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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가지고 싶어요

시험관. 냉정한 현실과 뜨거운 마음 사이.

by 쮸빗
가족
<명사>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다.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엇일까? 당신이 신혼부부라면 배우자가 가족일 것이고, 더 나아가 양가의 부모님이나 형제, 자매를 가족이라 해도 무방할 수 있겠지만 일단 새로이 가정을 꾸린 만큼 나와 나의 눈앞에 있는 반려자 이 둘을 가족이라 부르기로 하자.

당신은 결혼 전부터 계획을 짜두었고 반려자와 충분한 대화를 나눈 끝에 아이를 가지기로 결정 내렸다. 그렇게 두 사람은 부푼 기대를 가슴에 품고 함께 시간을 가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올 작은 새 생명을 생각하며 말이다. 한 달 두 달.. 그리고 1년이 지나고 또 몇 달.. 두 사람은 본인들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느꼈다. 오랜 기간 관계를 가졌음에도 두 사람에겐 새로운 소식이 들리지 않았고,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 '난임' 이를 인지한 두 사람은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병원을 찾게 되었다.

'난임병원' 세상 어떤 병원이 반갑겠냐만은 이렇게나 들어가고 싶지 않고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병원이 있을 줄은 당신 부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방문 전 온라인을 통해 겉핥기식으로 알아보긴 했지만 무엇하나 쉬이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주변에 마땅히 물어볼 곳도 없었다. 부끄러움과 불안함이 가슴 한편에서 점점 커지는 걸 느끼며 당신 부부는 병원으로 들어선다. 모든 게 처음인 두 사람을 처음 맞이하는 순간적으로 머리에 떠오른 이 한 마디였다.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아..?'


뉴스에선 출산율이 저조하니 지방소멸은 물론 나라가 소멸 위기니 어쩌니 난리였지만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가지고 싶어서 병원을 찾는다니. 머리론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괜스레 어딘지 모를 동질감이 들어 조금은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다. 한참의 대기 시간이 흐르고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간 진료실. 그렇게 그날 당신 부부는 난임부부가 되었다.


여기까지가 난임병원과의 첫 만남이다 아직 진료, 처방 등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이야기를 여기서 끊은 이유는 병원을 찾기까지 두 사람이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넘치는 두 신혼부부가 임신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기까지, 그리고 병원 방문을 결심하기까지. 글로는 간단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서로를 탓하는 부부도 있을 거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부부도 있을 것이며, 서로를 위로하는 부부도 있을 것이다.


당신 부부는 어떠했는가? 내가 본질적으로 묻고 싶은 건 두 사람이 문제를 인지했을 때 서로에게 의지가 되었는가이다. 병원을 방문하기로 마음먹은 것 자체가 응원할 일이긴 하나 이 과정에서 일방적이고 본인은 잘못이 없는데 당신이 문제 다는 식으로 언쟁이 있었다면 나는 아이의 존재유무를 떠나 과연 행복하게 두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지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라 말해주고 싶다.


당신 부부는 첫 위기를 함께 헤쳐나갈 준비가 되어있는가.


글의 앞부분에서 당신 부부는 이미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분명 좋은 일이자 부부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이다. 다만 우리는 우리 역시 사람이며, 예상치 못한 일에 직면했을 때 낙담하고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여기선 난임이 그것이다.


실제로도 병원을 찾은 부부 중 이전에는 분명 사이가 좋고 누구보다 끈끈한 문제없는 부부였지만 난임으로 인해 부부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해 이전의 관계를 회복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잠깐이나마 관계가 틀어지는 것은 충분히 이해 가능한 일이다. 다만 이 틀어짐이 계속 이어지고 더 악화되는 건 분명 앞으로의 결혼 생활에 문제가 된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사실은 이 좌절감을 나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반려자 역시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으며, 그 혹은 그녀는 어쩌면 더한 좌절감과 자책감에 마음깊이 상처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같은 고통과 좌절을 느끼고 있을 우리이기에 누구라도 먼저 이를 빨리 떨쳐내고 기운을 내는 것, 더 나아가 반려자를 위로하고 함께 눈물 흘려주는 것,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정하는 것. 그러한 과정이 부부라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 가장 아픈 순간 당신 옆에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함께 고통을 나누는 당신의 반려자임을 잊지 말자.


만약 당신이 이러한 상황에 처해 고민하고 있다면 당신의 반려자와 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도록 하자. 지금까지 잘해왔기에 지금 당장의 좌절은 둘이 함께 얼마든지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당신 부부를 더욱 탄탄하게 다져줄 것이고 앞으로의 과정을 헤쳐나갈 능력을 가져다줄 것이다. 이러한 기반 없이 약해진 부부가 난임이라는 길을 걷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길이 될 것이다. 그러니 보다 단단해지고 끈끈해지자. 서로를 확인하고 서로를 끌어안자.

다음글엔 보다 세세한 난임병원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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