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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즘 전설의 다자와코,
첩첩산중 뉴토온천마을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이 글은 함께 여행한 두 명의 저자가 참여하였습니다. <오변의 여행일기>에서는 여행지에서의 감상을 오변이, <강쉡의 먹방일기>에서는 여행하며 먹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강쉡이 썼습니다.


오변의 여행일기


우리는 도쿄 우에노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다자와코 역으로 갔다. 무려 522km나 되는 긴 거리다. 일본 여행을 하면서 이렇게 긴 거리를 건너뛴 이유는 역시 후쿠시마 때문이었다.


다자와코 역에 간 이유는 역시 다자와코(다자와 호)를 보기 위해서다. 다자와 호는 아키타현 센보쿠시에 있는 담수호로 일본에서 가장 깊은 호수이고 세계에서는 17번째로 깊은 호수다. 호수의 최대 깊이는 423.4m인데 서해 바다의 평균 수심이 44m라는 것을 감안할 때 굉장히 깊은 호수인 것이다. 그런데 호수의 표고는 249m라서 호수의 가장 깊은 곳은 해발로 따지면 -174.4m인 셈으로 해수면보다 더 낮다. 그 덕분에 한 겨울에도 얼지 않는 호수가 되었다. 이 호수의 직경은 약 6km 정도고 거의 동그랗게 생겼다.


이 호수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는데 180만 년에서 140만 년 전쯤 화산 분화에 의해 생긴 칼데라호라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DB282936-7541-49A9-83C8-BF067661310D_1_201_a.jpeg 다자와 호


이 호수로 유입되는 하천이 적기 때문에 1931년 조사에서는 31m의 투명도를 자랑했고 수산물도 풍부했으나 1940년 발전소를 건설하고 농업 진흥을 이유로 ph 1.1의 강산성의 온천인 다마가와 강을 끌어와서 수질이 급격히 나빠지고 물고기들이 대량으로 폐사하게 되었다. 이에 1991년에는 다마가와 강의 산성수를 중화하는 시설을 설치하였지만 아직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하였다고 한다.


이렇듯 인간이 아름다운 자연을 열심히 망쳐 놓았지만 다자와코는 여전히 아름답다. 예전에는 얼마나 더 아름다웠을는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다카와코 역에 도착하면 관광안내소가 있는 데 이곳에 있는 자판기에서 버스티켓을 살 수 있다. 자판기 누르는 것을 도와주는 분이 한 명 있는데 그냥 유인매표소로만 운영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는 여기서 다자와코 일주버스 티켓을 샀다. 일주버스는 다자와코 역에서 출발해 호수를 한 바퀴 돌고 다시 다자와코 역으로 돌아오는 버스인데 명소인 다쓰코 동상과 신사 근처에서 15~20분 정도 정차한다. 가격이 싸지는 않은데 일본 교통비가 워낙 비싼 데다가 사실 이 버스 외에는 다자와코를 구경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없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6E9903BE-FE63-4F19-9CB5-E3BD2C59CCD4_1_201_a.heic 다자와코 일주버스 내부


이 버스는 관광버스가 아니라 그냥 시내버스다. 그래서 중간중간에 내리고 타는 사람이 종종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승객은 그저 관광을 위해 이 버스를 탄다. 아쉬운 것은 버스 안에서 다자와코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기가 많이 어렵다는 것이다. 풍경 좋은 곳에서 느릿느릿 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일반 시내버스처럼 달리다가 명소에서 한 번 쉬는 식이다. 하차시간은 교통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출발시간은 정해져 있어서 장소에 늦게 도착하면 그만큼 내려서 둘러볼 시간이 줄어든다. 관광버스가 아니다 보니 사람이 다 탔는지 검사하지도 않는다. 그냥 시간이 되면 문을 닫고 출발한다. 그래서 출발시간 전에 미리 와서 탑승해 있어야 하는데 그만큼 둘러볼 시간이 부족하다.


다자와코 주변의 자연 풍경을 정말 아름다워서 캠핑을 해도 좋을 것 같고 수상 레포츠를 즐기기에도 좋을 것 같지만 대중교통수단이 부족하고 숙소도 많이 없다. 그러니 제대로 즐기려면 정말 큰 맘을 먹고 준비하거나 아니면 렌터카가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오래 머무는 외국인 관광객은 별로 없는 것 같고 대부분 이 일주버스를 타고 겨우 두 번 내려서 십몇 분을 감상하려고 하루를 다 써야 한다. 게다가 이 버스는 하루에 몇 대밖에 운행하지 않아서 한 번 놓치면 몇 시간을 기다리거나 엄청난 거리를 걸어가야 할 수도 있다. 택시를 탈 수도 있겠지만 일본은 의외로 택시가 오지 않는 지역이 많다. 이 지역 행정당국은 관광업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IMG_7728.gif 버스에서 본 다자와코


다자와코의 최고 명물은 역시 다쓰코 상이다. 코펜하겐의 인어공주 동상과도 비슷한 느낌인데 안타깝게도 동상에 금박을 해 놓아서 주변 풍경과 좀 이질적이다. 중국 러산에 가면 세계유산 러산대불에 온통 페인트 칠을 해 놓았는데 부처님 얼굴에 화장을 해 놓은 것 같아서 우스꽝스러웠다. 다쓰코 상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이토록 푸른 호수에 오스카 상 같은 게 떠 있는 것 같아서 아주 어색하다.


다쓰코 상은 이 지역의 전설과 관련이 되어 있다. 소위 삼호전설(산코덴세츠)라고 부르는데 아오모리, 이와테, 아키타 현에 걸쳐 전해 내려오는 굉장히 긴 스토리다. 그중 다쓰코의 이야기가 다자와코와 관련되어 있다.


다자와코 근처 마을에 다쓰코라는 이름의 여인이 살고 있었는데 보기 드문 아름다운 처녀였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가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일종의 자뻑이 된 때부터 언젠가는 늙어서 이 아름다운 모습이 시들어 갈까봐 걱정하게 되었다. 참 가지가지 한다. 그래서 그는 관음보살께 젊음을 유지해 달라고 밤낮으로 소원을 빌었다. 얼마나 보챘는지 관음보살은 그의 소원에 응답해 산 깊은 곳의 샘을 알려주었다. 다쓰코는 관음보살이 알려준대로 샘물을 찾아 물을 벌컥벌컥 다 마셨다. 그런데 물을 엄청나게 마셨는데도 갑자기 심하게 갈증이 느껴졌다. 물을 더 마셔도 갈증을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 물을 마시던 마쓰코의 몸은 어느새 용처럼 변해갔고 이를 깨달은 다쓰코는 창피해서 다자와코 호수 밑으로 숨어 살게 된다. 관음보살이 사실은 엿을 먹인 것이다. 솔직히 관음보살의 생각이 이해가 간다.


한편, 다쓰코의 어머니는 다쓰코가 예뻐지겠다고 산에 올라가서는 돌아오지 않자 딸을 찾아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닌다. 정말 철 없는 딸을 둔 엄마의 고생이 너무 안타깝다. 엄마는 우여곡절 끝에 겨우 다자와코에 들어간 다쓰코와 만나게 된다. 용이 되어 버린 딸이 엄마에게 이별을 고하자, 엄마는 딸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호수에 횃불을 던졌는데 그 횃불이 다자와코에 살고 있는 물고기 쿠니마쓰가 되었다고 한다.


나르시시즘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전설이다.


8F5584C4-4516-4BFB-92A9-4B7710663210_1_201_a.jpeg 다쓰코 상


다쓰코 상을 보러 내려가면 길을 따라 어마어마한 물고기 떼가 보이는데 물 반 고기반이 아니라 물보다 고기가 더 많은 것 같다. 약간 징그러울 정도로 고기가 많은데 사람들이 먹이를 주곤 하니까 사람을 따라서 몰려드는 것 같았다. 뜰채 하나가 있으면 고기 잡기가 참 쉬울 것 같았다.


버스는 호수를 돌고 돌아한 신사 앞에 멈췄다. 호수를 향해 있는 토리이가 특징인 곳인데 미야지마 이츠쿠시마 신사를 축소해 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306C0E40-7265-461A-96C2-82DC9C5A8A61_1_201_a.jpeg 다자와 호 주변 신사의 토리이


우리는 숙소로 가기 위해 모리오카 역으로 갔다. 모리오카 역 근처에 있는 호텔을 예약했는데 다음 날에도 다자와코 역으로 올 예정인데도 굳이 모리오카 역 근처로 예약을 한 것은 다자와코 주변의 숙소가 어마어마하게 비쌌기 때문이었다. 그나마도 몇 군데 되지도 않았다. 다자와코 주변 숙소가 비싼 이유는 아무래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일 것 같은데 거꾸로 숙소비가 워낙 비싸니까 찾아가지 않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다.


다음날 우리는 숙소에서 나와 기차를 타고 다시 다자와코 역으로 갔다. JR패스가 있으니 기차를 자유롭게 탈 수 있어 좀 더 저렴한 숙소를 구하기가 편했다. 우리가 또다시 다자와코 역을 찾은 이유는 뉴토온천마을로 가기 위해서였다. 전날 갔던 관광안내소에 또다시 찾아가 버스 티켓을 샀다.


전날 다자와코 역에 왔을 때 짐을 잔뜩 들고 있었는데 관광안내소에 짐을 맡기면 가방 하나당 500엔 씩이라고 했다. 싸지도 않았지만 보통의 코인로커에 비해서 별로 비싸지는 않아 가방 두 개를 맡겼다. 그리고서 버스 정류장으로 갔더니 대형 코인로커가 400엔이었다. 잘 끼워 넣으면 24인치 캐리어 두 개가 다 들어가는 크기였다. 이럴 거면 관광안내소에 짐 보관을 하지 말던가 아니면 가격이라도 통일하던가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일주버스를 타서 보니 공항 리무진처럼 짐 칸이 따로 있었다. 결국 일주버스를 탈 예정이었으면 굳이 역에서 가방을 맡길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어제의 교훈이 있어 이번에는 관광안내소가 아니라 버스정류장 근처에 있는 400엔짜리 대형 코인로커를 이용했다.


뉴토온천마을은 정말 산간벽지에 있다. 버스를 타고 산을 굽이굽이 올라가야 하는데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걸린다. 이 지역에는 7개의 온천료칸이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츠루노유다. 인터넷에서 열심히 자료를 찾아봐도 츠루노유 외에는 다른 온천에 대한 소개를 찾기가 어려웠다.


시내버스를 타고 한참 산을 올라가면 지겨워질 때쯤 버스터미널처럼 생긴 넓은 주차공간에 멈춰 버스기사님이 뭐라 뭐라 하는데 거기서 츠루노유로 가는 버스로 갈아탈 수 있다. 우리는 멍하게 있다가 내리지 못해 그냥 더 올라갔다. 우리가 내린 곳은 뉴토온천마을 입구였는데 그냥 주차장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구글지도를 이용해 가까운 온천을 찾아갔는데 지도가 알려주는 길을 따라갔더니 그냥 산길이 나왔다. 질퍽한 길을 한참을 올라가자 ‘공사 중‘이라며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팻말이 나왔다.


F9FCD330-5456-4DB1-81E8-8A55FC373738_1_201_a.jpeg 이 산길 끝에 공사 중 표지판이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버스를 탔던 곳으로 돌아와 게 중에 평점이 좋아 보이는 <가니바온센>으로 갔다. 이곳에서 이 동네 온천을 한 번씩 이용할 수 있고 순환버스를 탈 수 있는 유메구리(온천순례) 티켓을 사려고 했다. 프런트에 문의하니 이곳에서는 팔지 않는다고 하면서 츠루노유로 가서 사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츠루노유로는 어떻게 가냐고 물어봤더니 방법이 없다고 한다. 택시는 오지도 않고 순환버스를 타야 하는데 그 순환버스를 타려면 츠루노유에서 티켓을 사야 한다고 한다. 츠루노유에 가는 티켓을 츠루노유에서만 판다니, 직원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시스템이 참 이상하다.


우리가 간 <가니바온센>의 명칭은 ’가니‘, 즉 게에서 따왔다. 아마도 이곳에 게가 많이 나왔던 것 같다. 그래서 온천 입구에서부터 게 모양의 상징물이 많다. 이곳의 입욕료는 800엔이었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본 것보다 비쌌다. 아무래도 최근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올린 것 같았다.


69025C1D-2D03-40CD-895E-CA5BC787B196_1_102_a.jpeg 가니바온센


이곳은 노천탕 한 곳과 실내탕 두 곳이 있는데, 노천탕은 남녀혼욕으로 운영한다. 일본에서 남녀혼탕은 사실상 남탕을 의미하니 아무래도 여성 손님은 좀 짜증이 날 수 있을 것 같다. 비치타월이나 베스타월을 두르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일본에서는 수건을 두른 채 탕 속으로 입욕할 수 없다.


노천탕은 온천 건물에서 나와 산길을 좀 걸어야 나온다. 목조로 된 농막 같은 작은 건물이 하나 나오는데 그곳이 탈의실이다. 탕은 혼탕인데 탈의실은 남녀가 구분되어 있다. 그럴 노력이면 탕에 칸막이라도 해서 남녀를 좀 구분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 노천탕도 샤워시설이 없어서 외국인 입장에서는 좀 찝찝하기는 하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서는 온천을 하고 다시 샤워를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온천의 좋은 성분을 몸에 흡수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그럴 거면 차라리 화장품을 바르지라고 생각하면 외국인의 좁은 생각일까.


노천탕의 물은 투명한 색이었다. 물은 역시 좋았고 온도도 적당했으며 탕도 꽤 넓었다. 그런데 이렇게 탕을 넓게 뺄 수 있으면 왜 남녀구분은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은 들었다. 아쉬운 것은 바닥이 맨 시멘트인지 까슬까슬해서 마감이 좋지 않았다. 실내탕은 남녀 구분이 되어 있고 복도를 따라 두 군데가 있다. 탕이 하나 있고 샤워꼭지가 네댓 개 붙어 있는 작은 탕이다. 료칸 전세탕 정도 크기다. 탕이 나무로 된 곳과 돌로 된 곳이었는데 연달아 온천을 세 번 하는 게 좀 지쳐서 금방 나왔다.


B043D0DB-0297-4E02-9F8B-51319EAE42EC_1_201_a.heic 가니바온센 노천탕


온천을 마치고 국룰인 커피우유를 한 잔 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역시나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은 시내버스가 유일했다. 그런데 버스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어서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렸다가 좀 이른 시간이었지만 역으로 돌아왔다.


뉴토 온천 마을은 유난히 요즘 소개가 많이 되고 있는데 워낙 첩첩 산 중에 있는 데다가 대도시에서 접근성도 떨어져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만큼 조용한 마을이지만 워낙 교통이 불편하고 주변에 상점도 없는 데다가 심지어 핸드폰도 안 되는 지역이 많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다시 올 것 같지는 않아서 좀 더 진득하게 있을걸 그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강쉡의 먹방일기


도쿄를 떠난 우리는 센보쿠시에 있는 다자와코 역으로 향했다. 아침 일찍 떠났지만 도쿄의 역사는 여전히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다자와코역은 여느 일본의 시골역같이 한적한 역이었다. 역사 안에는 이곳의 전설로 전해지는 용의 형상의 모형물이 혀를 내밀고 우리를 반겨준다. 항상 용에 관한 전설은 거대한 자연에 대한 경외심에서 생겨난다. 이 호수에도 역시 용이 살림살이를 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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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와 호수에서는 뚜벅이를 위한 버스투어를 운영한다. 역에 안내센터가 있어 짐을 맡겼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역 바깥에 있는 무인 사물함이 가격이 절반 정도 저렴했다. 덤터기 쓴 기분이 들었지만 친절한 안내와 짐을 찾을 때 주셨던 기념엽서가 조금이나마 마음을 달래줬다.


다자와코 버스투어는 호수에 유명한 스폿인 타츠코 동상과 고자노이시 신사에 각 15분, 10분씩 정차한다. 가는 길에 거대한 호수의 경치가 보이기 때문에 지루함이 없이 갈 수 있다. 오른쪽 차창으로 호수가 보인다는 정보를 확인하고 오른쪽으로 앉아 경치를 구경하며 갔다. 이곳은 국내 숙소 예약 사이트에서는 숙소가 거의 없었는데 직접 가 보니 내수 관광객 숙소는 많았다. 자차를 가지고 큰 호수 주변에서 패들보트를 타거나 수영을 할 수 있는 여유로운 곳이 많았다.


버스에서 내려 다쓰코 동상으로 갔다. 호수에 아스라이 서있는 동상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호수는 광활하다고 표현할 만큼 넓고 푸르고 투명했다. 과연 전설이 생길만하구나 싶었다. 뻥 뚫린 하늘과 거슬릴 것 없는 시야가 가슴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풍경이다.


다자와코 호수는 일본에서 제일 깊은 호수로 최대 깊이가 무려 423.4m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지로 알려져 있는데 ‘이 동상엔 슬픈 전설이 있어’ 짤로 유명하다. 궁금해서 전설을 찾아보니 젊음과 미모를 탐낸 타츠코가 샘물을 과다복용해 용이 되어 호수에 주인이 됐다는 식의 전설이 여러 버전이 있었는데 그렇게 슬프지는 않은 것 같았다. 맑은 물에는 물 반 고기반이라고 할 정도로 고기들이 많아 사람들이 먹이 주는 것을 구경할 수도 있다.


다쓰코 상에서 버스를 타고 10여분을 달려 고자노이시 신사에 도착했다. 이곳 역시 젊음과 미모의 타츠코를 모시는 신사로 그 전설로 인해 여성분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한다. 이곳의 신사는 산 쪽 방향에 있고 투어 시간이 길지 않아 사람들은 호수 쪽에 있는 토리이에 더 관심이 많다.


푸른 호수에 대비되는 붉은 토리이는 아름답고 몽환적이다. 짧은 시간 구경하는 것이 조금 아쉬워 돌아오는 길에 한참 동안 멍하니 호수를 바라보았다.


다자와코 역으로 다시 돌아온 우리는 숙소가 있는 모리오카 역으로 가서 휴식을 했다. 동선상 왔다 갔다 하기 편한 곳을 찾다 모리오카 역을 선택했는데 정작 모리오카 관광은 하지 않았다.



미치노쿠 |


다자와코역 바로 앞에 있는 식당인데 이틀 동안 우리의 점심을 해결한 역 앞 맛집이다. 첫날 갔는데 분위기와 가격대비 양, 지역 명물요리까지 팔고 있어 이튿날 뉴토 온천을 갔다가 다시 방문했다. 메뉴판이 직접 찍은 사진도 있고 설명도 자세하게 쓰여 있어 고르기도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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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가스


첫날 먹은 치킨가스다. 천 엔이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고봉밥을 주신다. 치킨커틀릿처럼 닭가슴살을 납작하게 만들어 두 번 튀겨내 바삭하고 부드럽다. 고기에 칼집도 들어가 있고 간을 잘해서 뻑뻑하지 않고 부드러웠다. 약간 묽은 듯한 우스터소스 적셔 먹으면 밥도둑이다. 두부가 들어간 미소된장국과 일본 김치처럼 매콤한 단맛 나는 절임 반찬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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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탄포나베


풍부한 물과 비옥한 토지가 있어 일본에서도 맛있는 쌀 생산지인 아키타현의 전통 향토 요리다. 이곳 농부들이 쌀농사 후 1년간 고생한 것을 위로하며 먹던 음식이라고 한다. 잘 지어진 밥을 으깨 삼나무 꼬치에 구워 뺀 밥을 메인 고명으로 다양한 재료를 곁들여 푸짐하게 끓여 내온다. 비주얼만 보면 어묵처럼 생긴 고명이 구운 밥이었는데 향긋한 나무 향이 베여있다. 누룽지가 된 겉면은 은은하게 단맛이 나고 씹을수록 고소한 밥맛이 좋다. 키리탄포 외에 닭고기, 미나리, 곤약면, 버섯 등 다양한 고명이 푸짐하게 들어 하나하나 먹는 재미가 있고 닭육수를 베이스로 한 국물이 깔끔하고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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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가와 댐 카레


아키타현의 유명한 다마가와 댐의 비주얼을 뽐내놓은 메뉴. 카레를 한쪽으로 몰아놓고 밥과 가라아게 소시지를 곁들인 어린이 런치 같은 메뉴다. 꼬치에 꽂힌 소시지를 빼면 카레가 강처럼 흘러 채워진다. 가라아게와 곁들여 푸짐한 양과 재미있는 요소가 들어간 호불호 없는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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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우리는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다시 다자와코 역으로 갔다. 다자와코 역 정류장에 뉴토 온천마을로 들어가는 버스를 탔는데 뉴토 온천마을은 마을 안에 온천이 모여 있는 곳이 아니라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산장들을 합쳐 온천 마을로 부르는 것이었다. 이곳에서 제일 유명한 곳은 불투명 탕이 있는 츠루노유인데 온천마을로 등록되어 있는 산장에 묵어야만 숙박자에 한해 각 산장을 도는 버스 티켓을 판매해서 그곳에 숙박하지 않는 사람은 이동이 불편했다. 그래서 우리는 투어버스를 하지 않고 접근성이 좋고 노천탕 평이 훌륭한 가니바 온천을 갔다.


이곳은 노천탕과 실내탕이 분리되어 있고 산장 뒤에 노천탕 있어, 노천탕에 갈 때는 입장 후에 신발을 손에 들고 다시 밖으로 나가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산장 뒤에 산길을 한참 걸어가다 보면 계곡에 노천탕이 있어 이색적이다. 정말 흐르는 계곡 옆에 떡하니 있다. 탕에 들어가 보니 좋은 성분이 들어있다는 온천 부유물인 유노하나가 떠 다니는데 이번 여행에서 방문했던 온천 중에 유노하라가 가장 크고 많이 떠다니는 온천이었다. 이렇게 대놓고 산속에서 몸을 담그니 마치 야생동물이 된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부에는 두 개의 실내탕이 있는데 오래된 나무로 되어 있고 물이 노천탕 보다 훨씬 뜨겁다. 여기도 투명한 물에 온천 부유물이 엄청 많니 떠다닌다. 실내탕 두 개를 다하니 노천탕 포함 3탕을 해서 둘 다 기진맥진 해졌다. 굳이 다른 온천에 들어가지 않아도 될 만큼 온천을 즐긴 우리는 모리오카로 복귀하여 다음날을 위해 휴식을 취했다. 혈액순환이 잘되었는지 이날 기절한 듯 꿀잠을 잔 기억이 난다.


구마모토 라멘 옵페산 |


일본을 돌아다니면서 각 지역에 이런저런 라멘집을 다녔는데 각자 개성이 있어 질리지 않는 맛이 있다. 지방 소도시는 저녁에 이자카야가 아니면 대부분 문을 닫는데 라멘집은 그래도 늦게 닫아 잘 찾게 된다. 모리오카에서도 특이한 라멘집을 갔는데 이곳은 수타면을 사용해 데치는 익힘 정도를 4단계 중 선택해서 요청할 수 있다. 처음이라 보통으로 했다.


마루이쿠 라멘


중화풍 느낌이 강한 이 집 라면은 양배추, 대파, 숙주 등의 채소를 듬뿍 얹은 뒤 계란과 김을 올려 준다. 테이블에는 굵직하게 다진 오일마늘이 있어 이것을 취향껏 넣어 고기국물의 잡내를 없애 먹을 수 있다. 고기가 일반적인 차슈가 아니고 간장에 푹 조린 고기 느낌인데 이게 호불호가 좀 있을 듯하다. 국물은 이치란 라멘처럼 돈골육수를 써서 진해서 좋았다. 다만 개인적으로 일본 라멘에 주는 김고명이 라멘이랑 잘 어울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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