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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아 Nov 14. 2023

가구공장에서 퇴근하면 사회복지 수업을 들었다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받으려는데, 1년 6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평생교육원을 통해 온라인으로 하긴 했지만, 경기 외곽 지역이었고, 가구 공장을 다니면서 공부해야 하니까 쉽진 않았다. 온라인 강의 듣는 건 상관없는데, 실습을 할 때 공장 사장님과 일정을 조율하느라 그게 좀 그랬다.


공장 사장님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꽤 젊은 30대 한국인이 왔으니 키워보시려고 했던 것 같다. 난 이미 입사 때부터 하고자 하는 공부가 있다고 했고, 그것 때문에 야근을 일주일 2번 이상은 힘들다고 말씀드렸고 받아들이셨고.


근데 공장을 오래 다닐수록 사장님과 사모님이 빨리 가구 기술을 배워서 공장 하나 차려야 하지 않겠냐는 식으로 회유하셨다. 잠깐 흔들린 적은 있었다. 사장님 아들 보면 20대 중반에 회사 다닌다고 했다가 몇 달간은 집에 있고, 집에 없는 줄 알았는데 달이 뜨면 어김 없이 나와 아버지가 해 준 외제차 끌고 나가고, 공장 일 본격적으로 해보겠다고 하면서 이틀 나오다가 출근 시간 한참 지나 공장에 오고…


돈을 잘 버는 건가 싶어서.


근데 가구공장으로 사장님 찾아오시는 분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껄끄러움을 많이 느껴서 가던 나의 길을 가야겠구나 싶었다. 너무 거칠기도 하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열이면 열, 영양가 있는 얘기하는 걸 듣지 못했고, 학생들이 담배 피우면서 골목에서 할 법만 얘기만 했다.


그런 걸 자꾸 보게 되니까 사장님께서 좋은 말씀을 하셔도 내 안에서 “자기는 그렇게 하나?”같은 반발심이 문득 올라왔다. 그런 기억들이 쌓이면서 감정이 태도로 드러나기도 했고, 뭔가를 더 배우고 싶은 맘이 희미해져서 그저 근태만 열심히 하고 하던 일만 반복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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