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당신은 원래 제출한 작품에서 초등학교에서 하루에 거의 100장의 직선을 연습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그것이 학습에 대한 귀하의 관심을 어떻게 유도(또는 이탈)시켰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단계를 거쳤습니까? 그것이 당신의 집중력에 영향을 미쳤습니까?
You mentioned in the piece originally submitted that you had to do almost one hundred sheets of straight lines in elementary school. Can you elaborate on how that engaged (or disengaged) your interest in learning? Did it go through phases? Did it impact your focus?
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본격적으로 서예를 배웠는데요, 담임 선생님이 서예를 진지하게 쓰는 분이셔서 우리 교실엔 먹을 가는 기계가 비치되어 있었어요. 저는 왜인지 모르겠으나 방과 후 수업까지 들으며 서예를 배웠습니다. 저와 제 친구 단 두 명이 일주일에 한두 번씩 정규 수업이 끝난 후에도 서예를 배웠어요. 선생님은 우리에게 선긋기를 꽤 오래 하도록 시켰고, 화선지가 아닌 신문지 위에 매번 가로와 세로 선을 그어야 했습니다. 선이 완전히 똑바로 그어질 때까지 반복해야 했어요. 선생님은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숨을 참고 끝까지 한 선을 그어야 한다고 했고, 이 선긋기에 익숙해져야 좋은 글씨를 쓸 수 있다고 말씀하셨죠.
먼저 자세를 바르게 하고 먹과 물의 농도를 잘 맞춘 후 숨을 들이마시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전까지 나는 똑바로 직선을 긋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몰랐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어려웠던 건 계속 그 일을 '반복'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한글의 모음과 자음을 연습하게 되었을 때, 나는 붓에, 제 팔에 힘이 생긴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죠. 방과 후 수업이 마무리되던 날 담임 선생님께서 제게 벼루를 선물해 주셨어요. 커다란 용이 새겨진 덮개가 있는 멋진 벼루였습니다. 그리고 미술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나는 동양화 전공을 택하게 됩니다. 이 전공을 택한 것은 내게 서예붓이 익숙했고 먹향이 좋아서였다고 생각했어요. 저 깊은 무의식엔 그 소중한 벼루를 계속 쓰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겠죠?! 같은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한 후엔 전각을 진지하게 배워보기로 결심하고 전각 장인분을 찾아간 적이 있어요. 그곳에서 한 달간 가로와 세로의 선만 조각했고요, 네모난 전각용 돌에 바둑판 모양의 선을 긋고 각 칸을 선들로만 채우는 작업을 한 뒤 다시 돌을 갈고, 거의 한 달 동안 그 작업만 하면서 내가 왜 이걸 시작했을까 싶었답니다. 제가 드디어 글씨를 새길 수 있게 된 날, 저 스스로 쉽게 한자를 새길 수 있음에 감탄했습니다. 전각칼에서 다시 한번 제 힘을 온전히 느꼈던 순간이었어요.
나와 내가 만지는 재료와 시간이 가깝게 연결되어 전혀 다른 시공간에 있는 것 같은 순간들. 지금의 내 상태와 마음을 반영하는 붓과 종이. 머리와 호흡과 손의 작용. 지난한 시간을 잘 견디고, 통과할 수 있다면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성과와 보람.
어느 날 제 수업을 듣는 학생이 얘기했어요. 우리가 사는 삶에서는 내가 하는 일과 과정을 이렇게 뚜렷하게 보기 힘들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도 느끼기 힘들 때가 많은데, 선긋기를 하다 보면 스스로 발전하는 모습이 눈에 선명하게 보여서 행복하다고요.
나의 뻣뻣하던 몸이 반복되는 스트레칭 없이 유연해지기 힘들 듯이 선긋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직선하나 제대로 긋는 일이 쉽지 않고, 그 기본적인 것을 갈고닦으면 다른 어려운 것들을 쉽게 해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그 지루하고 고된 과정을 거쳐야 훌쩍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이러한 경험들이 나를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정말로 멀티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주로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고 그렇게 집중해서 일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어요. 이 선긋기 연습이 어느 정도 이러한 나의 성향을 만든 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또 하나, 선긋기는 제게 회복 탄력성도 길러줬다고 생각해요. 이 기본적이고도 지루한 과정을 거쳐야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배웠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