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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의 낭만 도시, 하코다테

이 글은 함께 여행한 두 명의 저자가 참여하였습니다. <오변의 여행일기>에서는 여행지에서의 감상을 오변이, <강쉡의 먹방일기>에서는 여행하며 먹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강쉡이 썼습니다.


오변의 여행일기


생사과는 안 파는 사과의 고장 아오모리를 떠나 드디어 홋카이도의 관문 하코다테로 왔다.


홋카이도는 일본 최북단에 있는 섬으로 그 면적이 한국의 80% 정도나 되니 굉장히 넓다. 그에 비해 인구는 500만 명 정도밖에 살지 않아 인구밀도로 따지만 한국의 1/10에 불과하다.


한국에는 이렇게 넓은 섬이 없기 때문에 어느 곳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에서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라고 하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일본에서는 "홋카이도에 살고 싶다"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만큼 매력적인 지역이고 일본 내에서는 항상 최고의 관광지로 꼽히는 곳이다.


홋카이도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도’라는 행정구역을 쓴다. 한국에서는 경기도, 강원도처럼 도라는 행정구역명을 계속 사용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홋카이도를 제외하면 도라는 행정구역은 모두 사라졌다(도쿄도의 '도'와는 한자가 다르다).


홋카이도는 면적이 굉장히 넓은데 비해 교통수단이 아주 발달하지는 않았다. 신칸센이 커버하는 지역도 많지 않아 가령 최북단인 왓카나이를 가려면 한나절을 다 소비해야 한다. 처음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일본 최남단인 이리오모테와 최북단인 왓카나이를 모두 가 보려고 했으나 막상 귀찮기도 하고 여기서 또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딱히 보고 싶은 것도 없고 해서 그냥 포기했다.


홋카이도산 농축산물의 일본 내 위상은 대단한데, 가령 밀의 70%나 감자의 80%, 양파의 75%가량은 모두 홋카이도에서 나온다. 그래서 홋카이도라고 하면 농업을 떠올리게 된다.


홋카이도는 북쪽이고 사할린 섬 바로 아래에 있으니 추울 것같지만 정말 추운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삿포로 같은 도시의 겨울 기온은 서울과 비슷하다. 그러나 눈이 굉장히 많이 내리기 때문에 독특한 문화가 있는데, 가령 자동차 신호등이 가로로 되어 있지 않고 세로로 되어 있다. 신호등 위에 쌓이는 눈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리고 도시를 벗어나면 도로 경계에도 긴 막대 같은 것이 꽂혀 있는데 눈이 많이 내리면 도로의 경계를 알기 어려워 만든 시설이라고 한다.


홋카이도는 아이누족이 많이 사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아이누족이 지금은 일본본토 사람과 많이 동화가 되어 인구가 많이 줄어들었다. 아이누족은 일단 외모부터가 일본본토인과 달리 폴리네시아인과 비슷하다. 러시아와 가깝기 때문에 러시아인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본본토인이 일본섬에 정착하며 원래 살고 있던 아이누족을 북방으로 밀어냈기 때문에 현재 홋카이도에 많이 거주하고 있을 뿐이다. 아이누족은 오랜 기간 동안 차별을 받아와서 소득이 낮아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예전에 대학에 다닐 때 아이누족에 대해 수업을 들었으나 20년도 넘게 세월이 흘러버려 거의 다 까먹었고 사실 홋카이도에 머무는 동안에 아이누족을 마주칠 일이 없었다.


하코다테는 혼슈에서 홋카이도로 들어가는 관문 같은 도시다. 이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 최대의 항구도시는 아이러니하게도 남쪽 규슈에 있는 나가사키와 닮았다. 두 도시 모두 항구도시인 데다가 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 서양색의 건물이 많은 데다가 똑같이 노면전차가 다니고 도시 안에 높은 산이 있어서 야경이 유명하다. 나가사키에 가면 나가사키가 세계 3대 야경 중 하나라고 하고 하코다테에 가면 하코다테가 세계 3대 야경 중 하나라고 한다. 어차피 세계 3대 야경이라는 것을 누가 대단한 근거를 가지고 만드는 것이 아니니 그냥 그런가 보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본 지방행정에서 홍보하는 소위 세계 3대 야경에는 대개 서울이나 여수, 부산 등도 들어가 있지 않지만 서운해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부다페스트도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일본에서 말하는 야경은 보통 산에 올라가 보는 도시 풍경을 말하는 것이지 글자 그대로 밤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말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뭐, 부다페스트에도 산이 있지 않느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굳이 산까지 오르는 수고를 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어설프지 않다.


4885A59F-59D0-40E9-8135-6EDAC3EEE62C_1_201_a.jpeg 하코다테 노면전차


어쨌든 하코다테 역시 나가사키와 마찬가지로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올라가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데, 또 나가사키와 마찬가지로 어마어마하게 줄을 서야 한다. 굳이?라는 생각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하코다테가 나가사키와 마찬가지로 서양풍의 건축물이 많이 생긴 것은 1854년 체결한 미일화친조약으로 일찍부터 개항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막부는 미국 페리 함대에 굴복해 200년간 이어져 오던 쇄국정책을 거두고 불평등조약을 맺어 개항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깨달음을 얻은 일본은 똑같은 방식으로 조선을 위협해 강화도조약을 맺게 된다.


하코다테가 가장 자랑하는 볼거리는 역시 야경이고, 잘 밀지는 않지만 고료카쿠라는 별 모양의 요새도 유명하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간 곳은 하치만자카 언덕이었다. 본래 하치만 궁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정작 하치만궁은 꽤 멀다. 아마 이전을 하지 않았나 싶다. 일본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한국사람은 다 아는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언덕에서 가로수 사이로 내려다보는 하코다테 항의 모습은 굉장히 아름답다. 우리가 갔을 때 날씨가 잠깐 좋아 초록의 나무 사이로 슬쩍 보이는 푸른 바다도 아름다웠지만 그냥 동네 분위기 자체가 이국적이다. 관광객도 많고 유난히 학생들이 많은데 학생들은 모여서 무슨 과제 같은 것을 하는 것 같았다.


482C8E6F-A474-48A7-B1DD-A7611D18DC88_1_201_a.heic 하치만자카에서 본 모토마치 공원과 하코다테 항


언덕 가장 높은 곳에는 홋카이도 하코다테 서고등학교라는 학교가 있는데 이 학교는 위치상 경치가 아주 좋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껏해야 경치 하나를 보자고 아이들 공부하는 학교에 들어가는 몰상식한 관광객이 되지는 않았다.


언덕에서 옆으로 살짝 걸어가면 구 하코다테구공회당 건물이 나온다. 콜로니얼 스타일이 굉장히 독특하고 예쁜 건물이다. 1910년에 일종의 상공회의소 건물로 지어졌는데 황태자가 숙박하기도 하고, 전시회나 연주회의 장소로 쓰이기도 하고, 병원이나 군 사령부 건물로도 쓰였다가 다시 시민들의 집회 장소로 쓰였다고 한다. 어마어마하게 낡았던 목조건물이었던 것을 1980년부터 대수리공사를 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지금은 과거 사교의 장소를 재현해 놓은 관광지로서의 역할을 주로 하고 있고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한다고 한다.


720B862C-DF6A-43EC-AE75-C22188E54622_1_201_a.heic 하코다테 구 공회당


이 공회당 앞으로는 모토마치 공원이 있고 그 앞에는 페리광장이라며 페리제독의 동상이 있는 공원이 있는데 외국인 입장에서는 딱히 흥미롭지는 않다.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반대편으로 가면 로마가톨릭 성당인 모토마치 성당이 나오고 바로 맞은편에 러시아정교회 성당인 하리스토스성당이 나온다. 여기서 몇 발자국을 더 가면 히가시혼간지라는 불교 절이 나오는데, 애초에 이곳 하치만자카의 하치만은 일본 신토에서 서기는 군신의 이름이다. 이곳이 이렇게 가톨릭, 정교, 불교, 신토가 이웃하며 종교타운이 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먼저 모토마치 성당으로 갔다.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작은 로마가톨릭 성당이다. 1859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곳으로 현존하는 건물은 1923년에 재건되었다. 실제로 예배를 드리는 경건한 곳이기 때문에 조심스레 입장을 하였는데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것이 일본스럽고 특이하다. 내부는 유럽의 성당처럼 아치형의 지붕과 스테인드 글라스로 되어 있고, 제단은 로마 교황으로부터 하사 받은 것이라고 한다.


CD9A6E3E-EE6C-4239-96E5-A27EEBF4C21A_1_201_a.heic 모토마치 성당


맞은편에 있는 하리스토스 성당은 일본 최초의 정교회 성당이다. 1860년에 지어졌으니 모토마치 성당과 거의 같은 시기에 지어졌다. 막부와 러시아는 1855년 러일화친조약을 맺고 1858년에는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해 하코다테 항을 개항하게 된다. 1860년 하코다테에 러시아 영사관을 짓게 되었고 이 성당은 러시아영사관의 부속 성당으로 짓게 되었다. 초대 성당은 1907년 화재로 소실되었고 현재의 성당은 1916년에 재건된 것이다. 석고 벽과 녹청색의 지붕이 아주 독특한 곳으로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142E4DA0-1A5A-4420-937E-782235E8B318_1_201_a.heic 하리스토스 성당


언덕에서 내려와 항구 쪽으로 가면 굉장히 재미있는 가게들이 많다. 그중 카네모리 아카렌가 창고는 말 그대로 창고건물을 개조한 쇼핑몰이다. 세모난 지붕이 연속하여 있는 붉은 별돌 건물에 ‘수풀 삼’ 자, 일본어로 모리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이 건물은 1869년에 세워진 오래된 건물인데 지금은 식당과 선물 가게들이 들어가 있고 특히 액세서리를 파는 곳이 많았다. 굉장히 실용적이고 예쁜 컵이 있었는데 유리라서 들고 가기 어려워 사지 않았다. 건물이 여러 채이고 규모가 꽤 크다.


FB4EC1F5-9B31-411A-AAEC-5E7AC6738822_1_201_a.heic 카네모리 아카렌가 창고


하코다테는 크게 볼 것은 없지만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고 무엇보다도 나가사키와 비슷하게 이국적인 분위기가 매력적인 곳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는 지역으로 인구가 0이 된 마을도 많이 생기고 있다. 일본은 그나마 지방자치가 발달되어 있고 큰 도시가 여럿이나, 한국은 오로지 서울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기에 인구가 급격히 줄어 일부 마을에는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고 있는 모습은 결국 한국의 많은 소도시의 미래 모습이 될 것이어서 안타깝기도 했다.



강쉡의 먹방일기


우리는 드디어 혼슈 여행을 끝내고 홋카이도 남부에 있는 하코다테역으로 갔다. 기차를 타고 펼쳐지는 바다 풍경이 멋지다. 이곳은 북쪽지역에서도 비교적 온화한 기후로 경제 문화 관광업이 발달하고 항구가 발전해 홋카이도 최대의 항구 도시다. 일본 여름은 우리나라보다 유난히 습하고 덥기 때문에 위도가 높은 북해도 지역을 많이 여행한다. 근데 아직까지는 위도가 높지 않았던지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뙈양볕이 내리쬐는 여름날씨였다.


숙소에 짐을 맡기고 노면전차를 타고 하치만자카 거리로 갔다. 자카는 언덕이라는 뜻인데 바닷가 보이는 경치 좋은 언덕에 펼쳐진 거리다. 영화 ‘러브레터’에서 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거리가 바로 이 하치만자카라고 한다. 일본 개항시기에 개방한 고베, 나가사키 같은 지역처럼 근대 서양문물을 개방한 항구 중 한 곳이다. 지금은 그 보존된 건물들과 거리들이 레트로한 거리가 되어 관광객들을 부른다. 언덕을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 더위를 식혀 준다. 하치만자카 메인거리 아래로 그림 같은 바다 풍경이 멋스럽다.


E89D41D8-7D9F-4102-BD28-81CD5CCD6C24_1_201_a.jpeg 하치만자카에서 본 하코다테 항


옛 항구도시의 상징인 종교 건축물이 많다. 모토마치 성당과 하리스토스 성당, 성 요한 교회등 예스러운 건물이 아기자기하다. 건물들이 전부 파스텔 톤으로 되어 있어 동화 속 건물들을 보는 것 같다.


언덕에서 내려오면 시원한 바다풍경에 옛 건물들이 줄을 서 있다. 옛 창고 내부를 개조해 지금은 거대한 상점가가 되어 있다. 천장이 높고 넓어 구경하기 좋은 곳이다. 원래 하코다테는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 이곳의 독특한 야경이 매우 인기 있는 곳이다. 다만 우리는 이미 나가사키에서 항구의 야경 풍경을 한번 봤었고 개인 정비 할 시간이 필요해 이번 하코다테에서는 한번 쉬기로 했다.


5BBF429E-EB78-4C33-AD8C-2EF7BA7D070F_1_201_a.jpeg 카네모리 아카렌가 창고 내부


McDonald's Hakodate Matsukaze |


이번 일본여행에서 처음 맥도널드를 가 보았다. 일본에서 맥도널드의 이미지는 우리나라와는 다른데 버거킹, 롯데리아 등 다양한 패스트푸드 선택지가 있어 상대적으로 힘을 못쓰는 우리나라에 비해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독보적인 1위다. 약 2900여 개의 매장 있어 아주 시골동네가 아니면 볼 수 있다(우리나라는 현재 400여 개점이 있다고 한다). 지방에 있는 동네는 드라이브 스루, 테이크 아웃으로 되어 있어 가족단위 포장 방문객이 많다고 한다.


일본 식품 역사에서 맥도널드는 햄버거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후지타 덴이 1971년 7월 긴자 미츠코시백화점에 1호점을 내어 고급화 전략으로 들어왔고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하였다. 이후 일본의 버블경제가 꺼지고 주춤하다가 2003년 하라다 에이코우가 대형 프랜차이즈 전략을 세워 효율적인 관리 시스템 구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24시간 영업 도입, 맥카페 100엔 커피와 맥모닝 도입으로 샐러리맨들의 간단한 아침 식사를 책임지며 음식점이 아닌 하나의 문화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그리하여 다이소, 유니클로와 함께 디플레이션 사회의 성공기업을 대표하는 3대 기업이 된다.


훗카이도산 버터 데리 버거 & 홋카이도 해쉬브라운 버거 세트


일본에서 맥도널드 가격은 시가(?)인데 지역 부동산 가격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낙농업과 감자가 유명한 홋카이도 만의 지역 특색을 낸 버거세트가 있어 주문했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주문을 할 때 번호판을 주는데, 번호판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점원이 음식을 직접 테이블로 가져다준다. 그리고 감자튀김에 케첩을 안 준다! 케첩을 매번 리필해서 먹던 내 입장에서는 조금 당황스러웠는데 기본 감자튀김 간이 우라 나라의 것보다 더 간간해 소금맛으로 즐긴다고 한다. 버터 데리 버거는 풍부한 우유향 느낌의 버터맛이 느껴져 꽤 놀랐다. 달큼한 소스가 짭짤한 감튀와 궁합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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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커피 & 마카롱 세트


이날 꽤 땀을 흘리며 길을 헤매고 돌아다닌 터라 조금 지쳐 추가로 시킨 메뉴다. 딸기, 초코, 바닐라 맛의 가격대비 퀄리티 높은 마카롱을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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