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과 호황은 반복되는 역사다. 금융 시장도 그렇고,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역사의 내용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언젠가는 반복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반복되는 역사의 조짐을 미리 알고 그에 맞는 최선의 결정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최고의 이코노미스트로 알려진 홍춘옥 박사는 20대 주식 투자에 처참한 실패를 경험한다. 금융실명제, 반도체 쇼크 등 그가 기민하게 대처할 수 없는 외부요인이 연이어 시장을 흔들었던 시기였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던 그는 빨리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지만 트라우마만 남기게 되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정보력과 자제력이 부족한 개인이 이기기 어려운 게임이란 사실을 일찍 깨달았다.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홍 박사는 실제로 잃지 않는 투자를 하기 위해 위기에 강한 안전자산에 투자할 것을 강조한다. 바로 달러와 미국 국채 상품이다. 종잣돈을 불리는 방법도 달러자산에 꾸준히 투자하는 방식으로 할 것을 추천한다. 여기에 자신이 서른 살로 돌아간다면 반드시 경매 공부를 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달러자산으로 저축하면서 기회가 될 때 경매 투자로 종잣돈을 불려나가라는 뜻인 것 같다.
홍 박사는 30대 첫 주택을 구입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눈을 떴다. 하지만 경매 공부를 후회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그를 은퇴하게 해준 것은 2015년 말 부동산 하락의 끝물에 구입한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2007년 동안 7년이나 장기 하락하고 있던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지금에서야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선택이었지만, 당시에는 밤잠을 설쳤다고 고백했다.
이 과정에서 마중물 역할을 했던 게 ‘환율 스위칭 전략’이었다. 홍 박사가 40대 서대문구의 신축 아파트를 살 수 있었던 것은, 꾸준히 달러 자산을 모아왔고, 실거주 목적의 부동산을 구입해 둔 상태였고, 이직을 반복하며 몸값을 올린 데다, 퇴직금이라는 현금 자산을 손에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 2015년 말 국제유가 폭락과 중국 위완화에 대한 ‘환투기 공격’으로 금융시장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홍 박사는 당시에 가지고 있는 자산을 모두 현금화해서 장기간의 불황이 이어진 부동산으로 갈아탔다.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을 때 오른 환율로 달러 자산을 환전해, 부동산을 저가 매수한 것이다. 주식과 부동산, 달러 어느 한 쪽의 투자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이 세 박자가 적절한 타이밍에 조화를 이뤘을 때 진짜 성과가 나온다.
오늘 기준 원 달러 환율은 1298원이다. 금리인상과 경기불황에 매수심리는 얼어붙었다. 서울아파트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 서울 매매수급지수가 87.0으로 8주 연속 하락했다. 장단기금리격차가 마이너스가 되면서 2023년 하반기부터 불황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다.
이런 불황의 전조들을 실시간으로 검색하면서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봤다. 돈의 역사는 되풀이 된다. 그것을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는 사람은 절호의 기회를 타고 자산을 크게 불릴 수 있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그것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충분한 탄환을 마련해 두는 것이 진정으로 준비된 자의 모습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