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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아 Oct 17. 2023

한 가지 직업을 꾸준하게 해 본 적이 없다

한 가지 직업을 꾸준하게 해 본 적이 없다. 지방대에서 광고를 전공했고, 졸업 후 운 좋게 서울 모 경제지 인턴하다가 잘렸고, 스펙 관련 다루는 언론사 지원해서 됐는데, 자격지심과 부담감에 뽑혀 놓고도 죄송하다고 하고 시작도 전에 그만두었다. 그때 뽑아주신 분의 얼굴과 말이 좋은 말이었지만 악몽처럼 아른 거린다.


"그래. 학교가 안 좋으면 어때. 경험이 중요한 거지."


이 말을 듣고 입사도 전에 무책임하게 도망쳐 버린 나는 지방대생에 대한 편견을 더 강화시킨 거 같아 아직까지 죄책감이 든다.


내가 스펙이 안 좋은데 서울에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들 상대로 일을 하기가 스스로 곤란했다. 대학 다니면서도 대학생들 상대로 하는 잡지사 인턴을 해보면서 내가 뭔가를 공감하기도 어려웠고, 서울에서 학교 다니는 학생들과는 배제되는 느낌이기도 했다.


졸업 후 경제지에 인턴으로 들어가서는 선후배들도 바로 학교 어디 나왔느냐고 묻고, 대기업 홍보팀에서 같이 식사 같은 걸 할 때도, 기자님은 학교 어디 나왔느냐고 묻고, 솔직하게 말을 하면 눈빛이 바로 싸늘해졌으므로 그냥 숙연해질 수밖에.


그러므로 나는 재도전한 스펙 관련 언론사에 합격하고도 다시 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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