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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Jun 08. 2022

겨울왕국 엘사처럼, 신축 도전

강원도 양양에 내 건물 짓기 1

평일 휴가를 쓰고 강원도 양양을 찾았다. 비가 내리고 파도가 고르지 않아 바다에 들어가는 건 포기했다. 지난해 '급하게' 샀다가 '급하게' 처분하게 된 분양권을 매도하기 위해 사무실을 찾았다. 매수인과 중개인, 분양 사무실 직원 사이의 사무가 끝나고 우리는 드디어 해방됐다는 기분을 느꼈다. 부동산 투자는 때를 잘 맞춰야 한다. 너무 뭉그적 거려도 안되지만 너무 서둘러도 안 된다는 걸 이번 경험을 통해 마음 깊이 새기게 되었다.


오랜만에 하조대 단골 까페을 들리기로 했다. 혹시 몰라 사장님께 문자를 먼저 남겼더니 아쉽게도 양양이 아니라고 한다. 그 대신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을 전했다. 새 집을 짓고 있다고 한다. 그것도 양양 카루나 사장님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라고 한다. 현장이 가까우니 한번 가보라고도 했다. 우리는 한껏 들뜬 마음으로 핸들을 돌렸다.


지난해 토지를 알아보던 중에 한번 소개 받은 적 있는 택지였다. 양양군에서 직접 조성해서 저렴한 가격에 분양한 전원주택 택지인데 벌써 여러 채의 집이 완성되어 있었다. 여름을 맞이하는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는데, 회색빛 하늘에도 반짝 반짝 빛이 나는 건물이 있었다. 노출 콘크리트를 소재로 창이 아주 넓찍하게 뚫려 있는 구조였다. 8월 완공을 앞두고 있지만, 자매와 어머니가 지내기에 너무 안성맞춤인 공간이 눈에 그려지는 곳이었다.


깜짝 방문에 놀란 것은 현장 소장님. 알고보니 인구해변의 '핫플'인 스테이 카루나의 사장님이셨다. 갑작스레 찾아온 불청객에 처음엔 당혹스러워 하신 것 같았는데, 우리도 건물을 짓고 싶다는 꿈을 선포하자 관심이 생기신 것 같았다. 현장 한켠에 마련된 사무실에 들어가서 우리가 매입해준 양양 시내 땅에 대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http://karuna.co.kr/

  

 소장님은 서른 초반의 부부가 앞으로 5년 안에 회사를 나오겠다는 목표. 그리고 강원도에서 스테이든, 원룸이든 공유오피스든 우리만의 공간을 짓겠다는 포부를 흥미롭게 들어주셨다. 지금 다니는 직장을 그냥 다니라는 조언부터 하셨다ㅎㅎ 스테이 운영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 스테이 꼭대기 층에서 생활하셨지만 이제는 너무 소란스러워진 해변에 새로운 집으로 옮길 계획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무엇보다 우리의 신축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했다. 그도 우리 나이쯤 건축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우리의 젊음이 부럽기도 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전에 대해서도 들려주셨다. 청년들이 좁디좁은 공간이 아닌 좀 더 '행락'을 누릴 수 있는 집을 짓고 싶다고 했다. 수도권에 있는 청년행복주택처럼 개인 공간뿐 아니라 커뮤니티 공간이 잘 갖춰진 바닷가 가까운 건물을 짓고 싶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제안을 하셨다. 양양군 차원에서도 그런 프로젝트를 반길 것이라고 말이다. 양양을 찾는 젊은이는 서퍼만이 아니다. 이곳에 머무는 것만으로 에너지를 얻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작해 나가는 수많은 청년들의 공간이 필요하다. 신축에 필요한 일정 부분을 군 차원에서 지원해주고, 건축주 입장에서도 수익성에 공익성을 더해 의미 있는 공간을 완성할 수 있다. 흥미로운 생각이었다.


 우리는 아직 하얀 도화지다. 바다가 보이는 땅만 찾아다니던 때는 까페든 스테이든 상업 공간을 짓겠다는 그림이 확고했는데, 오히려 양양 시내의 땅을 마련하게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첫 신축 프로젝트인만큼 수익성이 계산되는 원룸을 지어야 할지, 스타벅스 입점과 같은 도전에 뛰어들어야 할지. 진짜 몇 년 안에 우리가 내려와 사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할지 고민이다.

 

 신협과 농협, 새마을금고를 들러 건축 자금 대출에 대해서 알아봤다. 먼저 설계도를 대략적으로 그리고, 평당 얼마 정도의 건축비, 수익률 등 손에 잡히는 계획이 나와야 지역 은행에서도 대출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한다. 무엇이 먼저인지도 모를 정도로 초보인 우리들이 과연 이곳에 건물을 지어 올릴 수 있을지. 겨울왕국의 엘사가 되는 꿈을 꾸면서 설레는 휴가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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