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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살 Feb 05. 2019

부모의 나이



  아빠가 허리를 조금 다쳤다. 무거운 화분을 혼자 옮기다가였다. 밥을 먹고 일어나는 아빠의 입에서 아이고 소리가 불경 외는 것처럼 쏟아져 나왔다. 


  고등학생 때부터 부모님이 이제 늙어간다는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전까진 집에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던 안경이라는 물건이 나타났고 식자재 포장지에 적힌 성분 표시를 나에게 읽어달라고 하는 일도 많아졌다. 자연의 순리겠지만, 늙어가는 부모를 볼 때면 매 순간 씁쓸한 바람이 인다.


  부모가 자식의 나이를 잊는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지만 자식이 부모의 나이를 헷갈리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 부모는 자식이 한 해 한 해 자라나는 것의 즐거움을 양분으로 사는 존재지만 어린 자식이 보기에 부모는 주름살이 한 줄 늘든, 머리카락 한 올이 더 희어지든 든든한 가정의 기둥이자 울타리이기 때문이다. 나도 우리 부모님의 나이를 생각할 때 항상 ±2 정도의 오차범위를 가진다. 아빠가 허리를 다친 날, 엄마와 아빠의 나이를 생각하다가 문득 중학교 시절 수학 문제집에서 많이 봤던 문제의 유형이 하나 생각났다.


진수는 올해 14살이고 어머니의 나이는 45살이다. 앞으로 어머니의 나이가 진수의 나이의 두 배가 되는 건 몇 년 후인지 구하라.


  문득 나와 우리 엄마가 그럴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해 보니 아직은 택도 없었다. 계산해보니 11년은 더 있어야 했다. 11년이라… 그때는 나는 30대, 엄마는 환갑 잔치가 과거가 됐겠고 아빠는 칠순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더 빨리 간다고들 말한다. 아직 효도 한번 제대로 한 적 없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 매 순간 매 순간 나태한 순간이 엄청난 시간 낭비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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