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Me] 부모님의 꿈을 처음 들은 날

by 오륜록


주말에 아들과 함께 밥을 먹고 있었다.
한참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던 늘이가 문득 이런 말을 했다.


“주말은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
왜 평일은 빨리 안 지나가고 주말만 빨리 지나가?”



어린이집이 숙제처럼 느껴져서 그런 것인지,
엄마 아빠와 함께 있는 시간이 놀이처럼 재미있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아들도 우리처럼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더 즐겁고 행복하다는 사실 말이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이가 한 살씩 들어갈수록 이상하게도
앞으로의 일보다 지나온 시간의 장면들이 더 자주 떠오른다.


어머니가 간경화로 크게 아프셔서 우리 가족 모두가 마음 졸였던 순간,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운동대회에서 큰 상을 받으셨을 때 가족들이 함께 웃으며 축하하던 순간,


그리고 어떤 날은 함께 울었던 순간들까지.

그 장면들은 이제 내 마음속 어딘가에 작은 서랍처럼 남아 있다.

가끔 그 서랍을 살짝 열어보면 웃음이 나기도 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참 신기한 일이다.
시간은 지나가는데 감정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


하지만 동시에 아쉬움도 함께 찾아온다.

빠르게 커가는 아이, 그리고 언젠가 이별을 맞이해야 할 부모님.

손살처럼 지나가는 세월을 어떻게든 붙잡고 싶은 마음이 문득문득 마음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한시한편’이라는 서비스를 발견했다.


부모님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기록해 영상으로 남겨주는 서비스였다.

내가 마음속으로 아쉬워하던 그 기억의 조각들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기회처럼 느껴졌다.


마침 사연을 통해 몇 명에게 무료 인터뷰를 진행해준다는 소식이 있었고
나는 부모님과의 이야기를 담아 신청했다.

며칠 뒤
선정되었다는 메시지가 왔고 인터뷰 일정이 잡혔다.


아버지는 원래 외향적인 분이라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신다.

어머니는 조금 부끄러워하셨지만
“아들이 생각한 일이라면 해보자” 하며
함께해 주셨다.


그리고 지난주,
부모님과 함께 인터뷰를 다녀왔다.


총 13개의 질문이 준비되어 있었다.


가장 기뻤던 순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다시 도전할 수 있다면 어떤 꿈을 꾸고 싶은지
그리고
내일이 마지막 날이라면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


보통 30분이면 끝난다던 인터뷰는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아버지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셨다.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도 많았다.

심지어 하모니카까지 준비해 오셔서
“연주를 해야 한다”며 PD님을 잠시 당황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
나는 처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아버지의 꿈이 가수였다는 것.

“다시 태어나면 가수에 도전해보고 싶다.”

그 말을 하는 아버지의 얼굴에는 소년 같은 웃음이 떠 있었다.


어머니는 여전히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셨고
아버지는 가족을 사랑한다며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기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어딘가가 조용히 울렸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그 삶 속에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기쁜 이야기, 슬픈 이야기,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꿈들까지.


그 이야기들을
한 시간의 인터뷰로
모두 담아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이
참 멋지게 느껴졌다.


‘한시한편’이라는 서비스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을 받아 꿈이 있었고
숨겨진 이야기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의 스피커가 되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 역시
이번 주말 덕분에

부모님과의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추억을 얻은 것 같다.


마음 한켠이
뿌듯하면서도
몽글몽글했다.


아들이 말했던 것처럼
주말은 참 빨리 지나간다.


그래서 더더욱 생각한다.

주말을 기다리는 삶이 아니라
기억을 남기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아이와의 시간도,
부모님과의 시간도
조금 더 자주 꺼내볼 수 있도록.


그리고 언젠가
내 아이가 나이가 들어
자신의 기억 서랍을 열어보았을 때

그 안에 따뜻한 장면들이
가득 들어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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