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함께 여행한 두 명의 저자가 참여하였습니다. <오변의 여행일기>에서는 여행지에서의 감상을 오변이, <강쉡의 먹방일기>에서는 여행하며 먹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강쉡이 썼습니다.
뉴토 온천 마을에서 다시 다자와코 역으로 와서 기차를 타고 하치노헤 역으로 갔다. 우리가 이름도 생소한 하치노헤 역 근처에 숙소를 잡은 이유는 다음 날 오이라세 계류를 가기 위해서였다. 오이라세 계류는 하치노헤에서도 갈 수 있고 좀 더 멀지만 아오모리에서도 갈 수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어차피 아오모리에 갈 예정이었는데 그냥 아오모리에 숙소를 잡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한다.
오이라세 계류는 국가특별명승지 및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약 오이라세 강을 따라 14km 정도 되는 긴 오솔길을 걸으면 끝에는 바다처럼 넓은 도와다 호수가 나온다.
우리는 아침 일찍 하치노헤 역에서 버스를 탔다. 이 버스는 JR에서 운영하고 있어서 JR패스를 가지고 있으면 별도의 요금 없이 탑승할 수 있다. 한 시간쯤 버스를 타고 오이라세 계류관에 도착했다. 보통 이곳에서부터 출발을 하는데 의외로 내리는 사람이 별로 없다. 오이라세 계류관은 관광안내소 같은 곳인데 무료로 지도를 구할 수 있고 간단한 기념품도 판다. 이곳에서 자전거 렌털도 할 수 있기는 하다.
인터넷이나 방송영상을 찾아보면 오이라세 계류를 여행하는 방법은 도보나 자전거, 버스의 세 가지로 나와 있는데, 대개 그중 자전거를 추천할 때가 많다. 그런데 그러한 소개와 달리 실제로 가 보면 자전거로는 도저히 여행을 할 수 없다. 오이라세 계류는 오솔길을 걷는 것이 여행의 핵심인데 아주 좁은 흙길인 데다가 정비가 잘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서 자전거로는 오솔길로 갈 수 없다. 그래서 자전거를 탄다면 결국 찻길로 가야 하는데 일본의 찻길은 폭이 아주 좁다. 그런데 이 좁은 찻길에 관광버스도 다니고, 승용차도 다니고, 트럭도 다닌다. 사람이 있다고 속도를 줄이는 것도 아니라서 아주 위험하다. 두 발로 조심해서 걸어가도 위험한데 자전거로 다니면 더더욱 위험하다. 게다가 찻길에서는 이 계곡 물과 숲의 풍경을 볼 수도 없다. 그러니 자전거로 다니면 경치는 못 보면서 힘은 들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좋은 선택이 아니다. 실제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나이 많은 어르신들도 대개는 도보로 여행을 한다.
구글맵의 타임라인 기능으로 보니 우리가 걸은 거리가 15km가 좀 넘었다. 군대에 있을 때 행군을 생각하면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3분의 2 쯤부터는 체력이 많이 달렸다. 중간중간에 쉴 곳이 있기는 한데 쉬는 공간이 아주 많지는 않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주요 포인트마다 버스정류장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약 중간에 돌아가고 싶으면 버스를 탈 수도 있다. 다만 버스가 하루에 몇 대 없는 게 함정이다.
이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대개 걸어가거나 버스로 단체여행을 하는데, 투어버스는 주요 포인트에 내려서 잠깐 보고 가는 식인 것 같았다. 그런데 그 포인트가 특별히 더 좋은 것도 아니어서 그냥 공간 넓은 곳을 포인트로 한 것이 아닐까 싶기는 했다.
우리가 갔을 때는 7월 3일이었는데 비가 자주 오는 기간이어서 그런지 물이 많았고 길에 물이 고여 있거나 질척거리는 곳이 많았다. 결국 거의 3분의 2쯤부터는 비가 부슬부슬 오기 시작해서 마지막인 도와다 호수에 갔더니 빗줄기가 제법 굵어졌다. 비가 오니까 덜 더워서 좋기는 한데 옷이 젖어서 불편하긴 했다.
이곳의 계곡은 정말 아름답다. 사진으로 봤을 때 그래픽으로 보정해서 하얀 물결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물결이 크고 작은 바위에 부딪혀 마치 하얀 솜사탕이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계곡에 쓰러진 나무들이 많은데 치우지 않고 그대로 놓아 그 자체로 운치가 있다.
몇 군데 폭포가 있는데 사실 마지막쯤에 있는 초시오타키 폭포 외에는 나머지는 폭포 폭 자에 붙은 사나울 폭 자가 약간 민망할 정도로 작은 규모다.
초시오타키 폭포는 도와다 호수 가까이에 있는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많은 가이드들이 이 폭포 때문에 물고기가 상류로 올라갈 수 없어 도와다 호에는 물고기가 서식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한 설명과 달리 물고기가 많고 심지어 제법 굵은 애들도 있었다.
이곳은 계곡만 볼만한 것은 아니다.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울울창창한 나무들과 흙에 깔린 이끼들로 온통 초록색이어서 마치 초록색 필터를 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11시 반에 출발한 우리는 거의 쉬지 않고 걸어서 오후 3시 반쯤에 도와다 호수에 도착했다. 이렇게 쉬지 않고 걸을 수밖에 없는 것이 돌아가는 버스가 4시쯤 한 대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버스를 놓치면 돌아갈 방법이 없어서 꼼짝없이 이곳에서 숙박을 해야 했다.
도와다 호는 면적이 약 60 제곱 km에 달하고 최심부다 334m로 굉장히 넓고 깊은 호수다. 투명도가 20m에 이르는 맑은 물이다. 이 거대한 호수의 물이 오이라세 계류로 흘러들어 가는데 호수에서 계류로 흘러가는 입구에 댐이 있어 계류의 수량을 조절하고 있었다.
우리가 도와다 호수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내리고 있어서 시야가 좋지 않았지만 마치 바다처럼 넓었다. 전전날 갔었던 다자와 호수도 넓었는데 이곳도 굉장히 넓고 잔잔한 데다가 바닥의 돌멩이가 보일 정도로 물이 굉장히 맑았다. 만약 체력이 남아 있었다면 호수를 잘 감상했을 텐데 버스 시간도 가깝고 오래 걸어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아 그냥 버스 터미널에서 쉬었다.
버스를 타고 다시 하치노헤로 돌아온 우리는 다음 날 아침 아오모리 역으로 갔다. 아오모리 시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아오모리 현에서 가장 큰 도시다. 아오모리 현은 혼슈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고 북쪽으로는 홋카이도와 접하고 있다. 아오모리 시는 항구도시지만 혼슈 최북단이 아니라 의외로 아오모리 현의 딱 중앙에 있다. 현의 지형이 마치 손으로 O자를 만들듯이 움푹 들어가 무쓰 만을 형성하고 바깥 바다로 나가는 길목이 좁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도의 영향이 적고 바다가 잔잔하다.
우리는 아오모리 역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을 맡기고 버스를 타러 갔다. 스가유 온천에 가기 위해서다. 이 버스 역시 JR패스가 있으면 별도 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스가유 온천은 핫코타산 900미터 고지에 있는 온천이다. 아오모리시는 적설량이 4m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곳 온천도 겨울에 방문하는 것이 유명한 것 같다.
아오모리 역에서 버스를 타면 1시간쯤 달려 중간에 카야노차야라는 곳에서 잠시 쉰다. 휴게소 비슷한 식당인데 정작 식당은 휴업 중이었다. 그런데 주변 잔디밭은 누가 관리하고 있는지 잘 다듬어져 있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20분쯤 가면 스가유 온천료칸이 나온다. 꽤 큰 규모의 온천인데 한 번에 1000명이 입욕할 수 있다고 하나 아마 이벤트 같은 것으로 기록을 만든 것 같고 한국의 대형 목욕탕처럼 크지는 않다. 1층에 식당이 있는데 마침 점심때가 되어 간단히 소바 한 그릇씩을 먹었다. 온천에 딸린 식당이라 별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꿀맛이었다.
스가유 온천은 남탕, 여탕이 따로 있고 대욕장이 혼탕으로 있다. 입욕료가 다른 일본 온천에 비해 좀 비싼 편이긴 하다. 대욕장은 두 개의 탕으로 되어 있는데 리뷰를 보면 남녀 구분이 되어 있다고 하나 실제로는 그냥 왼쪽은 남자 오른쪽은 여자로 쓰여 있을 뿐 탕 안에 별도의 칸막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탕이 짙은 유백색이라 탕 속에 들어가면 알몸이 잘 보이지는 않겠지만 탕에 오고 가면서는 당연히 알몸이 보일 수밖에 없다. 어차피 혼탕은 사실상 그냥 남탕이다. 온천에서 혼탕은 여성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따로 있다고는 하는데 구체적으로는 모르겠다.
유황냄새가 짙고 강산성의 물이라서 그 성분이 어떤지는 구체적으로는 몰라도 그냥 피부에 좋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일본의 여느 유명 온천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식의 제대로 된 샤워 시설이나 편의시설을 기대할 수는 없다. 온천 마을에 있는 온천이 아니라 사실상 독점이기 때문에 온천마을 료칸과 같은 일본식의 친절함도 기대하기 어렵다. 다른 것은 잘 모르겠고 식당이 맛있었던 기억만 있다.
온천을 하고 나와 원래는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오르려고 했다. 온천에서 케이블카까지는 버스로는 겨우 한 정류장이지만 거리가 꽤 되어 산길을 걸어서 한 시간 넘게 가야 했다. 인도도 없고 좁은 찻길이었다. 버스가 하루에 몇 대 없는데 시간표가 바뀌었는지 여기서 버스를 타고 가면 막차를 타야 해 케이블카에서 숙소로 돌아갈 방법이 없었다. 택시가 서 있길래 물어보니 예약된 택시였고 새로 콜택시를 부르면 오는데만 1시간이 넘게 걸려서 오는 택시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걸어가려고 잠깐 시도를 했다가 워낙 먼 산길이라 좀 막막해서 이내 포기했다. 하는 수 없이 그냥 버스시간까지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온천에서 조금 올라가면 굉장히 넓은 주차장이 나오고 관광안내소가 있는데 종종 등산배낭을 메고 다니는 어르신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등산하러들 많이 오는 것 같다. 주변에 도호쿠대학 식물원이 있는데 입장료는 무료라고 하는데 들어가지는 않았다.
좀 더 내려가서 지고쿠소마, 한국식 독음으로 지옥소로 갔다. 지옥이라는 명칭이 붙으면 대개 온천과 관련이 있기에 혹시나 싶었는데 이곳은 상당히 신비로운 곳이었다. 청록빛의 꽤 넓은 연못인데 곳곳에서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는 온천 연못이다. 그래서 물고기들은 살지 않고 바닥에는 노랗고 푸른 온천 성분들이 잔뜩 침전되어 있다. 한 여름인데도 김이 펄펄 나니까 꽤 뜨거울 것 같아서 조심스레 손가락을 대 보니 펄펄 끓을 정도로 뜨겁지는 않지만 실내 온천탕처럼은 뜨거웠다. 연못 끄트머리가 이 정도로 뜨거우니 가운데로 가면 훨씬 더 뜨거울 것 같기는 했다. 이곳은 벳부의 지옥 순례 코스처럼 잘 개발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흔한 안전펜스 하나 없는 곳으로 기껏해야 안내판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길도 제대로 낸 것이 아니라 그냥 사람이 오가다가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았다. 그래서 거의 자연에 가까운 온천연못을 감상할 수 있다. 숨어 있는 곳은 아니지만 방문하는 사람이 워낙 없었는데 우리가 한참을 구경하다 나갈 때쯤 서양 관광객 몇 명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잠깐 들렀을 뿐이었다.
이 근처 관광명소들은 이런 식으로 좀 방치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불상도 훼손된 채 그대로 있고 나무 통로가 언제 망가졌는지 모르겠지만 부서진 채 그대로 있고, 연못에 들어가는 입구도 정비되어 있지 않다. 관광안내소 쪽 큰 주차장 옆에 신사 하나가 있는데 호기심에 올라가 보니 길바닥을 나무로 깔아 놓기는 했지만 언제 정비하였는지 모르게 많이 훼손되어 있었고 워낙 벌레가 많아 좀 올라다 가다 포기하고 다시 내려왔다. 정말 좋은 관광명소가 많은데도 활용을 하지 않으니 사람들이 찾지 않는 것 같았다. 그냥 길가 연못에서도 온천이 펑펑 나오니 이 정도쯤이야 명소도 아닌가 싶었다. 한편으로서는 부럽기도 하고, 결국에는 이런 자연환경은 결국 지진과 화산 때문이니 별로 안 부럽기도 하고 그랬다.
그렇게 어물쩍 하루 여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우리 숙소는 이름은 료칸이지만 사실상 게스트하우스였다. 이곳에서 머물면서 재밌는 경험이 좀 있었다. 이곳에 간 시간은 오전이었는데 마침 세탁 업체에서 수건과 베개, 이불 커버 등을 가져다주어 혼자 낑낑 옮기시고 있길래 좀 도와드렸다. 숙박시설의 수건이며 매일 갈아야 하는 것들은 이런 식으로 납품을 하는 업체가 있었던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이걸 일일이 세탁하고 건조해서 잘 개어 놓는 것도 상당한 노동력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
이곳은 무엇보다도 욕실이 특이했다. 공용욕실이라 사용할 때는 문을 걸어놓는데 들어가 보면 일반 아파트 욕실보다는 넓지만 그렇다고 엄청 넓다고 할 수 없는 애매한 공간의 욕실이 나온다. 그곳에 욕조가 있는데 입욕제를 풀은 물을 가득 받아놓고 뚜껑을 덮어 놓는다. 이 욕조가 일종의 공용 욕탕인 셈이다. 이건 일본의 독특한 목욕문화인데 우리는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을 하면 그대로 흘려보내는데, 일본은 여러 사람이 돌려 쓴다. 그래서 욕조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이게 굉장히 꺼림칙한데 욕조를 일종의 공용 탕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다음 날 우리는 아오모리 역으로 가서 전날 탔던 같은 버스를 또 탔다. JR패스로 이용했으니 추가요금 부담이 없어서 좋긴 했다. 다만 그 JR패스 21일권이 60만 원이 넘는다는 게 함정이지만 말이다. 전날 가려다가 못 갔던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일본에서는 케이블카를 로프웨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자연환경과 풍광을 훼손한다고 잘 설치하지 않는데 일본에서는 굉장히 많이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아무래도 자연보호에 대한 인식이 적었던 옛날에 설치해 왔기 때문일 것 같았다.
케이블카는 자주 있는 것은 아니라서 시간을 좀 기다려야 한다. 이용객이 그만큼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케이블 카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가면 그 풍광이 굉장히 독특하고 아름답다. 산이 꽤 높은 데다가 잘 모르겠지만 화산지역 고유의 식생 때문일 것이다. 케이블 카 스테이션에서 내려 등산로로 가면 두 가지 코스가 있다. 하나는 30분 코스고, 나머지 하나는 60분 코스다. 버스 시간에 맞춰 60분짜리 코스로 가기로 했다. 전날에도 그랬지만 버스가 하루에 몇 대 없기 때문에 버스를 놓치면 꼼짝없이 오후 늦게까지 여기 있어야 했다.
길의 바닥은 모두 나무로 정비되어 있었는데 그 폭이 굉장히 좁아서 맞은편에 사람이 있으면 기다렸다 가야 했고, 더워서 반바지를 입고 갔더니 정강이에 상처가 생겼다. 그렇다고 긴 바지를 입고 가기에는 너무 더웠는데 그래서 다들 기능성이 있는 비싼 등산바지를 입나 싶었다. 30분짜리 코스나 60분짜리 코스나 모두 최종 목적지는 작은 연못인데 60분짜리 코스를 타면 빙 둘러 가야 한다. 그런데 그 걸리는 시간은 도대체 누가 재었는지 60분짜리 코스를 60분 만에 주파하려면 거의 뛰는 듯이 걸어야 했다. 게다가 믿었던 구글지도도 잘 되지 않았다. 굉장히 체력을 요하는 코스이긴 하나 만약 자차가 있거나 다른 이동수단이 있다면 느긋하게 감상하고 싶은 경치였다.
그렇게 미친 듯이 달려 연못을 찍고 다시 케이블 카를 타고 내려와 아오모리 역으로 돌아왔다.
다음으로 우리가 간 곳은 네부터 박물관 와랏세다. 이곳은 아오모리 네부타 마쓰리(축제) 때 사용한 네부타를 비롯하여 네부타 작품들과 만드는 과정 등을 소개하고 있다. 건물 자체가 네모 반듯한 붉은색이라 아주 눈에 띄기에 안 가볼 수가 없다.
네부타는 일종의 등불 같은 구조물이다. 옛날이야기 등을 소재로 하여 사람이나 동물 등의 형상을 만들어 그 안에 등불을 넣어 밤에 붉을 밝히며 행진을 한다. 먼저 나무로 큰 틀을 잡고 철사로 세부적인 틀을 만든 뒤 종이를 붙여서 만드는데 굉장히 정교하다. 요즘은 화재 위험성 때문에 LED를 사용하고 무게 때문에 알루미늄을 활용한다고도 한다. 요즘 네부타는 하단에 스폰서 기업의 이름을 걸어놓기도 하고, 아예 기업이 홍보 목적으로 네부타를 만들기도 한다.
네부타 마쓰리는 매년 8월 초에 개최하는데 17~18세기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네부터 마쓰리는 19세기에 잠시 중단된 적이 있었고 2차 대전 때 잠시 중단되었으나 전쟁이 한참이던 1944년에도 개최되었다. 그러다가 2020년과 2021년에 코로나로 인하여 개최되지 않았다. 전쟁 때도 개최된 것이 감염병 때문에 중단된 것이다.
네부타 박물관에서는 공연도 하는데 관객을 불러다 뭘 시키기 때문에 부담돼서 가까이 가서 보지는 않았다.
네부타 박물관에서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에이펙토리로 갔다. 공장 건물은 콘셉트로 해서 만든 깔끔한 현대식 건물인데 사과주를 만드는 공장이지만 대개는 사과 관련 상품을 파는 쇼핑몰로 오는 곳이다. 1층에는 식당과 사과 관련 상품을 파는 상점으로 되어 있고 2층에는 메밀로 만든 프랑스식 크러스티 케이크 갈레트를 판매하는 전문점이 있다. 중간에 사과주를 만드는 시설이 있어서 구경할 수 있다.
사과와 관련된 상품을 많이 팔고 있는데 싼 것은 싸고 비싼 것은 비싸다. 음식뿐만이 아니라 소품이나 가방 같은 것도 팔고 있다. 우리는 작은 사과주스 하나와 차를 샀는데, 주스가 굉장히 진하고 맛있었다. 주스가 이렇게 맛있으면 사과는 얼마나 맛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오모리는 일본에서 사과로 유명한 고장이다. 아오모리 현은 일본 전체 사과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전통 사과 재배 도구를 만드는 장인도 있어서 그들이 만든 사과 상자나 바구니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사과가 유명하다 보니 곳곳에 사과 관련 조형물도 많고 어느 상점을 가도 아오모리 사과로 만든 먹을거리를 많이 판다. 그래서 우리는 사과 맛을 좀 보려고 생 사과를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 없었다. 슈퍼를 가도 마트를 가도 계절과 상관없이 흔해 빠진 사과를 이곳 아오모리에서만큼은 구할 수 없었다. 진짜 여기저기 열심히 뒤진 끝에 겨우 편의점에서 잘라놓은 Dole 사과 하나를 구할 수 있었다. 그냥 어느 지역 편의점에 가도 파는 사과다. 원산지에 아오모리라고 되어 있길래 사서 맛만 보았다. 그냥 사과맛이었다.
그렇다면 아오모리에서 유명한 것은 사과가 아니라 사과 가공품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왜 이곳 마트에서는 유독 사과를 팔지 않을까 아직도 의문이다.
전날 뉴토온천마을에서 온천을 즐긴 후 하치노헤역에 있는 숙소로 이동해 일찍 휴식을 했다. 하치노헤에 이틀 머문 이유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오이라세 계류를 가기 위해서였다. 오이라세 계류는 하치노헤 역이나 아오모리역에서 버스로 갈 수 있는데 버스는 아오모리에서가 더 많았지만 거리상으로는 하치노헤역이 더 가까웠다. 일본에서 세 번째로 큰 도와다 호수에서 내려오는 강줄기가 오이라세 계류이며 14km 정도의 길에 숲과 폭포, 계곡의 경치가 장관을 이룬다.
우리는 여름에 갔는데 이 푸른 원시림을 하이킹을 하며 찬찬히 즐기려고 계획을 세웠다. 첫차를 타고 입구에서 출발해 4~5시간 정도 하이킹을 한 후 도와다 호수에서 하치노헤로 돌아가는 막차 버스를 타는 일정인데, 잡고 보니 무조건 오이라세 계류를 주파해야 하는 스케줄이 되었다. 막상 가보니 자주 오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버스정류장도 있고 도로는 계류 옆에 따로 분리되어 잘 정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막상 걸어가면서 보니 우리처럼 14km를 처음부터 끝까지 뚜벅이로 돌파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했다.
거대한 폭포는 상류 쪽에 많이 있어서 의외로 초입길 산책로는 정비가 덜 되어 있다. 산책로는 도로 옆 구불구불한 길이라 실제로는 14km 이상 되고 중간에 진흙탕도 꽤 많은 데다가 날씨요괴의 가호로 비도 중간중간 내렸다.
이런 모든 고생을 감수할 만큼 이곳의 경치는 빼어나다. 그동안 일본의 이런저런 숲을 봤지만 이렇게 티 없이 맑은 자연 풍경은 처음인 것 같았다. 초반 하류는 잔잔한 개울과 이끼들이 매력적이라면 중후반부터는 세차게 흐르는 계곡의 호쾌함이 푸른 숲과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녹음이 진한 거리가 닿는 발걸음 발걸음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준다.
처음 보는 경치에 산책하듯 초입부에서 시간을 허비했더니 중간부터는 꽤 시간이 꽤 타이트해졌다. 휴게소에서 챙겨 온 빵과 음료로 끼니를 해결한 후 경보 걸음으로 한참을 걸었다. 물론 중간중간에 있던 폭포와 명승지는 전부 안내가 되어 있기 때문에 포토타임은 전부 진행했다. 자연보존을 위해 정비가 최소화로 되어 있어 자연 속에 있는 나 자신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한참 걷다 지쳐 떨어질 때쯤 상류 마지막에 있는 초시오오 폭포가 보인다. 호쾌한 물살에 가슴이 뻥 뚫린다. 콸콸 쏟아져 내리는 시원한 폭포소리가 머리를 깨끗하게 해준다. 도착하고 나니 이번 오이라세 계류를 하이킹으로 가는 것으로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자동차나 자전거로 스치듯 본 풍경이 아닌 온몸으로 때려 맞으며 천천히 본 풍경이라 더 즐길 수 있었고 그 기억이 인상깊게 뇌리에 남는다. 도와다 호수에 도착해 정류장 앞에서 시간이 조금 남아 호수를 구경하면서 따뜻한 음료를 마셨다. 꽤나 뿌듯하고 기억에 남는 즐거운 체험이었다.
하치노헤에서 첫날 저녁에 갔다. 일본의 소도시는 5~6시만 넘어가면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고 이자카야만 남아 있는데 하치노헤시도 꽤나 문을 빨리 닫아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별로 없었다. 숙소에서 조금 뭉그적 거렸더니 대부분 식당이 문을 닫아 숙소에서 가깝고 눈에 띄는 이자카야에 들어갔다. 이날은 숙성회가 먹고 싶었는데 마침 이곳에 메뉴가 있었다. 자리에 앉으니 기본 안주를 해 주길래 자릿세를 받는 술집인 것을 눈치챘다. 주류까지 한잔씩 하니 비용이 꽤나 나왔다.
모둠숙성회 세트
새우, 문어, 생연어, 참치, 고등어 회가 정갈하게 나왔는데 퀄리티가 꽤 괜찮았다. 비리지 않은 고등어회와 쫄깃한 문어, 부드럽고 감칠맛 가득한 연어와 참치까지 좋았다. 한 점 한 점 사라지는 게 아쉬울 정도.
모둠 야키도리 세트
일본 이자카야는 안주가 원체 양이 적어 단품 단품 시키면 비용이 꽤 커진다. 이럴 때 모둠세트가 의외로 양이 많은데 이곳에서 시킨 야키도리 세트도 가격대비 괜찮은 양과 맛을 보여줬다. 숯불에 구운 간장탄내의 감칠맛이 입맛 도는 안주였다.
이튿날 오이라세 계류를 갔다가 하치노헤역에서 바로 뛰어들어간 식당이다. 이날 시간 내 오이라세 계류를 주파하는 스케줄 때문에 점심을 비상식량으로 간단히 먹어서 둘 다 매우 허기졌다. 전날 하치노헤에 식당 없는 걸 이미 확인한지라 역에 있는 웨이팅 없는 식당으로 바로 골인했다.
토와다 명물 그릴드 비프 데리야키 정식
소고기를 간장 양념에 끓여 내온 정식인데 우리나라 불고기 정식과 비슷했다. 보통 불고기에는 기름기가 적은 부위를 쓰는데 여기는 우삼겹을 써서 좀 더 진했다. 구기는 구운 뒤 끓여내 불맛이 살짝 가미되어 있다.
오징어 튀김 덮밥 정식
부드러운 오징어를 바삭하게 튀겨 마요네즈소스와 곁들였다. 우리네 치킨마요 덮밥과 비슷한 맛이 았는데 양배추가 들어 있어 아삭아삭하다. 오징어 튀김은 카레가루를 입혀 튀겨내 비리지 않고 좋았다.
이튿날 우리는 아오모리역으로 갔다. 아오모리는 우리에게는 사과로 유명하지만 이곳은 본섬의 최북단에 위치해 거대한 산맥과 원시림이 많은 푸른 숲의 고장이다.
아오모리 역에 도착한 우리는 전날 계류의 피로를 풀기 위해 유명한 스카유 온천을 갔다. 역 앞에는 하코다 산의 여러 스폿으로 가는 버스가 시간에 맞춰 운영 중이다. 스카유 온천은 하코다산 중턱에 위치해 있는데 약 3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산성 유황성분의 노송나무 대욕탕이 유명해 하코다 산을 등산하고 온 관광객들이 이곳에 들러 피로를 푼다. 꾸불꾸불한 산길을 버스를 타고 내리니 탁 트인 풍경에 멋들어진 산장 건물이 반겨준다. 불투명 온천물은 스며들듯 온몸을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원래는 1일 차에 온천 후 한 정거장 옆에 있는 하코다테 산 케이블카를 타고 산전망을 구경할 계획이었는데 버스시간이 맞지 않고(4시쯤이면 막차라 관광 후 고립됨) 걸어가기에는 말이 한정거장이지 인도도 없는 도로로 되어 있어 아쉽지만 다음날 아침에 일찍 움직이기로 했다. 갑자기 붕 뜬 시간에 산장 주변을 돌아다녔는데 우연찮게 산으로 올라가는 길 옆을 산책하다 멋진 곳을 발견했다. 지고쿠누마라고 불리는 이곳은 일종의 늪지대인데 유황냄새는 나지만 유독 맑은 날에 반사된 푸른빛 물빛의 풍경이 멋스러워 한참 구경하며 주변을 돌아다녔다.
스카유 온천 1층 내에 매점과 같이 있는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소바집이다. 무료로 주는 물이 하코다산의 약수다. 아모모리산 메밀을 사용하며 이곳에 특별한 메밀 푸딩도 인기가 있다고 한다. 주변에 다른 식당이 없기 때문에 온천하고 출출하면 찾게 되는 곳이다. 산속에 독점적인 위치인지라 가격이 싸지는 않다. 참고로 스카유 옆가게에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데 당일치기 온천을 한 티켓을 주면 맛보기 아이스크림을 디저트로 즐길 수 있어 좋다.
온천소바 & 계텐소바
아오모리산 100% 메밀을 사용한 소바면이 특징인데 부드럽지만 찰기가 적어 잘 끊킨다. 자판기로 주문해서 티켓을 주면 오픈주방에서 바로 면을 데쳐 내준다. 소화가 매우 잘 될 것 같은 면에 각각 메인 고명으로 온천계란과 닭튀김을 더했다. 곁들인 산고사리의 식감이 좋고 쯔유 베이스의 국물이 깔끔해 좋다.
다음날 우리는 전날 가지 않은 하코다테 로프웨이를 타러 다시 버스에 올랐다. 부지런을 떨어 첫차를 탔는데 핫코다산 16개의 봉우리 중 1324m 높이의 다모야치다 산봉우리를 10분 만에 올라가는 로프웨이다. 정상에는 전망대 외에도 30분, 60분의 산책 코스가 있는데 단순히 산아래 경치 외에 정글 같은 원시림과 화산활동의 흔적인 습윤지대를 구경할 수 있는 코스다. 생각보다 코스가 험하고 한여름이라 그런지 식물들이 길목까지 무성하게 자라 있다. 경사도 꽤 높아 결코 가벼운 산책코스는 아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니 맑은 하늘에 비친 풍경들은 그야말로 미쳤다. 탁 트인 시야에 보이는 그림 같은 자연 속에서 조용히 눈으로 즐겨 보았다.
오후에는 아오모리 시내를 구경했다. 한 군데에 핫스폿이 몰려있어 여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아오모리 사과를 이용한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는 A팩토리를 보고 해변을 거닐었다. 빨간 쇠창살로 된 디자인의 건축물에는 여름마다 수확 전 축제를 한다는 네부타 박물관이 있다. 철사로 뼈대를 만들어 색색의 한지를 붙여 만든 등인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매년 8월 초에 이 거대한 등을 수레로 끌고 북을 치며 거리를 활보하는 축제를 하는데 아오모리 인구의 10배가 넘는 285만 명 정도가 도시를 방문한다고 한다. 이 조용한 도시가 어떻게 변할지 상상도 안 간다. 이번에는 스케줄 때문에 축제는 참여 못했지만 다음에는 일정에 맞춰 축제를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짧지만 알찼던 아오모리현은 정말 멋진 자연경관을 가진 도시다. 유난히 날씨도 좋았고 고생한 만큼 보람도 있어 이번여행에서 기억에 많이 남고 꼭 다시 와보고 싶은 그런 곳이다.
첫날 저녁 저렴한 식당을 찾다 발견한 곳인데 부부가 운영한다. 다양한 향토 해물 요리와 신선한 회를 판다. 바테이블 옆 조그마한 티브이에서 서정적인 노래가 흘러나오는 동네 유명 식당 같은 분위기다. 우리가 찾은 이유는 이곳의 저렴한 오늘의 추천 정식이 있어 방문했다.
오늘의 추천정식
주문하자마자 다양 반찬들을 척척 담아 한상이 나왔다. 달달하게 조린 생선조림부터 해초와 채소절임과 미소된장국이 정갈하고 맛깔스럽다. 미끄덩한 식감의 호불호 있는 반찬이 몇 개 있었는 가격대비 만족스러운 한상이다. 주인장분은 우리가 먹고 있는 동안 바로 쥔초밥을 한 피스씩 만들어 주시고는 멋들어지게 티브이를 보신다. 친절하고 맛이 좋은 기사식당 같은 맛집이다.
아오모리역에서도 인기 많은 밥집으로 항상 사람이 북적인다. 브레이크 타임도 있고 저녁타임은 식재료 소진 시 일찍 마감한다. 아오모리 해산물 중에서도 유명한 가리비를 메인으로 조리한 정식들을 판매한다. 가리비 회 정식을 판매 헐 정도라 가리비의 선도는 보장된다.
가리비프라이 정식
싱싱한 가리비에 얇게 튀김옷울 입혀 튀겨낸 반찬을 메인으로 한상 세팅되는 정식이다. 얇고 바삭한 튀김에 신선한 가리비가 부드럽게 씹힌다. 너무 보들보들하고 비린내 하나 없이 바다향 나는 가리비가 살에서 감칠맛이 넘친다. 이 튀김 한입으로도 충분히 올가치가 있는 식당이다.
가리비카레 정식
신선한 가리비를 카레에 듬뿍 넣어 낸 메뉴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고 양도 푸짐하다.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 가리비가 카레와 좋은 궁합을 이룬다. 가리비 외에도 고기가 들어 대비되는 식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