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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아 Nov 06. 2023

공장을 다니면서 미용할 때보다 삶의 질이 올라갔어

가구공장을 다니면서 미용할 때보다 오히려 삶의 질이 올라가긴 했어. 미용할 때는 주에 2일 쉬어도 바쁘지 않은 평일 중에서 쉬어야 했고, 붙여서 쉬는 건 관행이 아니었어. 쉬는 날에도 자신의 발전을 위해 교육이 있으면 받으러 가기도 하고, 다 함께 주말에 쉬는 직종이 아니다 보니, 계속 미용실 단톡방은 쉬지 않았지. 쉬는 날에 온전히 분리돼서 쉬는 게 참 어려웠어.


그게 비해 가구 공장은 월급도 훨씬 높았고, 쉬는 날도 온전히 보장이 됐어. 사회적으로 대우받는 직종이 아니고, 일하는 환경이 깔끔하지 못하고, 나이 드신 분들의 표현이 거칠긴 하지만, 미용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미용도 꽤 거칠잖아. 대놓고 욕은 안 해도 사람 피 말리게 하잖아. 그런 면에서 가구 공장에서 차라리 대놓고 쌍욕하고 다시 일하고 넘어가는 게 마음 편하긴 했어.


내가 처음 다녔던 미용실은 미용인들끼리 말 나오는 샵이었어. 10시 출근인데, 9시에 나와서 머리 세팅하고 고객을 맞이할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했고, 9시 30분에 나오면 지각한 것처럼 눈치를 줬어. 교육 있는 날엔 새벽 6시에 하기도 했고, 그 교육 끝나면 샵 오픈해서 밤 9시까지 일하는 거지.


새벽에 교육 없으면 밤 9시 끝나고 교육장 가거나 샵 한편에서 교육을 받았고, 그러다 집 오면 자정이었지. 다음 날 새벽 6시 교육 있으면 최악이지. 그리고 단계마다 실습 과제들이 있고, 개인적으로 연습해야 돼. 만약 일반 회사나 공장처럼 6시에 끝나면 괜찮은데, 밤 9시 끝나고, 다음 날 일찍 일정 있고, 이러면 정말 신체적 체력도 중요하지만, 정신적 체력이 바닥나거든. 내가 이 돈 받고 이렇게 해야 하나 싶어 져.


하지만 기술직이고 잘 배우면 나중에 하는 만큼 벌 수 있으니까 그거 보고 가는 거지. 근데 내가 원장, 부원장, 선생님들 보면서 자기 자본으로 이룬 원장 아니면 아무리 부원장이더라도 돈은 많이 벌어도 자기 시간이 없고, 하루 종일 일하더라. 그분들이 멋있어 보여야 하는데 엄청 소진돼서 말하는 거나 행동이 제정신이 아닌 거 같다고 느낄 때도 있었어.


미용하는 친구들 많고, 그 친구들 응원하지만, 무조건 크고 유명한 샵이라고 해서 자신이 버거우면 붙어있을 필요 없다고 생각해. 자기에게 맞는 게 어딨냐고 하지만, 첫 번째 미용실 이후 두 곳을 더 다녔는데 훨씬 괜찮았어. 물론 그곳에서도 불만은 생기지. 하지만 주변 미용인들과 얘기하면서 비교해 봐. 내가 너무 말도 안 되는 조건에 일하고 있으면서 정신력이 약하다고 하진 않는지. 이런 데는 보통 사적으로 정을 붙이려고 하고, 너의 발전을 위한다며 오랜 근무와 휴일에서 자유롭지 않아.


미용에 애정이 있었는데, 미용만 하지 않고 서울에서 짧게나마 회사를 겪다 보니 비교돼서 정신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더라.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거지. 미용하는 사람들 진짜 고생하거든. 물론 예전보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샵 운영하는 원장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꼭 그렇게 각박하게 배워야 하나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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