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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생양 Jan 27. 2016

뿌리 깊은 나무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다가올 미래를 꾸준히 그리고 단단히 준비하며

최근들어 클라이밍 이라는 실내 스포츠를 시작했다. 우리가 아는 그 암벽등반이다. 처음에는 위로 꾸역꾸역 오르는 단순한 운동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매달려서 올라가는 것 이상의 심오한 운동이다. 무분별하게 붙어있다고 생각한 홀드들은 사실 각각 코스별로 난이도를 고려한 출제자들의 고심한 흔적이다. 낮은 난이도의 코스는 출제자의 의도와 다르더라도 조금의 힘만 쓰면 해결할 수가 있다. 하지만 난이도가 조금만 올라가면 의도하지 않은 자세나 부족한 힘으로는 당췌 완등할 수가 없다.


약 세달 정도 수업을 들었는데, 어찌보면 수업이라기보다는 낮은 난이도의 코스를 반복하기만 하고, 실제로는 벽에 오래 매달려 있다거나 홀드를 한손으로 잡고 땡기거나 버티는 훈련만 하였다. 그래서 크게 배우는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제 수업에서도 슬슬 난이도가 올라간 코스를 도전하게 되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기본적인 자세를 어느 정도 몸에 익히고 시도를 해보니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시도했다가 떨어지던 시절하고는 확연히 다르다. 미끄러질듯한 홀드에서도 어떤 자세로 유지를 해야될지 고민하고 시도해보고, 힘이 부족해서 떨어지던 곳에서도 홀드를 꽉 잡고 자세를 고쳐잡거나 능숙하게 다음 홀드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수강하는 기초반 수업시간에 강조하고 실제로 훈련하던 것은, 여러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바른 자세와 지구력 밖에 없었다. 선생님도 지구력이 있어야 벽에 더 매달리고 더 매달린만큼 배울수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하나 하나 동작을 할 때도 홀드의 위치와 요구되는 정확한 동작이 더 어려운 곳에 가더라도 버틸 수 있는 기본이 된다고 하셨다.


수업을 듣다보면 크게 배우는 느낌은 없고 반복훈련만해서 지겹게 느껴지는 경우가 왕왕 있었는데, 알게 모르게 쌓이고 있던 나의 지구력과 근력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뭔가 살짝 되는듯한 느낌이 들더라도 대충 넘어가지 않고 천천히 반복하면서 몸에 새겨둔 자세들이 더 어려운 난이도를 도전할 때의 기본 동작들이 되었다.


비단 취미 생활로 하는 운동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한참 어린 아이에게 남들 다 간다고 학원에 보내서 이해하기보다는 진도 빼느라 급급해 하는 부모들부터, 시험 때 다되서 이해하기 보다는 암기만 해서 벼락치기를 하는 대학생들, 결국에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을 알면서도 정신없이 엉성한 업무를 빠르게만 진행하고 있는 직장인들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한다.


천천히 그리고 단단하게 기본을 쌓아가면 두려움이 없다. 처음에는 남들보다 뒤쳐지는 듯한 느낌도 들고, 예정된 진도보다 느리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짧지 않은 그 시간을 돌아볼때 쯤에는 그 결과는 유의미하게 다를 것이다.


다가올 큰 폭풍우에도 굴하지 않을 뿌리 깊은 나무를 꿈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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