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서영 Jan 11. 2018

그래, 나는 엉덩이를 만지고 싶다.

Fukuoka, Japan.

"남자친구가 기운이 없길래 '가슴 만질래?'했더니 굉장한 기세로 기운을 냈다."는 글을 보곤, 어느 남자동료가 “그럼 여자친구한테는 '고추 만질래?'라고 하면 되겠네."라며 낄낄거렸다. 언제나 저질스러운 성희롱을 일삼던 그여기에 그런 그의 '농담' 역시 새로울 것은 없었으나, 그 순간만큼은 정말 진심을 다해 경멸을 담아 "헛소리를 참 멀쩡한 척 하시네요.”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제와서 솔직히 고백컨데, 남자의 그곳, 페니스를 만지는 것은 사실 꽤 재미있다. 그건 인정해야 한다. 말랑말랑 할 때는 정말 조물조물 하기에 딱 좋은 사이즈인데, 막상 만지기 시작하면 금세 단단해진다. 팽창도야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지만 적어도 2배는 커지고 두꺼워지지 않는가. 적당한 온기에 적당한 찰기, 윗부분은 말캉하고 아랫부분은 단단하고, 세상에 그런 촉감이 또 없는 걸.


하지만 그곳을 한참 만지고 물고 빨고 갖고 논 이후 따라오는 기타 등등의 일은 정말이지 귀찮기 짝이 없다.

그래, 바로 그거. 섹스.


사람이 가끔은 애피타이저만 먹고도 배부를 수 있는 건데, 거기를 만지면 꼭 메인 디시가 눈치도 없이 따라온다. 심지어 그 메인 디시의 맛은 그날그날 컨디션과 입맛에 따라, 혹은 셰프에 따라 천차만별이지 않은가. 결국 지난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내가 기분 좋게 상을 물린 경험이 생각보다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자ㅈ...아니 애피타이저조차 손대기가 꺼려지는 것이다. 거, 누구 좋자고 상을 차리느냐, 이 말이야. 제사상을 조상님 좋아하라고 차리냐고. 가끔 입맛 정도는 다셔주길 바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군침이지 진짜로 먹는 건 자제해달라는 게 솔직한 마음.


게다가 애초에 비유가 잘못되었다.


여자 역시 페니스에 상응하는 기관이 있었지만 그 부분이 퇴화+축소되면서 클리토리스가 되었다는 학설이 있다는데, 난 이것이 사실이던 아니든 간에 매우 동의한다. 만약 찬반 투표가 있다면 과학적 사실을 떠나 찬성 쪽에 824823표쯤 실어주고 싶다. 왜냐하면, 클리토리스나 귀두를 만졌을 때 남자건 여자건 비슷한 목소리를 내니까. 세게 누르면 아프다는 으르렁거림을, 부드럽게 만지면 기분 좋은 목 울림을, 적당히 힘을 주어 부드럽게 둥글리면 녹아내리는 신음을. 물론 내가 남자 것까지 달고 태어나지는 않아서 100% 장담은 못하겠지만, 분명 그 쾌락은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적어도 내 생각에 '고추'는 여자의 보지여야 마땅하다.


즉, 그 징그러운 남성동료의 논리대로 화난 여자친구에게  "고추 만질래?"라고 할 거라면, 여자 역시 화난 남자친구에게 "보지 만질래?"라고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아이고, 내가 뭔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헛소리를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있다니.


다시 돌아와서, 그렇다면 여자의 가슴에 견줄만한 남자의 것은 무엇일까?


나는 단연코 엉덩이를 꼽겠다.


내가 지금 말하는 엉덩이는 그냥 그저 그런 엉덩이가 아니다. 말하자면, 운동부족으로 늘어지고 주름잡힌 축 처진 엉덩이 따위가 아니다. 책상에 오래 앉아있고+운동부족+위생관념 부족으로 점점이 여드름이나 땀띠 자국이 난 엉덩이는 더욱 아니다. 태어난 이후로 지금까지 제모 한번 안 해서 털이 항문까지 수두룩 빽빽하게 나있는 엉덩이는 절대! 네버! 꿈도 꾸지 마라! 내가 만지고 싶은 엉덩이는 그 따위 하찮은 것이 아니다.


내가 만지고 싶은 엉덩이는 훨씬 고차원적이고 노력을 요하는 엉덩이이다. 어떤 엉덩이인고 하니, 그것은 바로 대둔근이 단련된 엉덩이이다.


대둔근, 학술명 Gluteus maximus.


아, 그 이름을 찾기 위해 내 얼마나 헤매었던가. 그렇다. 바로 척추 아래, 쏙 하고 골이 들어간 부분 말이다. 동그랗고 풍만한 여자의 엉덩이와는 전혀 다른 남자의 엉덩이. 납작하고 네모나게 각이 진 엉덩이를 나는 원한다. 허리 바로 아래에 찰떡 한 덩이처럼 올려 붙은 그런 엉덩이를 나는 원한다. 고양이 발바닥만큼 효험이 있다는 잘 다듬어진 남자의 엉덩이, 아아, 만지고 싶다! 성적인 의도가 들어있지 않은 선에서, 기분 좋게 만지기만 할 수 있는 그런 완벽한 엉덩이 어디 없을까. 정말 남자 엉덩이 모양의 실리콘 모형이라도 찾아야 하나? 고양이 발바닥 모형도 있는데, 그거라고 없을게 뭐람.


그런데 말입니다, 나는 사실, 내 인생에 몇 번 이런 놀라운 엉덩이를 가진 남자들을 만난 적 있다.


-


그를 처음 본 순간, 나는 S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가 레깅스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 요즘 세상에 남자가 레깅스를 입는 것이 그다지 새삼스러울 일은 아니지만, 나의 시선이 명백한 성희롱이라는 사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그에게서- 정확히는 그의 다리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결정적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첫째, 그 레깅스가 그냥 레깅스가 아닌 사이클용 레깅스였다는 점, 그리고 또 하나, 바로 그의 완벽한 엉덩이 모양 때문이었다.


사이클로 두툼하게 다져진 허벅지와 그 위에 탄탄하게 쌓아 빚은 것 같은 탄력 있는 엉덩이는, 내가 즐겨보던 사이클 만화 속 주인공들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박력이 있었다. 어두운 색의 레깅스가 그의 온 하체를 감싸고 있음에도 그것을 뚫고 뿜어져 나오는 건강한 맹수와 같은 아우라는, 흰 종이 위에 검은 잉크로 인쇄된 2D의 그것과는 감히 견줄 수 없었다.


납작하고, 완벽하게 올려 붙은 궁둥이에 정신이 팔린 체로 듣는 둥 마는 둥 알게된 그의 프로필은 대충 이랬다. 그는 만으로 스물다섯 살이고, 스페인에서 왔으며,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일본 여행을 왔다고 했다. 사이클을 타는 것이 취미이며, 이번 일본 여행도 국도를 따라 자전거로 여행한다고 했다. 이미 규슈지방을 따라 해안도로를 달렸으며, 후쿠오카는 그 1/4쯤 되는 포인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어서 정말 좋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 게스트 하우스에 묵고 있던 S를 포함한 남자 두 명과 나를 포함한 여자 세명은 그렇게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했다. 각자의 앞에 놓인 맥주는, 딱 익숙하지 않은 언어를 용감하게 말할 수 있을 만큼만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나 역시 간단하게 내 소개를 했지만, 내 눈은 여전히 S의 엉덩이를 흘끔흘끔 훔쳐보고 있었다. 저 레깅스 안의 실물 엉덩이를 너무도 보고 싶었다.


나의 시선을 눈치챈 것인지, S 역시 나를 훑는 눈빛이 느껴졌다. 나는 온몸을 감싼 롱 니트 원피스 차림이었지만, 어쩌다보니 한 사이즈 작게 구입한 그 옷은 내 몸의 굴곡 있는 실루엣을 완벽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결국 그와 나는 천천히 서로를 탐닉하기를 30여분, 결국 먼저 말을 꺼낸 것은 S였다.  


"저, 조금 이따가 한잔 더 할래? 너랑, 나랑만."


----


호스텔 앞에서 다시 만난 그는 아까 전보다는 훨씬 더 프리 한 복장이었다. 다리를 옥죄고 있던 레깅스 대신 무릎까지 오는 여유로운 반바지와, 어디서 구한 건지 진베(남성용 일본식 상의) 차림이었다. 겨드랑이가 뚫린 진베와 바짓단 사이로 바람이 숭숭 들어가는 게 보였다. 문득 바람이 부러워졌다. 자기 멋대로 들어가 저 몸을 직접 훑을 수 있다니, 아아, 부러운 후쿠오카의 바람아.   


시간은 이미 새벽 1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조금만 걸어나가면 번화가였지만, 영업 중인 곳 대부분이 평범한 주점이 아닌 호스티스 바- 혹은 걸즈 바(여자 접객원이 술을 따라주는 유흥주점)였다. 애초에 날짜상으로는 평일이라 그다지 문을 연곳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근처의 패밀리마트 편의점에서 몇 캔의 맥주를 산 후, 터덜터덜 호스텔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조잡한 해먹이 덜렁 걸리는 한적한 옥상 앉아, 우리는 맥주캔을 깠다. 거리 아래에서 올라오는 밝은 빛이 그를 비추고 있었다. 약간 짧은 곱슬머리와 잘 정돈된 수염, 그리고 진베 사이로 보이는 도드라진 팔 근육.


그의 눈에 나는 어떻게 보이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는 각각 해먹에 걸터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서로의 인생에 큰 공통점은 없었지만, 우리 둘 다 여행을 좋아해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초면인 서로에 대한 궁금증이 슬슬 바닥날 때 즈음, 그의 입술이 타이밍 좋게 내 입술 위를 덮었다. 그의 숨결에서는 시큼한 맥주 향이 났다. 아까 먹은 감자칩의 짭짤한 소금 맛이 입가에 살짝 묻어났다. 하지만 그것이 내 입에서는 나는 맛인지 그의 입에서 나는 맛인지 몰랐다. 몇 번 혀가 얽히고, 그의 입술이 떨어졌다. 그는 입맛을 다시며 내 입술에서 달콤한 맛이 난다고 했다. 나는 복숭아 맛이야, 라며 복숭아 맛 츄하이 캔을 흔들곤 또 한 모금 들이켰다. 그리고 그 한 모금 덕분에 나에게는 어떤 용기가 생겼다.


"나 있잖아, 부탁이 있는데."


S는 고개를 까딱하며, "my pleasure.(얼마든지)"라고 대답했다.


"엉덩이, 한 번만 만져봐도 돼?"


나의 말에 그가 씨익 웃었다. 그러고 내 입에 살짝 입 맞추곤,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해먹에서 몇 발자국 물러났다. 그는 아까 전의 근사한 미소를 입에 머금은 체로, 마치 스트립쇼를 하는 스트리퍼처럼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했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움직임이었지만, 헐렁한 반바지가 펄럭이면서 그 아래에 살짝 보이는 그의 하얀 속살에 나는 살짝 흥분했다.


그는 엉덩이를 흔들면서 반바지를 아슬아슬하게 골반에 걸쳤다가, 다시 살짝 올리며 나를 애타게 만들 작정인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의 무반주 막춤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그게 뭐야!라고 내가 웃으면서 야유하자, 그는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지 한번 웃곤, 그대로 뒤를 돌았다. 그 순간 그의 바지와 팬티가 동시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의 엉덩이는, 정말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직사각형이었다.


만지지 않아도 충분히 단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외국인이라서 그런 건지, 사이클을 탈 때 방해가 되어서 그런건지 하여튼 깔끔하게 제모된 그의 엉덩이는  그대로 먹음직스러웠다. 대둔근 사이의 골이  들어간 엉덩이. 내가 황홀하다는 표정으로 그의 엉덩이를 바라보는 것을 눈치  S 그제야 조금 민망해졌는지 괜히 헛기침을 뱉었다.


그는 자전거 여행자답게 검게 그을린 허벅다리를 가지고 있었으나, 반바지와 팬티마저 벗어던진 그의 엉덩이는- 허벅지와는 전혀 다른 색이었다. 아마도 그의 원래 피부색일 그의 엉덩이는, 마치 마스킹 테이프로 마킹이라도     경계를 기점으로 뚜렷한  피부였다.


"만족해?"


내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자, 그는 눈썹을 위로 으쓱, 하고는 그대로 반대편 해먹에 걸터앉았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의 것이 살짝 발기한 것 같았다.


"자 그럼, 이제 내 차례지?"


내가 빙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나보고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했다.


"숙녀를 밖에서 벗게 할 수는 없으니까, 그대로 일어나서 한번 돌아봐."


내가 그의 말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한바퀴 빙그르르 돌자, 그가 손으로 자신의 턱을 감싸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다시 손짓하며, 가까이 오라고 내게 말했다. 내가 가까이 가자, 그는 해먹 옆에 놓인 테이블을 잡고 뒤로 돌라고 했다. 그리고 테이블을 집자마자, 나는 깜짝 놀라 짧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가 나의 엉덩이를 깨문 것이다.


그는 나의 스커트를 말아 올렸지만, 그것은 딱 오른쪽 엉덩이 한쪽만이 보일 정도였다. 물론 그의 완벽한 근육 엉덩이만큼은 아니었지만 나 역시 꽤나 자신 있는 엉덩이의 소유자였다. 게다가 여행 오기 전 스쿼트를 열심히 한 덕분에 내 엉덩이에는 도톰하게 살집이 올라와있는 상태였다. 바로 그 둥그렇게 살이 오른 부분을 그가 덥석 깨문 것이다.


내가 그의 엉덩이를 탐했던 만큼, 그 역시 몰래 나의 엉덩이를 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양껏 나의 엉덩이를 주무르고, 또 깨물었다. 하지만 그 사이- 조금 더 작고, 도톰한 그곳은 절대 건드리지 않았다. 나의 양쪽 엉덩이를 씰룩 거리도록 꽉 쥘 뿐.


양껏 깨물었는지, 그는 나를 해먹 쪽에 눕혔다. 그리고 그도 그 해먹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좁은 해먹에 그의 몸과 나의 몸이 마주 본 상대로 밀착했다. 그의 손은 나의 엉덩이에, 나의 손은 그의 엉덩이에. 나는 원 없이 그의 엉덩이를 만졌다. 너무나도 이상적인 모양의 엉덩이라, 나는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평생 이 엉덩이만 만져도 여생이 행복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나의 행동이 그를 더 자극했는지 그의 앞섶은 부풀어 오를 대로 부풀어 올랐고, 그것은 나의 니트 치맛자락 너머로도 느껴졌다. 결국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짧은 신음을 토해냈다.


"하... 놀리는 거야? 아니면 그냥 내 엉덩이가 좋은 거야?"

"음... 둘 다."

고민 끝에 내린 나의 결론에 그는 낮게 웃었다. 그리곤 나의 엉덩이를 다시 기세 좋게 움켜쥐었다.


"하...."

약간은 후텁지근한 날씨에 땀에 젖어 살짝 촉촉해진 살결이 서로 눌리며 진한 냄새를 풍겼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은 구름에 가려져 묽은 먹을 여러 겹 칠한 것만 같았다. 달빛은 달무리가 져 희뿌연 빛을 뿜고 있었다. 대단한 밤이었다, 평생 생각했던 이상적인 엉덩이를 후쿠오카에서, 그것도 스페인계 남자에게서 찾다니. 나는 다시는 내 인생에 그런 엉덩이는 없다 싶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그의 엉덩이를 탐했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이 나의 엉덩이에서 가슴으로 올라오려던 순간-


끼릭-

순간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사람 몇 명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S는 쏜살같이 해먹에서 일어나 바닥에 널브러진 자신의 하의를 챙겼고, 나는 말려 올라간 치맛단을 끌어내렸다.


"-아, 방해했나요?"

복도에서 스쳐지나갔던 대만인 여자와 남자 몇 명의 무리가 우리를 쳐다보며 물었다. S는 곤란하다는 듯한 얼굴을 했지만, 나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 할뿐이었다. 어쩌겠어, 라고 말하듯이. 나는 재빨리 빈 맥주 캔을 챙겼다.


옥상에서 침실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S는 내게 다시 한번 키스를 시도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이미 '엉덩이력'을 충분히 충전한 상태였다. 이 다음 수순은 너무 뻔한 걸.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다음에, 라는 말로 그의 볼에 가볍게 입 맞추곤 내 방으로 쏙 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조식도 먹지 않고 일찌감치 체크아웃을 했다. 호스텔 입구에는 그가 세워 둔 자전거가 묶여 있었다. 나는 그 자전거의 안장을 한번 쓰다듬고는, 덜덜덜 소리가 나는 작은 캐리어를 끌며 역으로 향했다.  


그 이후, 그는 내가 알려준 나의 연락처로 두 번 정도 메시지를 보냈지만, 나는 그 메시지에 답을 보내지 않았다.

 

뭐, 가끔은 이런 '충전' 여행도 있는 거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