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가면 토함산을 한번 꼭..
2021년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2월 연봉 재협상, 9월 승진, 12월 퇴사까지. 한 회사에서 겪을 수 있는 커리어적인 관문들을 통과한 후 1월 24일, 인생 3번째 회사의 출근을 앞두고 있다. 요즘 세상에 거의 연마다 회사를 바꾸는 사람도 심심찮게 있다지만, 여전히 첫 회사에서 대리 승진을 갓 했거나 앞두고 있는 친구들이 많은 터라 나의 두 번째 이직에 참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었다.
* 안 친한 대부분의 친구들 - "이야, 축하한다!", "역시 능력 있는 애들이 이직도 잘해."
* 친한 일부의 친구들 - "조건은 잘 맞춰준 거지?", "이번엔 좀 오래 다녀봐."
* 전 직장의 상사들 - "아유 네이버 카카오 이런데였으면 바로 보내드렸지~. 근데 거기로 괜찮겠어요?"
* 엄마 - "너 처음 이직할 때부터 알아봤다. 아주 그렇게 떠돌다 인생 가겠네"
슬프게도 더 가까운 사람일수록 좋은 말을 안 해주는 것 같다. 가까운 만큼 나를 걱정하는 마음이겠지만, 나조차도 불안한 마당에 약간은 무지성 응원이 고프기도 하다. 떠나기를 벼르고 있던 회사였음에도 막상 떠날 때는 마음이 기쁘지만은 않아 심란하기 때문이다. 곤란해하는 상사들의 표정을 앞에 두고 느끼지 않아도 될 죄책감을 느끼는 것도 불안하고, 갑자기 무슨 일이냐며 놀라는 동료들을 볼 때는 심지어 배신자가 된 것 같은 마음도 든다. 떠나갈 때서야 내가 이 회사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떠나, 그래도 사람들에게는 분에 넘치게 믿음을 받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약간 뭉클해지기도 한다.
감사하게도 그런 마음이 살짝 들 때쯤 일부 상사들의 저런 말이 미련 없이 내 발을 돌려주었다. 떠나가는 직원을 잡고 싶으면 어떤 갈증을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지 이야기를 해야지, 새로 가는 곳에 대한 험담을 하고 있으니 아무리 절차상 있는 면담이라지만 빨리 일어나고 싶어 진다. 오히려 퇴사가 참 잘한 선택이었다는 확신을 주면 줬지.
처음 이직 때와 참 다른 점은, 새로운 회사에 대한 기대나 설렘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회사라는 것이, 직장인이라는 것이 어디나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체득해버린 것일까. 여기보다 조금 더 좋은 것이 있으면 조금 더 안 좋은 것도 당연히 있을 것이고, 이직은 그저 그렇게 좋은 것과 안 좋은 것의 평균치를 조금씩 높여보려는 노력에 불과할 수 있다. 친구들이 말하듯 능력이 있어서 거창하게 도전하는 것도 아니고, 일부 사람들이 비난하듯 근성이 없어서 도망치려는 나약한 소리도 아니다. 그냥 이 선택으로 올해는 작년보다 조금 더 행복하길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