때까지 동자를 냉철하고 바르게 인도하여 왔으나, 청년은 욕계 6도의 삼악도를 들어가고야 말았다. 고통받는 청년을 위한 지장보살인 노승은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 다비(茶毘)를 하고 사생 (四生) 중 화생(化生)을 통해 뱀으로 환생하는 윤회를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화생은 의탁하는 곳 없이 스스로의 업력으로 태어나는 것으로써 천신인 지장보살인 노승의 원력으로 가능 하리리 라. 처음 동자승의 마음의 짐은 그가 자신이 돌 메달아 죽인 마지막 생물인 뱀의 업에서 시작을 하였다. 축생인 뱀으로 태어 난 노승은 장년승에게는 깨달음과 미륵불의 재림의 임무를 쥐어짐으로써 대승적인 깨달음을  그리고 새로운 동자승에게는 새로운 미륵불이 되는 기로에서 만나게 되는 자연의 실험 물질로써 존재한다. 



노스님은 지장보살(地藏菩薩)의 화신(化身)이 아닌
소승적 한계에 대한 업보를 받은 인물?

또한, 필자는 인생암의 노스님을  지장보살(地藏菩薩)의 화신(化身)이 아닌 소승적 한계에 대한 업보를 받은 인물로 볼 수 있다 생각한다. 과거의 부처인 석가여래에서 미래의 부처인 미륵불을 사이에는 지장보살과 관세음보살이 있다. 축생계의 조개, 닭, 그리고 고양이를 바르게 쓰는 노승, 그리고 관념적 물 위에 떠있는 빈 깡통을 한 번에 맞추며 떠나는 배를 멈출 수 있는 도력(道力)은 노승이 일반적인 인간이 아님을 시사한다. 도력(道力)을 지닌 노승은 반야용선(般若龍船)이 그려있는 대웅전 안에 있는 미래의 부처인 미륵불을 꺼내지 못했다. 즉, 소승에서 대승으로 발전되지 못했다.  


김기덕 감독은 그의 영화 <사마리아>의 바수밀다를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준비하면서 어떤 설화집에서 읽은 것을 모티브로 사용했다 했다. 불교의 설화집에 나오는 뱀이 된 여승 혹은 뱀으로 윤회한 어머니 이야기는 좋지 않은 업보를 받고 죽어 축생계의 난생인 미물로 태어난 것을 시사한다. 또한 화생은 의탁하는 곳 없이 스스로의 업력으로 태어나는 것인데 이는 천신과 지옥중생과 중음신(귀신)도 가능하다. 그리하여, 노승은 천신, 즉 지장보살이 아닌 지옥중생인 소승적 깨달음에 집착한 인물로서 그의 업력으로 뱀으로 환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중의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인생암(人生庵)은 인생암(人生癌)이라는 생각이 떠오르지 아니할 수 없다. 


다시 한 번 노승과 사계를 같이 한 동자승의 일생을 살펴보면, 노승의 동자승에게 준 가르침은 '사후약방문'식이며 벌로써 가르침을 주는 방식이다. 동자승이 약초를 캔 후, 축생계의 난생이 죽은 후, 청년이 되어 삼욕도에 빠져 든 후, 살인을 한 후....... 참선으로 도력(道力)을 얻은 후, 인간에게는 도력을 잘 펼치지 못했다. 삼천대천 세계가 중생의 해탈을 목적으로 구성되었다고 했을 때, 노승은 자신에게 찾아온 중생(동자승)을 제대로 인도하지 못 한 죄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게 그리 되었다'고 되뇔 뿐이다. 그리하여 노승은 뱀으로 윤회를 한 이후에도 반야심경에서 뭉개 적거리고, 자신이 전생에 입었던 승복 속을 헤매며, 갓난아이와 그 어미의 아픔을 자신의 전생의 거처에서 홀로 쓸쓸히 지켜볼 뿐인 것이다. 

김기덕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한 장면

이는 노승의 소승적 한계를 장년승 (아이러니하게도 이 장년승은 그의 청년 시절에 삼악도에 머무른 적이 있다)은 타파한다. 그의 깨달음은 동적이고 활력 있고 미래지향적이다. 그리하여 그는 아미타불, 지장보살, 그리고 관세음보살에 막혀 있던 길을 열고 수미산 정상에 미륵불을 재림시킨다. 

영화 속 수미산 정상의 미륵불


또한 장년승이 삼계 육도의 업을 짊어지고 미륵불을 들고 수미산 정상에 오를 때 들려오는 김영임의 <정선 아리랑>의 노래 가사는 '강원도 금강산(수미산) 일만 이천봉 팔만구암자 유점사 법당 뒤에 칠성단 도두 모고 팔자에 없는 아들 딸 낳아 달라고 석 달 열흘 노구메 정성을 말고 타관객리 외로이 난 사람 괄시를 마라’.. 그대를 찾아왔건만 보고도 본체만체 돈담무심'이란 가사 역시 인연으로 온 장년이 된 동자승의 인연을 돈담무심하게 본 노승의 죄이며, 이 죄는 인생암에 들어온 동자승의 죄가 타인의 죄가 아닌 자신의 죄임을 깨우치지 못한 것이다. 


괴로워하는 청년의 모습과 대조적인 노승의 모습과 자연 풍경

반야심경의 마지막 구절은, "가자 가자 피안으로. 피안으로 아주 가자, 영원한 깨달음으로 (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 娑婆訶;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 승아제 모지 사바하)"라고 끝난다. 비록 반야심경이 선종의 중요한 가르침이기는 하나, 선종 역시 "간다 간다 피안으로"라고 끝나지 않고 대승적으로 같이 깨달음으로 가야만 진정한 깨달음이라는 것(가자 가자)을 시사하고 있다. 여기에서 다시 한 번, 왜 노승이 불교에서 깨달음의 상징인 사리가 그의 몸에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뱀으로 또 한 번 육도윤회(六道輪廻) 속에서 삶을 살 수밖에 없는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하루는 대신들에게 어떻게 하면 사리가 생기냐고 묻자 하륜이 말하길, "정신을 수련하면 정기가 생기고 정기가 쌓이면 사리가 생긴다고 합니다. 하지만 바다의 조개에도 보주가 있고 뱀에게도 명월주가 있으니 조개와 뱀이 무슨 도가 있어 그런 구슬이 생기겠습니가?"라고 하였다 하지 않았는가. 불교의 우주 공간(수미산) 안 인간의 생사(生死) 관과 삼계 육도(三界六道)를 같이 하는 인간은 인간과 인간관계 안에서 도력을 펼쳤을 때 진정한 깨달음이 아니겠는가. 왜 인간이 되었을 때만이 해탈할 수 있는 기회를 받겠는가. 


그리하여, 장년승은 노승의 몸에서 나온 사리를 탑에 봉안하지 아니하고 녹아버리면 사라질 부처상의 얼음에 봉안을 하였고, 결국 시간이 흐른 후, 사리는 자연 속에 비생물로 물과 함께 떠 다닌다. 하지만 조개 물감으로 덮은 반야심경의 보주와 자연에 살아 숨 쉬는 뱀의 명월주는 생물로 존재하니, 우주 삼라만상이 오묘하지 아니하던가. 왜 굳이 경찰의 입을 통해서, 모든 색의 바탕이 된 "야, 조개로 흰색을 만든단다!"라고 하며 반야심경 글자에 칠할 색을 만들었고 노승은 명월주를 갖은 뱀으로 환생하였을까.  


결론적으로, 한 폭, 한 폭 아름답고 맑은 수채화처럼 보이는 영화 일 수 있으나, 이 영화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등골이 오싹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그 누구도 죄 없는 삶, 혹은 업을 짓지 않고 산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김기덕 감독의 <섬>이나 <피에타> 같은 영화들이 잔인하고 역겹다고 한다. 하지만,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한 컷 한 컷에 담겨있는 인간의 원죄와 현 죄를 뒤 돌아보게 함으로써 인류가 현재와 미래를 잇는 지장보살/미륵불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살아야 만 하는 인간의 인생을 보여주는 이 영화를 통해 자신과 인류의 내면을 들여다보았다면 이것처럼 잔인하고 역겨운 영화는 찾기 힘들 것임을 깨우칠 것이다. 이 잔인함과 역겨움 속에서 또 한 번 깨우쳐야만 지장보살/미륵불이 될 수 있으리라. 이러한 무거운 주제를 김기덕 감독은 유화의 깊은 글레이징 같은 기법을 사용, 영화라는 수단을 통해 수채화처럼 화면이라는 화폭에 담아 놓은 것이다.


인간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 수미산의 욕계육천 (欲界六天)이라는 우주적 공간, 인간의 원죄와 현 죄, 그리고 인류의 삶의 방향(구원)을 제시하는 내용을 유화처럼 화면에 담아내었더라면 혹자는 영화를 보며 각혈을 토했을 수도 있으리라.


석가모니께 드리는 예불문의 한 부분 "나무 삼계도사 사생자부 시아본사(南無 三界道師 四生慈父 是我本師 釋迦牟尼佛)"를 "나무 삼계도사 사생자부 시인본사 비로자나불"로 바꾸고 싶다. 그리하여, 욕계 색계 무색계의 모든 중생들을 이끌어 주시고, 태란습화 4 생의 자애로운 아버지이시며,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에 이르기까지, 현 인류부터 미래의 인류에 이르기까지 진법계 허공계 모든 중생들의 근본 된 스승이신  삼불인 석가모니불, 지장보살, 미륵불을 포함하는 비로자나불 귀의(예배)하고 그들이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 구분이 없이 매 순간 현존하기를....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예고편과 김기덕 감독의 영화 리뷰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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