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둘째 손가락 첫 번째 마디에
미약한 따가움이 느껴졌다.
그저 있을 때는 전혀 못 느낄 아픔이지만
세수나 설거지를 할 때 물이 닿으면 아렸다.
언제 어디서 베인 건지, 찔린 건지 아니면
찧은 건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으나
모양이 베인 것이었다.
크지 않은 상처여서 무심히 방치했더니
어제는 화끈화끈 열감이 느껴져 빨간 약도 바르고 반창고도 붙였다.
요리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문구 칼로 오리고 붙이는 작업을 한 적도 없는데
어디서 생긴 것일까 의아했다.
이렇게 우리는 생긴 이유도 모르는,
그저 조금 불편한 상처들을 다반사로 입으며
일상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손가락이 아니라 마음에 생긴 상처였다면 의문을 넘어 혼란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스쳐가듯 저절로 잊히거나 아물지 않고
저 손가락처럼 덧나기라도 하면
마음에는 어떤 약을 찾아 바르고 보듬어야 했을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유를 모르는 마음의 쓰라림..
그것이 우울이며, 나이 듦의 테이며, 인생의 구김일까
나는 얼마나 나도 모르는 것들로 인해
구겨져 있는 걸까
확실히 손가락은 마음보다 빨리 나았다.
두어 번 약 바르자 금세 멀쩡해졌다.
그런데 오늘 똑같은 자리에 또 같은 상처를 입고 말았다.
이번에는 이유가 분명히 밝혀졌다.
급하게 책장을 넘기다 종이에 베인 상처였다.
이유를 알아서인지, 아직 덜 아문 곳이라 그런지 전보다 아팠다.
이번에는 정성 들여 소독을 했다.
그리고 고민했다.
나도 모르게 입었다 저절로 아물어버린
아니 잊혀 버린 상처들,
가라앉아 있다 어쩌다 바람의 방향이 달라진 날, 뿌옇게 떠올라 안절부절못하게 만드는 욱신거림.
뚜렷이 기억나지 않으면 완전히 잊힐 때까지
눈을 감고 있는 게 좋을까
그러나 제대로 보살피지 않아 덧나기라도 하면
더 오래 앓을 것이다.
이유 없이, 아니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그런 오열이 터지는 날,
소독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이듯 그 슬픔을
분석하기로 한다.
필시 언젠가 입었던 상처가 덧나려 하는 건지도 모르니..
분석을 위해 나는 뜨문뜨문 글을 쓰고,
불규칙하게나마 책을 읽고
자주 바람의 냄새를 맡고 있다.
혹시 잊혀진 그날 같은 바람이 불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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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Luis Villasmil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