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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잠 Jun 06. 2022

이태원에서의 1주년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해지는 연습

 31살에 맞이하는 1주년은 무덤덤할 만도 했지만 생각보다 쉽게 동하는 내 마음은 이번 1주년에 현충일 휴일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레기 충분했다. 

  언제부턴가 기념일이면 만만하게 떠오르던 호캉스는 또 그 조그마한 방에 주말이라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가격을 내야 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대신 조금 더 귀찮고 조금 더 리스크가 있더라도 독특한 분위기의 집을 경험할 수 있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편이다.

  그렇게 이번 1주년에는 이태원의 언덕에 있는 조그마한 에어비앤비를 거점으로, 평소 집에만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와 여자 친구지만 이태원의 그 에너지를 느껴보기로 했다. 먼저 경리단길에 있는 한 막걸리 가게에서 진행하는 막걸리 빚기 체험 수업을 들었다.

   체험보다 이론 파트가 길어서 조금 지루하다 싶었지만 벌써 얼큰하게 막걸리 냄새를 풍기며 익어가고 있는 막걸리 통을  보니 그래도 재밌는 경험을 했다는 뿌듯함이 있다. 이미 체험하면서 막걸리를 들이켠 우리는 토요일 저녁의 이태원을 즐기겠다는 포부로 해밀턴 뒤쪽의 클럽이 밀집한 거리로 나갔다. 그러나 패기도 잠시, 귀를 찢는 큰 음악소리와 길거리 테이블까지 빽빽하게 들어찬 사람들을 보고 우린 급격하게 에너지를 잃어갔다. 많은 사람과 신나는 음악에 몸이 절로 들뜨는 것도 20대까지만 가능한 걸까.

  결국 우리는 인파에 밀리고 밀려 변두리 거리에 있는 3층 칵테일바에서 이태원을 즐기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저 사람들처럼 오늘을 보내기엔 우리에겐 종일 누워만 있어야 하는 다음 날이 소중했다. 

  우리는 내년 2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결혼,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수록 습관과 성향이 다르더라도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상대를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생각한다. 이렇게 세상에 사람이 많은데, 다 다른 사람이라는 것도 얼마나 상상할 수 없는 일인지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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