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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런 도쿄,
어른들의 놀이터 지브리파크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이 글은 함께 여행한 두 명의 저자가 참여하였습니다. <오변의 여행일기>에서는 여행지에서의 감상을 오변이, <강쉡의 먹방일기>에서는 여행하며 먹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강쉡이 썼습니다.


오변의 여행일기


구사쓰 온천에서 실컷 온천을 즐긴 우리는 드디어 도쿄에 왔다. 일본에 꽤 자주 갔어도 의외로 도쿄는 가 보지 못했다가 이번에 처음 오게 된 것이다.


도쿄는 처음이었는데도 마치 서울처럼 익숙한 지명이 많았다.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도쿄에 오기 전에 여행 가이드북을 정말 수도 없이 많이 보았고 검색도 참 많이 했다. 그런데 도통 어디를 가야 할지 정하기가 어려웠다. 가고 싶은 곳이 많아서가 아니라 딱히 가고 싶은 곳이 보이지 않아서였다. 우리는 일단 일본의 대도시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데 서양사람이라면 일본 대도시가 특색이 있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인이 보기에는 그냥 간판 글자만 다를 뿐 별 차이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기여행자에게는 쇼핑은 다 끌고 다녀야 할 짐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흥미가 생길리도 없었다. 사실 일본의 대도시 쇼핑몰에서 파는 물건들은 대부분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니 고작 돈 몇 천 원 아끼자고 굳이 시간을 들여서 쇼핑을 해야 할지도 의문이었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가장 먼저 간 곳은 우에노에 있는 국립서양미술관이었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서양미술품을 수집해 오던 사람이 꽤 있었기 때문에 유럽의 미술관만큼이나 서양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미술관이 많다. 구라시키의 오하라 미술관도 괜찮았는데 우에노에 있는 국립서양미술관에서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미술관 앞마당에는 오귀스트 로댕의 유명한 작품인 <칼레의 시민들>, <지옥의 문>과 지옥의 문 작품의 일부를 확대해서 만든 <생각하는 사람> 등이 전시되어 있다. 복제품이 아니라 진품이다. 사실 한국에도 두 작품의 진품이 있는데 청동 주조 작품이기 때문에 일본에 있는 작품이나 한국에 있는 작품 모두 진품이다. 프랑스에서는 법에서 공공기관에서 주문하는 경우 8개까지 주조할 수 있어서 최대 8개 작품까지 진품이 있을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 한국에서는 로댕의 위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던 플라토 미술관이 운영을 종료하는 바람에 현재는 호암미술관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어 감상이 불가능하다.


<지옥의 문>은 로댕의 대표작이긴 하나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는 작품이다. 작품 자체의 표현이나 미술사적인 가치는 훌륭하겠지만 이 작품이 단테의 <신곡>을 모티프로 했다는 점이 아주 꺼림칙하다. 단테의 <신곡> 중에서 특히 지옥편은 이후 서양문학에는 많은 영향을 미쳤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시대적인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그 시각이 지나치게 편협하여 끝까지 읽는 게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작품이다.


D69A9705-A297-436A-9F97-A96570BA2F39_1_201_a.jpeg 국립서양미술관 마당에 전시되어 있는 지옥의 문


국립서양미술관의 소장품들은 역시 구글 아트 앤 컬처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는데, 일본을 워낙 사랑한 모네의 작품은 여기에도 많았다. 그 외에 고흐, 고갱, 세잔느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 미술관에서 가장 자랑하는 작품은 아무래도 클레베의 <세 폭 제단화 : 십자가형>인 것 같다. 이 작품은 가운데 십자가형을 받는 예수 그리스도가 있고 양 날개에는 이 작품을 주문한 부부가 그려져 있다. 파노라마같이 펼쳐진 화폭에는 특히 암석의 세부묘사가 세밀하여 500년이 흐른 지금에 봐도 마치 창문 밖으로 풍경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p1976-0003.jpg 클레베 <세 폭 제단화 : 십자가형> (출처 : 국립서양미술관)


그다음으로 간 곳은 아사쿠사였다. 아사쿠사에는 센소지라는 절이 유명한데 도쿄에서는 가장 큰 절이다. 이 절의 정문은 카미나리몬이라고 부르는데 가운데 붉은색 큰 등이 있다. 이 등이 걸린 모습이 이곳의 상징과도 같다. 도쿄에서 가장 큰 절이라고 하지만 사실 건물은 크지만 절의 규모 자체가 아주 크지는 않고 오히려 주변 기념품 상점의 규모가 굉장하다. 그래서 절 자체보다는 오히려 기념품 상점들을 구경하려고 오는 것 같다.


아사쿠사는 사람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서양인도 많고 아시아 사람도 많고 일본인도 많고 일본 학생 단체 관광객도 많다. 분위기는 다르지만 마치 한창 중국인 관광객이 많았을 적의 명동 거리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7878BBC7-2764-40D4-90A6-26757C477944_1_201_a.heic 아사쿠사의 상징 카미나리몬


아사쿠사를 구경하고 니시닛포리 역 바로 옆에 있는 숙소로 갔다. 니시닛포리 역 주변은 평범한 주택가인데 도쿄의 주요 관광지와 접근성이 좋았다. 특이한 것은 일하는 외국인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숙소는 역 바로 옆에 붙어 있었는데 그 덕에 다니기는 편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고통의 시작이었다.


낮에는 괜찮았는데 늦은 밤이 되자 슬슬 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새벽 1시부터는 돌을 깨는 공사를 시작했다. 그것도 건물 바로 옆에서 말이다. 어마어마한 소음과 건물이 덜덜 떨릴 정도의 진동 때문에 아주 불편했다. 공사가 예정되어 있으면 숙박을 받지 말던가, 아니면 공사를 할 때 소음과 진동 대책이 있어야 했을 것인데 이건 뭐, 가림막도 없고 소음 대책도 없고, 교통정리 하는 사람만 잔뜩 있어서 엉망진창이었다. 이 동네가 고급 주택가였어도 이런 식으로 공사를 했을까 싶었다.


다음날 우리는 아키하바라에 유명한 쇼핑몰에 갔다가 쓱 돌아보고 돌아왔다. 소위 오타쿠의 성지라고 불리는 이곳에는 전자제품 파는 곳도 많고 무엇보다도 피겨나 캐릭터 상품을 파는 곳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고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같은 상품이라도 이곳이 더 비싸길래 그냥 구경만 하고 돌아왔다. 아무래도 임대료가 비싸니 온라인보다 비싼 게 아닐까 싶었다.


36321758-4E14-4F5E-9A06-8C6CB5ECBD7A_1_201_a.jpeg 아키하바라 거리


숙소로 돌아와 잠시 더위를 식히고 나서 시부야로 갔다. 그 유명한 시부야 스크램블을 보기 위해서였다. 시부야 스크램블은 그냥 2~4차선으로 되어 있는 사거리에 있는 횡단보도다. 이곳에서 차도를 횡단하는 모습은 도쿄의 상징과도 같아서 많은 관광객들이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를 들고 차도를 횡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길을 건너는 사람의 절반은 실제로 반대편으로 가려는 게 아니라 그냥 체험 삼아 건너는 것 같았다.


나는 시부야 스크램블을 한마디로 '도쿄의 볼 것 없음의 상징'이라고 하고 싶다. 얼마나 볼 게 없었으면 이 좁은 도로에 설치된 횡단보도가 관광명소가 되었을까 싶었다. 이곳은 사실 상가건물을 아파트로 바꾸면 그냥 우리 집 앞이랑 비슷하다. 그런데 그 상가 건물이 강남 테헤란로처럼 높지도 않다. 그냥 TV에 많이 나와 명소가 된 곳이다.


이곳은 워낙 유명 상점가가 밀집해 있어서 사람이 많기도 하지만 유동인구에 비하여 길이 워낙 좁기 때문에 더 많아 보이기도 한다. 쇼핑하고 먹는 것 외에는 딱히 즐길 거리가 없는데 사람이 많지 않은 곳에서 여유 있게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어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동네다.


IMG_6171.gif 시부야 스크램블


하라주쿠에서 강쉡이 점찍어둔 규카츠 집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시간이 좀 남아 내가 점찍어 둔 큐트큐브로 갔다. 저녁 8시가 채 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문을 닫았는데 가이드북에 소개된 것과 달리 요즘 장사가 잘 안 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밤이 점점 깊어지기에 우리는 도쿄타워의 야경을 보러 갔다. 도쿄타워는 333m의 종합 전파탑으로 빨간색과 하얀색이 교차로 도색되어 있다. 1958년에 완공되었는데 2012년까지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 파리의 에펠탑과도 비슷하게 생겼는데 에펠탑보다 9m가 더 높다. 그런데 실제로 가서 보면 에펠탑보다 더 작아 보이는데 아무래도 파리에서는 건축 높이의 제한이 있어 상대적으로 에펠탑이 더 커 보이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밤에 보는 도쿄타워의 모습은 굉장히 아름답다. 서울의 남산타워처럼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웨딩촬영을 하는 사람도 보였다. 사진을 찍을만한 곳이 도쿄타워에 워낙 인접해 있기 때문에 핸드폰 카메라로 온전히 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역시 여행을 가서는 사진보다는 눈에 담아야 한다.


도쿄타워 아래층에는 상업시설이 마련되어 있는데 8시 반쯤 도착했는데도 대부분 문을 닫고 있었다. 유명세만큼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 것 같다. 아무래도 전망대 입장료가 굉장히 비싸서인 이유도 있을 것 같은데, 입장료를 절반 이하로만 낮춰도 찾아오는 사람이 3배 이상은 늘어날 것이다.


36D9CC61-78EF-4F15-903F-D173558D4875_1_201_a.heic 도쿄타워


다음날 우리는 이 볼 것 없는 대도시를 떠나 지브리파크로 갔다. 지브리파크를 특히 철도로 가기 위해서는 도쿄가 아니라 나고야로 가야 한다. 우리는 JR패스가 있었기에 신칸센을 타고 나고야 역으로 가서 기차를 갈아타 아이치큐하쿠기넨코엔 역으로 갔다. 지브리파크는 역에서 나와 그냥 쭉 가면 나오는데 우리가 평소 참고하는 구글 지도가 잘못되어 있어서 거의 30분을 걸어갔다가 다시 되돌아왔다. 내가 구글지도에 표시가 틀렸다고 리뷰를 달았더니 며칠 후 표시가 바뀌어 있었다. 구글 평점을 관리하는 것 같다.


지브리파크는 아이치큐하쿠기넨코엔 내에 있는데, 우리식으로 하면 2005 아이치 엑스포 기념공원이다. 우리나라에도 같은 경험이 있듯 엑스포 공원은 그 부지는 굉장히 넓지만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그 넓은 부지에 지브리 파크가 들어오면서 넉넉하게 부지를 사용하는 것 같다. 덕분에 주차장도 어마어마하게 넓다.


22D4BBE1-403C-43A1-A70A-36D364578679_1_102_a.jpeg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기름집


우리가 갔을 때는 <지브리의 대창고>, <청춘의 언덕>, <돈도코숲>만 완공되어 개방하고 있었고 나머지 시설들은 아직 공사 중이었다. 예약제로 운영하는데 예상할 수 있든 인기가 높아 이 세 군데를 모두 볼 수는 없었고 <지브리의 대창고> 입장권만 예약할 수 있었다. 평일 입장권은 인터넷으로 쉽게 예매할 수 있는데 <지브리의 대창고>만 들어가는 티켓은 양이 넉넉한지 원하는 날짜에 예약할 수 있었다. 처음에 당연히 티켓이 매진되었거나 구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고 인터넷에 찾아봤더니 <지브리의 대창고> 티켓과 교통수단이나 숙박시설을 묶어 굉장히 비싼 가격에 팔고 있었다. 역시 지브리가 붙으면 항상 상술이 따라온다. 다만 현장 발권은 되지 않는데 안타깝게도 예약 없이 왔다가 그냥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4803422C-58C1-44DB-969A-4C3461BF9F83_1_102_a.jpeg 천공의 성 라퓨타


생각해 보면 이곳은 예약제로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예약제로 운영을 해도 사람이 엄청 많은데 폐쇄된 공간에서 운영을 하다 보니 현장 발권까지 있으면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어 보였다. 적절한 입장인원 통제가 필요해 보이긴 했다.


<지브리의 대창고>는 2018년 폐관한 온수 수영장에 설치되었다. 여기만 다 둘러보는 것도 상당한 체력이 필요해 나머지 시설을 예약하지 못한 것이 아주 아쉽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시설은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장면을 실제 크기로 재현해 놓은 것으로 들어가서 사진 찍기 딱 좋게 해 놨다.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어트렉션 위주로 되어 있어서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 특히 아이들이 하도 방방 뛰어다녀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지브리파크는 어트랙션은 없고 전시하고 구경하고 사진 찍는 것이 위주로 되어 있다.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많고 어른들이 좋아할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아이들보다는 아무래도 어른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지브리의 대창고> 시설 중에 줄이 긴 곳은 역시나 가오나시가 나오는 전철을 꾸며놓은 곳인데 줄이 아주아주 길다. 나머지 시설들은 줄이 없을 때도 있고 있어도 두어 팀만 기다리면 될 때가 많다.


D3440AE5-47E8-4423-85C9-003C0605FCF3_1_201_a.jpeg 지브리파크에서 줄이 가장 긴 가오나시

당연히 기념품 숍도 있는데 별로 크지도 않고 상품의 양도 많지 않다. 그에 비해 사람은 어마어마하게 많다. 가격이 어마무시한데도 물건을 쓸어가는 사람이 꽤 있다. 지브리 캐릭터 숍은 일본 곳곳에 있기는 한데 아마 여기에서만 한정으로 파는 상품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예정된 시설이 다 완공되면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그때는 전부 예약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브리 파크에서 도쿄로 돌아와 간 곳은 우에노 공원이었다. 우에노 공원은 도심 한가운데 있는 굉장히 넓은 공원인데 도쿄 중에서도 교통의 요지에 있기 때문에 쉽게 갈 수 있다. 산책하는 사람이 많지만 워낙 공원이 넓어 많이 붐비지는 않았다. 우리가 도쿄에 온 첫날 갔었던 서양미술관을 비롯한 3개의 박물관, 몇 개의 신사와 동물원, 연못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924년 당시 다이쇼 덴노가 도쿄시에 영지를 하사하여 조성한 공원으로 정식 명칭은 우에노은사공원이다.


우에노공원은 벚꽃 명소라고 하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벚꽃이 필 때는 아니었고 연못에 연잎이 무서울 정도로 하나 가득 자라 있었다. 연못 물이 깨끗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물 냄새가 많이 나지 않았던 것을 보면 관리를 잘하고 있는 것 같았다.


9FE19437-B82D-4B5B-A592-A977F259F5E0_1_201_a.heic 연꽃이 만발인 우에노 공원


연꽃이 없는 넓은 호수 같은 곳에서는 오리배나 노를 젓는 보트를 탈 수 있다. 오리배가 약간 더 비싼데 대부분 오리배를 탄다. 우리가 갔을 때에는 바람이 제법 불고 있었는데 관리인이 바람 때문에 좀 힘들 거라며 그래도 타겠냐고 했다. 상술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이미 오리배를 타고 있는 사람이 꽤 있었으니 힘들어봐야 얼마나 힘들겠냐 싶어서 그냥 타기로 했다. 그런데 관리인의 말대로 바람 때문에 제어가 힘들긴 했다.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움직이는 데다가 바람의 역방향으로 가려면 그만큼 더 힘이 들었다. 그래도 꽤 재미있었다.


우에노 공원을 나와서 아메야 요코초로 갔다. 우에노역에서 오카치마치역 사이의 고가 철로를 따라 400m 거리에 조성된 재래시장이다. 보통은 그냥 <아메요코>라고 부른다. 이 명칭의 유래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두 가지 설이 있다. 2차 대전 직후 시장 주변의 중국 상점에서 사탕을 판매하기 시작해 대호평을 받아 이후로 사탕 가게가 줄지어 생겨 사탕가게라는 뜻의 '아메야'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고,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물건의 암시장이었던 것에서 미국을 뜻하는 '아메리카'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467796FF-748C-47DC-BAE8-770007F5E837_1_201_a.heic 아메요코 입구


지금은 대부분 식당이거나 건어물, 의류, 잡화, 보석류 등을 팔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아프리카 계의 상인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재래시장에도 외국인 점주가 많으나 대개는 아시아계인데 이곳에 아프리카계 상인이 많이 들어온 이유는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재래시장은 결코 가격이 싸지 않은데 그래도 재래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의류가 있고 특히 소소한 먹거리들을 많이 판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4박 5일의 짧은 도쿄 여행을 마쳤다. 확실히 일본 대도시는 그냥 서울이랑 별 차이가 없어서 한국인에게는 별 느낌이 없는 것 같다.


나는 도쿄에 와서아 처음으로 노숙자를 보았다. 노숙자는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도시의 상징이다. 일본에서도 대도시로 와야 노숙자를 볼 수 있지 시골 마을에 가면 노숙자를 보기 어렵다. 또 저녁시간에 지하철을 타면 술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많았다. 직장인의 저녁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한가 보다. 확실히 큰 도시일수록 확실히 사람들의 표정이 좋지 않고 바쁘고 친절하지 않다. 도시의 삶은 남을 배려하기에는 너무 여유가 없는 것 같다.


도쿄 여행 가이드북을 보면 죄다 쇼핑 명소만 나와 있다. 특별히 사고 싶은 물건이 없어서 흥미가 없었다. 400년이 넘는 역사와 1,400만의 인구를 가진 도쿄에서 아무리 전쟁과 지진을 겪었다지만 이렇게 쇼핑 외에 흥밋거리가 없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아주 슬픈 일이다.




강쉡의 먹방일기


도쿄 숙소는 우에노역에서 가까운 니시닛포리역 바로 앞에 숙소를 정했다. 역 바로 앞에 있어 접근성이 너무 좋고 쾌적하고 분위기 있는 숙소였다. 단점도 있었는데 상업지구 건물에 있어 소음이 많고 하필 우리가 갔을 때 새벽에 역공사를 해서 밤에 시끄러웠지만 무딘 잠귀 덕분에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IMG_7072.jpeg 도쿄에서 묵었던 숙소


우에노역에는 매우 큰 공원이 있는데 큰 호수에 동물원, 박물관 등 볼 것도 많다. 우리는 이곳에 국립서양미술관에 갔다. 이 미술관은 1959년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설계했다고 하는데 본관 자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박물관 앞에는 로댕의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로댕의 유명한 지옥의 문이 사후 금형틀로 7점 만들었는데 전부 진품이라고 한다.


미술관 상설 전에는 바로크, 르네상스, 인상파 시대의 유럽 미술품들을 볼 수 있다. 피카소, 고흐, 모네 등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유명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보는 재미가 솔솔 하다. 국립 미술관이라 입장료가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B8C589FD-1697-46BD-A737-CE3DB21632F6_1_201_a.heic 국립서양미술관


いろり庵きらく 西日暮里店 |


구사쓰에서 도쿄로 넘어오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니시닛포리역 앞에 서서 소바가 있어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자판기에서 주문하면 빠르게 나오는데 이곳은 앉는 자리가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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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키아게텐타마 (문어야채튀김 소바)


이번 여행에 유독 소바를 많이 먹었는데 부들부들하니 소화가 잘돼서 그런 거 같다. 야채튀김과 소바를 함께 먹는데 여기 튀김은 문어가 들어가 있는 옵션이 있어 주문해 보니 바삭한 튀김에 씹히는 문어와 소바가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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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도쿄에서는 유난히 습한 일본 여름 더위가 절정이라 밖에서는 5분도 돌아다니기가 힘들었다. 대낮에 아키하바라를 갔다가 너무 더워 버티질 못하고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해 질 녘까지 기다렸다 나갔다.


오후에는 평소 일본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에서 보았던 곳을 가 보려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시부야 스크램블 거리를 보니 미디어에 나온 곳을 직접 확인하는 맛이 있었다. 사람들이 원체 한 번에 많이 건너는 걸로 유명해진 곳인데 건너는 사람의 1/3은 관광객이고 다들 핸드폰 영상을 찍으며 건넌다. 서양 관광객들은 신기할 수 있겠지만 서울에서 살던 우리가 보기에는 대단스럽지 않은 곳이기도 했다.


지하철 동선에 맞춰 하라주쿠거리 구경을 하고 마지막에 도쿄타워의 야경을 보면서 마무리를 했다. 조금은 뻔하지만 처음 도쿄를 왔기 때문에 이런 유명한 관광지를 돌아보는 재미도 괜찮았다.



규카츠 교토가츠규 하라주쿠점 |


아키하바라에 규카츠 맛집이 있는 건 알고 있었는데, 좁고 웨이팅이 어마어마하다고 해서 내키지가 않았다. 그래서 하라주쿠를 산책하다 규카츠 집을 검색해 빠르게 이동했다. 교토가 본점인데 정작 교토에서는 못 가고 도쿄에 와서야 가게 되었지만 규카츠 체인 중에서도 고기 퀄리티를 잘 유지하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가격대가 조금 있지만 1인세트의 M사이즈도 푸짐한 양으로 정갈하게 나온다. 규카츠의 기본적인 포맷은 레어급으로 튀겨진 고기를 본인의 취향에 맞게 제공된 미니 화로에 2차로 살짝 구워 먹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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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인 & 살치살 규카츠


우리나라에도 규카츠 매장은 들어와 있고 어떤 맛인지는 예상이 가기 때문에 굳이 잘 가려하지 않았는데, 아는 맛이 더 무섭다고 오랬만에 뱃속에 두툼한 소고기가 들어가니 뇌수가 흐르는 기분이었다. 특히 부드러움이 좋았는데 고기 자체의 밑간도 잘 되어 있는 데다가 바삭하게 튀긴 겉면도 간이 꽤 세서 고기의 담백함과 고소함을 멋들어지게 살려준다. 7가지 소스를 곁들여 즐기라고 가이드가 되어 있어 하나씩 해보는 재미도 있다. 재미로 해보다 결국 자기 취향에 맞게 먹는데 개인적으로는 산초소금과 간장을 생와사비에 곁들인 심플한 스타일이 제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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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우리는 당일치기로 나고야에 있는 지브리 대창고를 갔다. 생뚱맞아 보이지만 원래 일본에 오기 전부터 계획을 해 놓은 스케줄이다. 우리가 간 날은 내부 공사를 마치고 재오픈을 한 때였다.


우리는 JR패스 21일권이 있었기 때문에 교통비가 추가로 들지 않았고, 도쿄가 교통이 좋아 나고야까지 거리상으로는 멀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갈 수 있었다. 세 번을 환승해서 공원을 도착했는데 역 앞에 엄청 큰 공원이 펼쳐져 있었다. 기분 좋다고 멋모르고 가다 길 찾기에 실패해서 30분을 헤매다 도착하니 오픈시간 전에 이미 어마어마란 줄이 늘어져 있었다. 이 조그마한 시골에서 입장 전 웨이팅이라니....오타쿠가 동족혐오를 하며 구시렁거렸다.


IMG_7466.jpeg 역에서 바라본 지브리 파크


입장하자마자 우리가 달려간 곳은 이곳에서 제일 유명한 캐릭터이자 끝판왕인 가오나시 모형이었다. 여기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 서기를 했다. 어마무지한 인기가 있는 이분과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기본 1시간은 줄을 서야 하는데 그나마 입장하자마자 줄을 서는 게 덜 기다릴 수 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린 끝에 우리는 두 달 여행 중 제일 열심히 계획하고 비싼 비용과 노력이 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감명 깊게 본 작품의 실물 크기 캐릭터와 공간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동심으로 회귀하는 기분이다. 어트렉션도 없는데 사진 찍기만을 위해 사람들이 긴 줄을 서는 놀이동산으로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기다림이 아깝지 않을 만큼 재현한 공간과 캐릭터들의 퀄리티들은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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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을 할 때 지브리 파크에서만 볼 수 있는 15분짜리 오리지널 애니를 볼 수 있는 티켓을 준다. 다국적 관광객들을 상대로 자막을 어떻게 할까 궁금했는데 의성어와 아카펠라로 이루어진 무성 애니였다.


처음 찍은 가오나시 외에는 그나마 무난하게 돌아다니며 구경할 수 있다. 지브리의 역사, 애니에 나온 먹거리들, 그 외에 유명한 지브리 애니 속 스폿을 여기저기 구경하고 캐릭터들과 사진을 잔뜩 찍었다. 미련남지 않게 줄 설 수 있는 모든 곳에 사진을 찍었고 만족스럽게 놀았다. 물론 몰아친 강행군에 돌아오는 기차에서는 둘 다 기절해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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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후지(Shin Fuji) |


둘째 날 아키하바라 구경 후 너무 더워 숙소로 돌아와 방문한 곳이다. 주방에 할아버지 여러분이 음식을 하시고 친절한 할머니가 서빙을 하는 곳이라 오래된 맛집 포스가 넘치는 곳이다. 조그마한 공간에서 주문을 하면 바로 튀김을 튀기고 면을 삶아 조리해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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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루소바 카키아게 세트


막 튀긴 카키아게 튀김과 시원한 소바 세트를 먹을 수 있다. 야채 튀김은 실물이 훨씬 큰데 손바닥 만한 크기에 신선한 야채는 프레시한 채소향과 함께 바삭하고 직접 손질해서 볏겨 낸 새우살이 들어있어 탱글탱글하게 씹힌다. 시원한 자루소바는 매끄러운 면이 깔끔한 쯔유와 어우러져 꿀떡 넘어간다. 곁들인 무절임 반찬도 꼬들꼬들하고 개운해 튀김, 소바, 반찬의 세 가지 밸런스가 좋다. 찬 성질의 시원한 메밀면이 더위를 날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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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 ME QUAN |


지브리파크를 간 다음날 회복이 덜 된 상태에서 니싯니포리역에서 방문한 베트남 쌀국숫집이다. 종종 숙취가 있거나 피곤한 다음날 개운한 국물이 필요할 때 동남아 음식을 찾는데 평점 좋은 깔끔한 쌀국숫집이다. 실제 외국인 분이 운영하는데 흡연이 가능한 식당이니 참고하는 게 좋다. (당연히 모르고 들어갔는데 한 무리의 외국인 분들이 와서 흡연을 해서 알게 되었다.)


런치 포 세트


런치로 쌀국수와 월남쌈, 짜조, 디저트로 행인두부가 나오는 세트였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땅콩소스가 없고 피시소스가 찍먹소스로 나온다. 고수향이 안 나서 호불호 없는 개운한 국물을 즐길 수 있다.(개인적으로 고수를 엄청 많이 넣고 먹기 때문에 조금 아쉬웠다.) 디저트로 나온 행인두부는 일종의 푸딩 같은 디저트인데 옥수수 맛이 나는 달달한 푸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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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키토리 우에노 분라쿠 やきとり上野文楽 |


마지막날 우에노 공원을 산책하고 근처에는 아메요코 상점가를 갔다. 크고 예스런 재래시장 거리였는데 노포느낌의 포차가 즐비하게 있다. 우리도 구경하면서 간단히 한 잔 할 곳을 찾다가 검색해서 제일 먼저 나온 이곳이었다. 분위기가 맘에 들어 방문했는데 백종원의 스트리트푸드파이터에 나온 곳이라고 한다.


분위기는 로컬 찐맛집의 분위기였지만 테이블이 너무 다닥다닥 붙어있고 이미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방문해 한국말 메뉴판이 생겼다. 우리는 그 다닥다닥 붙은 자리가 부담스러워 안쪽의 벽면이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친절하지는 않지만 꽤 합리적이고 저렴한 가격에 방송 이후에도 여전히 현지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가성비 좋은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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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비네이션 세트


소스와 소금맛 중 선택하면 인기 많은 다섯 종류의 야키도리를 구워준다. 닭경단, 닭껍질, 닭똥집, 닭다리, 닭연골 이렇게 나오는데 소스의 간장탄내와 직화로 구워진 꼬치들의 불맛이 시원한 주류와 찰떡궁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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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설구이 & 닭날개


안주가 모자랄 것 같아 추가로 시킨 꼬치다. 소금맛으로 시켰는데 소스와 대비되는 담백한 맛이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우설구이는 두툼하게 썰은 소혀의 안쪽살을 썼다고 하는데 소특유의 육향이 나지만 쫀득한 식감이 좋아 매력적이다. 짭짤하게 간이 된 닭날개는 기름기가 많은 닭껍질이 많이 붙어 있어 바삭하니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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