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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살 Sep 29. 2019

시월의 민들레꽃

은행잎도 함께

 



 이곳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점은 바로 민들레꽃이 많다는 것이다. 내가 살던 고향에서는 민들레가 봄꽃 중에서 가장 늦게 지는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오뉴월이면 모두 하얗게 변해 날아갔다.

  하지만 이곳에는 내가 전입 온 7월 말에도 민들레가 눈길 가는 곳마다 피어 있었다. 북쪽이라 좀 늦게 지나 보다~ 그랬었는데, 내일모레면 이름만 들어도 갈색 마른 낙엽이 느껴지는 시월인데도 노란 민들레가 햇빛을 한껏 반사하고 있다.

  민들레 꽃잎은 봄과 같은 노란빛을 은행나무에게로 보낸다. 내 마음속에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 민들레꽃이라면, 바람이 지나가는 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은행잎이다. 샛노란 은행잎의 떼가 바람에 흔들려 내는 소리와 그 반짝거림은 다른 모양의 나뭇잎들은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다.

  시월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달이다. 내가 태어난 달이니까. 지금 빛나고 있는 민들레들이 시월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은행나무와 함께 이곳을 노란 유화로 만들어 준다면, 나에겐 더없는 생일 선물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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