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한 시, 그는 편의점 냉장고 앞에 서 있었다.
라면을 살까, 삼각김밥을 살까, 아니면 그냥 사지 말까.
그는 늘 이렇게 고민했다. 세상일이란 결국 선택의 연속이니까.
“그렇게 오래 보면 라면이 먼저 상해요.”
점장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라면도, 사람도 마찬가지죠.”
그는 계산대 옆에 놓인 작은 공용 볼펜을 빌렸다.
영수증 뒤에 한 문장을 적었다.
‘오늘의 결심: 내일은 아무것도 결심하지 않겠다.’
밖에 나오니 비가 그쳤다.
거리의 불빛이 젖은 아스팔트 위에서 흔들렸다.
그는 삼각김밥을 한 입 베어 물며 생각했다.
“사는 게 꼭 맛있을 필요는 없잖아. 배만 안 고프면 되지.”
버스가 지나갔고, 커피 자판기가 멀리서 불을 켰다.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별은 없었다. 대신 광고판 불빛이 반짝였다.
그리고 그는 웃었다.
‘이것도 나쁘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