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끝이 따뜻해지는 곳

메이플자이 33평의 표정

by 오륜록


현관문을 열자,
작은 조명이 먼저 눈을 맞춘다.

따뜻한 빛이 벤치장 위로 내려앉고,
그 옆의 모자이크 타일이 은은하게 반짝였다.
아이의 신발 한 켤레가 반듯하게 벤치 아래 놓여 있다.


퇴근 후 돌아온 남편이 문을 닫으며 작은 숨을 내쉰다.
“오늘은 좀 일찍 왔네.”
아내의 목소리가 부엌 쪽에서 잔잔하게 흘러온다.




현관, 하루의 끝과 시작이 만나는 자리


이 집의 현관은 크지 않다.
하지만 벤치에 앉아 신발끈을 묶는 그 짧은 시간이,
가족의 하루를 이어주는 다리 같다.


아이는 이 자리에 앉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오늘은 친구랑 같이 그림 그렸어요. 하트랑 집!”
그 말을 들으며 남편은 신발을 벗고
아내는 작은 조명을 살짝 밝힌다.

그 순간, 그들의 하루는

밖의 세상에서 ‘집’으로 옮겨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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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빛이 따라 걷는 길


현관을 지나 복도를 따라 걸으면,
오크우드톤의 바닥이 부드럽게 발을 받쳐준다.

바닥의 따뜻한 색감은

마치 햇살이 길게 늘어진 나무결 위에 머문 듯하다.


복도의 끝에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엄마, 나 레고 완성했어!”
그 목소리를 따라 시선이 자연스레 공용부로 향한다.

오픈된 구조 덕분에
거실과 주방이 하나의 장면처럼 이어진다.
따뜻하면서도 단정한 프렌치 무드의 색감이
공간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거실, TV 대신 대화가 머무는 공간


이 집의 거실에는 TV가 없다.
대신 소파, 작은 테이블, 그리고 몇 개의 소가구가 전부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소파를 창가로 돌려놓기도 하고,
테이블을 벽 쪽으로 옮겨놓기도 한다.


거실 중앙에는 아이가 놀던 레고 조각이 흩어져 있다.
그 위로 따뜻한 노을빛이 떨어진다.
아내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남편은 조용히 미소 짓는다.


“오늘은 그냥 이대로 좋다.”
그 한마디에 이 공간의 모든 의도가 담겨 있었다.
깔끔하지만 비어 있지 않은,
단정하지만 차갑지 않은,
사람의 체온이 그대로 스며 있는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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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따뜻한 프렌치 모던의 중심


주방은 이 집의 심장이다.
아내는 늘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따뜻한 조명이 식탁 위를 감싸고,
타일 바닥의 질감이 발끝에 닿는다.


세라믹 상판 위에는
조심스럽게 잘라둔 바게트와 치즈, 그리고 향긋한 차가 있다.

주방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점, 선, 면’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낸 리듬이 있다.


식탁에 앉으면 아일랜드 너머로 거실이 보이고,
거실에 앉으면 주방의 조명이 포근하게 비친다.
가족은 서로 다른 자리에 있지만,
시선은 늘 이어져 있다.


“이 구조가 참 좋아.”


아내는 웃으며 말했다.
“서로 다른 일을 해도 함께 있는 느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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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하루의 끝을 감싸는 페브릭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부드러운 패브릭 침대 헤드다.

그 위로 조명이 떨어지며
마치 빛이 천천히 잠드는 듯한 장면이 된다.


침대 옆 테이블에는
책 한 권과 작은 향초가 놓여 있다.

아내는 아이를 재운 뒤
책을 펼쳐 들고, 조명을 조금 낮춘다.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도시의 불빛이
헤드의 질감을 따라 천천히 퍼진다.

“하루의 끝이 이렇게 따뜻할 줄 몰랐어요.”


그녀가 처음 이사를 오며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 따뜻함은 인테리어의 결과가 아니라,
이 집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에서 만들어지는 온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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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그들의 리듬으로 완성된 공간


이 집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어느 각도에서 바라봐도 단정하고,
빛이 닿을 때마다 미묘한 표정을 바꾼다.


현관의 작은 조명,
복도의 오크우드톤,
거실의 여백,
주방의 따뜻함,
그리고 안방의 부드러운 패브릭.

그 모든 요소가 하나의 리듬으로 이어지며
하루의 장면을 만든다.


이 가족의 집은 단순히 예쁜 집이 아니다.
그들의 대화, 웃음, 그리고 작은 일상이
공간을 완성시킨다.


집이란 결국,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시간으로 완성되는 가장 큰 작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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