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고양이와 두 사람 이야기
현관문이 닫히는 순간,
바깥의 소란은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따뜻한 우드톤의 신발장과 은은한 조명이
작은 휴식처럼 느껴지는 공간.
이 집의 주인은 처음 상담에서
“눈이 부시지 않는 부드러운 조명, 조용하고 따뜻한 집.”
을 바랐었다.
현관은 그 말의 첫 장면이었다.
현관을 지나면 바로 마주하는 것은
무언가를 ‘숨기는’ 문이 아니라
집을 ‘한 장의 그림처럼 보여주는’ 투명한 원목 프레임 중문이다.
문 너머로 보이는 공용부의 조명과 그림자는
액자 속 장면처럼 고요하게 펼쳐진다.
고양이 한 마리는 문을 지키듯 서 있다가
외출하고 돌아온 두 사람의 발걸음을 따라
살포시 뒤돌아선다.
부드러운 우드 결, 낮은 조도의 빛,
그리고 고양이의 조용한 움직임까지
이 집의 첫 풍경은 늘 그렇게 잔잔했다.
현관에서 복도를 지나며
공기의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따뜻한 우드톤의 시작은
공용부에 들어서면서
조금 더 단정하고 모던한 무드로 자연스럽게 변한다.
주방 쪽 바닥은 단단한 질감의 타일로
거실 쪽은 편안한 톤의 마루로 이어져
물리적 경계 없이도 공간의 성격이 분명해졌다.
하지만 다시 고개를 돌려 현관을 바라보면
그 따뜻함이 여전히 배경처럼 자리하고 있다.
이 집은 늘 두 가지 감정
온기와 차분함이 함께 흐른다.
이 집의 거실에는 TV가 없다.
거실의 중심은 소파도, 스크린도 아니다.
창가 쪽으로 놓인 6인용 식탁이
이 집의 중심을 대신한다.
밤이면 이곳에서 두 사람은 이동형TV로 드라마를 보고,
아침이면 햇빛이 식탁 위로 부드럽게 얹힌다.
식탁은 두 사람의 시선이 만나고
고양이들이 지나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한편, 거실 한쪽면에는 1인용 소파가 놓여 있다.
앉는 순간,
집안 풍경이 프레임처럼 보이는 자리다.
아내는 이곳에서 가끔 책의 첫 장을 넘기기도 하고
남편은 조용히 앉아 음악을 듣기도 한다.
그리고 소파 뒤쪽 한켠에는
고양이들이 오르내릴 수 있는 작은 구조물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삶과 공간이 섞여 있지만 산만하지 않은 이유는,
집의 모든 선과 면이
‘조용한 질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집의 특별함은 주방이 보여주는 두 개의 얼굴이다.
거실에서 바라보면
주방의 뒷면이 깊이감 있는 톤으로 구성되어
공간이 바깥으로 한 번 더 열린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 은은한 반사 속에서
주방의 조명과 거실의 그림자가
조용히 섞여 흐른다.
천장과 상판의 톤은
‘하나의 덩어리’처럼 느껴질 정도로 연결감 있게 이어졌고,
아일랜드의 표면은
갈색과 검정이 섞인 듯한 차분한 무드로
부드럽고 단단한 인상을 남긴다.
이 집은 요리를 자주 하는 집이 아니다.
대신 커피 한 잔을 내려
주말의 늦은 아침을 시작하는 일이 많다.
아일랜드에 컵 두 개가 나란히 놓이면
그 둘만의 일상 리듬이 이 주방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공용부의 코지벽 끝에서
욕실은 또 하나의 감정으로 전환된다.
이 집의 욕실은
어둡거나 차분한 톤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밝고 가벼운 분위기로 연출되었다.
건식 세면대는 외부로 꺼내어
좁아 보일 수 있는 공간에 여유를 주었고,
욕실 내부는 조용히 정돈된 밝은 톤으로 마감했다.
주방의 깊이감과 대비되는 이 명암의 변화는
집이 가진 또 하나의 ‘표정’이었다.
욕실에서 불을 켜면
부드러운 빛이 거실 끝까지 스며들고,
고양이 한 마리가 조용히 발을 핥아 정리하는 소리가
일상의 마지막을 대신한다.
이 집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모든 공간이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하루의 감정을 천천히 받아들인다.
현관의 우드,
복도의 전환,
TV 없는 거실,
두 사람과 두 고양이의 고요한 생활,
그리고 밝게 마무리되는 욕실까지.
모든 장면이 이어져 하나의 리듬을 만든다.
이 집의 표정은 ‘고요함’이다.
그리고 그 고요함 속에서
두 사람과 두 마리의 고양이는
오늘도 조용한 하루를 함께 쌓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