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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만 Apr 10. 2020

5 of 185, 얼마나 단순명쾌하고 분명한 일인가.

2020/03/18, 5 of 185

아이들은 내가 잘해 줄수록 날 좋아해 준다.


복잡한 계산도, 미래에 대한 추측도, 현재에 기반하지 않은 오직 예상에만 의존한 평가도 없다. 그저 내가 무언가를 주면 좋아하고, 원하는 대로 해 주면 좋아하고, 말을 들어주지 않고 혼내고 무시하면 화내고 삐진다. 얼마나 아름답고 명확한가. 이토록 확실한 사실을 나는 굳이 버릇을 들인다 가르친다, 아빠는 무서워야 한다며 기어코 스스로 어렵고 거리를 두는 길을 갔다. 진짜로 버릇 나빠지는 수준만 아니라면야, 뭐 얼마나 차이가 난다고, 대체 무엇 때문에 그래야 할까. 나도 애들도 힘든데.


오늘은 일어나면서부터 뇌물을 바치기 시작했다. 딸기를 미리 썰어두었다가, 잠에서 깨 방에서 나오는 첫째에게 한층 업된 목소리를 이용해 기분을 띄워주려 노력하며, 함께 키가 크자며 몸을 쭉 피는 스트레칭까지 시킨 후에 눈 앞에 대령했고, 둘째에게도 동시에 같은걸 과즙망에 넣어 제공했다. 덩어리로는 아직 못 먹지만 안 주면 서운할 테니까. 이후로도 수시로 간식을 주고 원하는 놀이를 해 가며 지냈고, 그 덕분일까 엄마를 찾은 것은 딱 한 번뿐, 그 외에는 크게 울거나 소리 지르며 화내는 등의 일 없이 잘 지나갔다. 물론 자자, 누워서 놀자, 누워서 쉬다 다시 놀자 등의 첫째가 싫어하는 말 리스트 최상단에 있는 제안들에는 여전히 히스테릭한 울음과 고성을 보였지만, 어제에 비하면 양반이지. 승리의 열쇠는 뇌물이고 간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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