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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Mar 16. 2022

누구나 언제나 항상 자기만 생각한다

윌 스토 <이야기의 탄생>


  철야 근무를 서던 중 회사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책을 집어 들었다. 밤을 새면서 읽었는데도 눈에 들어오는 내용이었다. 책 표지에 적힌 ‘뇌과학’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흥미로운 책이었다. <이야기의 탄생>이라는 제목에서 고대 그리스의 시가 같은 개론서 내용만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현대적 의미의 스토리에 더 방점이 찍혀 있었다. 지금 우리가 보고 듣는 ‘재밌는 이야기’의 근원에는 무엇이 있는지 공통분모를 분석하는 내용이었다.      


  “좋은 이야기의 조건은 인간 조건을 탐구한다. 극의 표면에서 벌어지는 사건보다 인물에 더 집중한다. 낯선 마음으로 떠나게 되는 흥미진진한 여행이다.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인물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 우리가 그 인물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극적인 싸움을 제공하는 이유는 그가 성공하고 매력적인 미소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가진 결함 때문이다.”     


 좋은 이야기란 무엇일까. 항상 새로운 이야기, 흥미로운 인물의 경험담을 듣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 자체로 관심이 가는 질문이었다. 최근 재밌게 봤던 재밌는 이야기에는 무엇이 있을까. 넷플릭스의 <애나 만들기>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결함이 있는 인물. 그것도 주변인물을 환장하게 만드는 엄청난 결함으로, 법정에서 실형까지 받게 되는 결함이 있는 인물에 엄청난 매력을 느꼈다. 그 이야기를 드라마화 하는 조건으로 4억을 낼 만 한 것 같았다.      


 자신을 독일계 상속녀라고 소개해 뉴욕과 파리 사교계의 거물들을 보기 좋게 속인 애나 소로킨. 그녀의 거대한 인생 목표와 그것을 현실에 끌어오기 위해 그녀가 단계별로 실행했던 계획들은 돌이켜보면 황당하지만 적어도 그 순간에는 흠잡을 수 없는 완벽한 미래로 존재했다. 그녀에게 결함은 곧 엄청난 자기확신이었다. 지금 자신이 존재하는 방식을 완전히 부정하고, 미래에 자신이 되고 싶은 인물로 살아가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자기 확신의 힘은 엄청났다. 


 사업을 하든, 어떤 목표를 이루고자 살아가든. 지금의 자신과 간극이 있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애나 같은 자기 암시가 필요하다. 자기 망상과 자기 확신은 한끗 차이일 수 있다. 결과에 따라 앞이냐 뒤냐가 갈리는 동전과 같다. 우리는 허황된 꿈, 망상에 빠져 산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그 정도의 자기 확신을 드러내길 꺼려한다. 실현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비전을 이야기하는 사람 가운데 열에 아홉 사기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에 하나는 그렇지 않다.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자신의 미래를 볼 줄 아는 특별한 사람이 있다. 위대함은 소수의 사람들만 동의할 수 있는 진실에 있다. 나 역시 좋은 이야기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사람이고 싶다. 셀 수 없이 많은 결함이 있는 사람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 책에서는 이야기한다.    

  

“좋은 대화는 두 독백의 충돌이다. 현실에서도 그렇고 드라마에서도 물론이다. 누구나 언제나 항상 자기만 생각한다.”     


 온전히 자기 자신에 집중해서 하는 대화는 듣기 좋다. 어설프게 남을 신경 쓰거나, 과거의 자신의 눈치를 보면서 하는 말들은 대부분 평범하거나 듣기 싫다. 차라리 나라는 한 사람에게만 집중해서 하는 이야기들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흥미롭게 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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