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이음새인가.
2022년부터 AI 기술은 너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동안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적응하고 따라가느라 아무런 글을 쓰지 못했다. 컵에 물을 따라주는 사람은 적당한 높이가 되었을 때 'say when!' 하라고 말하는데, 나는 'when'을 외치지 못했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멍해졌기 때문이다.
2022년 12월에 출시한 chatGPT를 사용해보면 자비스처럼 모든 분야를 망라한 지식에 대해 그것도 사용자에게 맞춤화된 방식으로 대답해주는 능력에 인간으로서 무력감을 느낄 지경이다. 자잘한 고민상담도 해보고, 원고의 에디팅, 시나리오의 아이디어도 요청해봤다. 박사논문 주제와 목차도, 유튜브 서브 토픽과 스크립트, PPT 슬라이드 내용도 부탁했다. chatGPT는 모두 월등하게 해낼 수 있었다.
코드를 짜다가 잘 기억이 안날 때는 chatGPT, Fuzzy compiler, github co-pilot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어떤 로직으로 코드를 짜야할지 모르는 나 같은 사람도 몇년차 개발자 만큼 훌륭하게 그것도 빠른 속도로 코드를 짤 수 있었다. 그냥 자연어로 몇 줄의 요청을 했을 뿐인데.
아마존에는 이미 chatGPT와 관련된 책들이 출간됐다. 책의 미리보기를 펼쳐 몇 줄 읽어보니, 작가가 '이 책의 가격은 저렴하게 책정했다...'라고 하기에 작가가 선심을 썼구나 했더니, 다음 줄에 이렇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나는 30%만 썼고, 70%는 chatGPT가 쓴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인간이 엄청난 extension을 갖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고, 한편으로는 인간이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자비스를 갖게 되었을 때, 인간 간의 경쟁 우위는 어떻게 판가름할 수 있을까? 자비스를 얼마나, 어떻게 잘 활용할 지 머리를 굴리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나는 이 시대에 인간이 연결점이자 트리거 버튼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누가 여러가지 상황에서 기술의 연결과 조합을 잘 하는지가 관건이다. 자동화 툴인 Zapier를 통해 트리거에 따라 자동화된 액션들을 실행하도록 설계하듯이, 우리는 AI 기술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적용하고 잘 조합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트위터에서 어떤 사람이 자신이 죽었을 때의 다음 조치를 zapier flow로 설계한 트윗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이 죽는 이벤트가 발생하면 우선 애플 워치가 심장박동수가 heart rate=0 인 것을 확인하도록 하고, 그다음 action으로는 크롬이 검색 기록을 삭제한다는 식으로 flow를 설계했다. 인간의 생리적 현상도 연속적으로 기술이 실행되는 flow의 조합을 위한 트리거이다.
인간이 연결점이자 트리거, 이음새가 된다고 가정할 때, 이제야 specialist가 아닌 generalist의 시대가 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의 세상은 specialist를 높이 평가했다. 한 가지에 뾰족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은 전문성을 인정받고 높은 salary를 받는다. 예를 들어, 개발자는 비개발자가 모르는 전문용어를 쓰면서 격차를 만들고, 그 우위를 잘 활용해서 우대를 받았다. 그러나 이제 개발자가 짜는 코드는 chatGPT에게 시키면 비개발자도 짤 수 있다. 조합과 연결이 중요해진 시대에는 하나만 아는 사람보다는 여러 상황에서의 니즈와 페인포인트를 파악하고 있고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솔루션을 다른 각도에서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인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AI보다 똑똑해질 수 없고(산도 birth canal의 면적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뇌가 커질 수 없다) 따라서 AI가 잘하는 specialist의 영역보다는 AI가 모르는 generalist의 영역을 tap하는 것이 보다 영리한 선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