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N_#02. 예류, 진과스, 지우펀, 시펀
호텔 직원의 도움으로 택시투어를 예약했다. 택시투어의 가격은 기본 8시간에 4,000NTD이며, 1시간 초과시 500NTD가 추가된다. 코스는 대만 여행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예스진지'다. 동선을 고려해서(또한 기사님의 추천을 받아들여) '예류 -> 진과스 -> 지우펀 -> 스펀' 순서로 방문했다.
그리고 우리는 약간 늦은 시각인 12:00에 투어를 시작했는데, 마지막 두 코스인 지우펀과 시펀을 어두울 때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예상대로 좋은 선택이었고, 이를 추천한다. 부가적으로 여행자의 권리인 늦잠도 챙길 수 있다.
예류(Yehliu, 野柳)
첫 번째 목적지는 예류 해안 지질 공원.
예류지질공원은 침식과 풍화 작용을 거쳐 자연적으로 형성된 기암들이 늘어서 있다. 기이한 모양의 바위들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가장 대표적인 바위는 '여왕 머리 바위(queen's head)'이다. 이 바위와 사진을 찍기 위해선 긴 줄을 기다려야 한다. 여왕 머리 바위는 고대 이집트의 왕비 네페르티티의 두상을 닮아 이러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여왕머리 바위나 촛대바위와 같이 대표적인 바위들은 이를 형상화한 캐릭터도 존재한다.
이 외에도 많은 모양의 바위들이 있고, 공원 내부에서 여러 바위들의 이름을 맞춰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용 머리 바위(dragon's head).
- 황금폭포
예류 탐방을 마치고, 진과스로 가기 전 '황금 폭포'에 들렀다. 대만에는 대표적인 폭포 두 개가 존재하는데 '스펀 폭포'와 '황금 폭포'가 그 것이다. 스펀폭포가 훨씬 웅장한 위엄을 자랑하지만 시간관계상 황금 폭포만을 방문했다. 황금 폭포는 진과스 근처에 위치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거쳐갈 수 있다.
황금 폭포는 이 곳의 누리끼리한 돌 색깔 때문에 이렇게 이름 붙여졌다. 물에 섞인 유황성분 때문에 지나간 자리의 돌 색깔이 이렇게 변했다고 한다. 이렇게 탄광에서 내려온 유황이 섞인 물이 흘러흘러 바닷물과 만나 뚜렷한 선을 만들어낸다. 이를 인양해라고 부른다고 한다.
진과스(Jinguashi, 金瓜石)
진과스는 대만의 한 마을이며, 이 곳에 위치한 탄광에서 20세기 전반에 걸쳐 금 채굴 작업이 이루어졌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금이 점차 고갈되기 시작하여 폐광되었다. 현재는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입구에서 티켓을 구매하면 6개의 관에 입장이 가능하다(내부 매표소에서 중복구매하지 마시길). 조그마한 관들이고, '황금관(黃金館)'이 메인이다(내부가 꽤 넓고 시간도 부족해서 모든 관을 가보진 못했다). 이 곳에는 순도 99.9%의 220kg 금덩이가 있다. 이걸 한 손으로 들면 가져가도 된다는 전설이...
지우펀(Jiufen, 九分)
지우펀은 진과스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다. 지우펀은 1920~1930년대에 금광 채굴로 번성을 누리던 도시였으나 광산이 폐광된 이후 한적한 시골 마을로 쇠락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영화 및 드라마 촬영지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관광 산업으로 활기를 되찾아 타이베이 근교 여행지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실제로 지우펀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었다. 구불구불한 비탈길에 이어지는 골목길에 예스러운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영향인지 일본스러운 느낌도 풍긴다. 좁은 골목길에 즐비한 홍등들이 따뜻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래서인지 대만 관광객들이 이 곳에 모두 모인듯 하다.
미리 언급했지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된 곳이 바로 이 곳이다. 목욕탕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은 옆의 찻집. 이 곳이라면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차는 400이고, 1인당 100씩 자리세를 받는다. 가난한 우리는 이 찻집에서 700NTD를 쓰고 눈물을 훔쳤다. 그래도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이 곳 찻집에서 지우펀의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스펀(Shifen, 十分)
스펀은 타이완의 철도 역이다. 실제로 스펀 역에는 기차가 지나간다.
우리는 예스진지의 마지막 코스로 이 곳을 방문했다. 어둑어둑한 시각에 하루 여행을 마무리하고, 새해 소원을 빌기에 최고의 장소였다.
풍등은 두 종류가 있는데, 한 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등은 150NTD이고, 각 면이 다른 색으로 채워진 등은 좀 더 비싸다. 이 색들은 각각 돈, 사랑 등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상점에 적혀있다). 풍등을 구매하면 네 면에 원하는 글귀를 적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다같이 풍등을 날리는데, 이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해준다. 가격도 비싸지 않으니 스펀에서 풍등은 무조건 띄우는 걸로.
각자 한 면씩 자신의 희망사항을 기록하고, 풍등을 날려보냈다. 풍등에 불을 붙이는 순간부터 이미 우리는 들떠있었다. 까만 하늘에 우리의 소원이 훨훨 날기 시작할 때는 환호를 질렀다. 별 것 아니지만 너무 즐거웠다. 그 순간의 행복감은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