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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anosaur Aug 14. 2023

선택의 무게

거주국가, 직장, 직무, 결혼 등 선택할 게 너무 많은 서른

"인생은 왜 이렇게 선택해야 하는 것들이 많은 걸까!"

엄마와 통화하면서 푸념을 했다.

런던살이 3년 차, 만 나이 서른 하나. (3월생이라 만 나이의 득을 크게 못 봄)

2년이 넘도록 잘 살고 있던 집에서 느닷없이 9월 중순까지 모든 세입자들이 나가야만 하는 이슈가 생겼다.


우리 집은 런던 1존 Islington 구에 속한 Clerkenwell에 위치한 주상복합형 플랏이다. 100년의 역사를 지닌 건물임에도 외관 관리가 잘 되었는지 여전히 사랑스럽다. 매우 근접한 Angel, Farringdon, Barbican까지 우리 동네다. 개인적으로 Clerkenwell은 런던에서 제일 살기 좋은 동네라고 꼽는다. 런던 센트럴임에도 쾌적하고 안전하며 고요하고 자연과 어우러져 있다. 인테리어와 가구로 유명한 지역이라 관련 숍도 즐비하다.

Bank 역에 위치한 회사와 Covent Garden, Soho 등 자주 가는 센트럴 지역은 도보 30분 컷이라 대중교통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최고의 위치와 넓은 룸 크기, 시세 대비 말도 안 되게 저렴했던 렌트 덕에 비싼 런던 물가에도 저축이 가능했다.


내게 런던은 화려한 로데오 Regent Street이 아니라 곧 우리 동네였다. 런던생활 총기간의 72%를 머문 이 집은 계절마다 새롭게 참 예뻤다. 그런데 이 집을 떠나야 한다니.

이는 내년쯤 한국으로 아예 귀국할까 고민했던 마음에 부스터를, 그리고 일정을 앞당기는 트리거가 되었다.

어느새 Move out 해야 하는 일자로부터 34일이 남았다. 귀국행을 결정하고 나니, 이에 수반되어 결정해야 하는 것들이 참 많았다. 현 회사를 퇴사하고 한국 기업으로의 이직을 준비해야 했고, 3년간 쌓인 짐들을 정리해야 하는 와중에 9월 초중순쯤 런던으로 여행이 예정된 가족까지 맞이해야 했다.

하지만 월등히 높아진 부동산 시세와 이사한다고 소모될 에너지와 비용, 그리고 한국 문화상 어쩔 수 없는 나이와 연차를 고려하면, 정리하고 한국 가서 자리 잡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귀국을 확고하게 결정 후, 누군가로부터 거주숙소에 대한 달콤한 제안이 들어왔다. 현 비용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독립 거주가 가능한 원베드 플랏에서 약 4개월간 머무를 수 있는 기회였다.


한국의 이직할 기업과 거주지역에 대한 계획을 어느 정도 잡아가던 중이라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한 달 안에 3년 치의 생활을 급하게 정리해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긴 했다. 약 5개월을 더 체류하고 떠날 경우의 이점에 대해 파악하며 고심한 끝에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해당 기간 만큼 쌓일 '돈'과 '생산성'이 결정 요인이다.

현재와 비슷한 비용 수준을 유지하며, 4.07%의 예금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한정된 기간을 바짝 활용하여 직무 경쟁력을 갖추면서, 천천히 런던의 삶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


두 번은 없으리라 다짐했던 이사를 생각하면 양껏 축적된 짐들을 옮길 엄두조차 안 나지만, 귀국 앞두고 미리 1차 초벌정리를 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남은 시간들이 어떻게 흘러갈지, 어떤 결과물을 낼지 점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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