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Me] 같은 공간, 다른 마음

나는 오늘도 나를 설득한다.

by 오륜록

인테리어 상담을 하다 보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같은 공간, 같은 구조, 같은 거울 하나를 두고도
전혀 다른 감정을 말하는 사람들.


“현관에 거울이 있으면 불편해요.”
or

“현관에 거울은 꼭 있어야죠.”


나는 그 사이에서 고개를 끄덕인다.


현관에 거울이 있으면
보고 싶지 않은 내 얼굴을 갑작스럽게 마주해야 할 때가 있다.
출근길, 피곤이 묻은 표정, 준비되지 않은 나.
그 순간의 낯섦과 당황스러움.
그 마음, 이해된다.


반대로
현관에 거울이 있으면
오늘의 착장을 한 번 더 점검할 수 있고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다듬을 수 있다.

‘오늘의 나’를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장치.
그 마음도 이해된다.


같은 현상, 다른 해석.

나는 그 두 문장 사이에서
나의 이중적인 공감 능력에 스스로 허허 웃어본다.

회사를 다니던 시절
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지금 돌아보면
일이란 어쩌면
누군가의 마음을 사는 일이다.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한 설계,
내부 구성원의 마음을 붙드는 말,
가족을 위한 선택.

우리는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더 큰 어떤 것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마음을 얻으려 애쓴다.


그리고 그 실행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의지보다 반복된 습관이다.


왜 하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해도
몸에 밴 태도,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한 연습.


불편을 넘어 익숙함까지 데려가는 힘.

‘100번의 연습이 습관을 만든다’는 말처럼

나 역시 타인을 설득하기 위해 수없이 연습해온 사람이 되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법,
상대의 문장을 받아치는 법,
공감의 타이밍.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 습관이 완전하지 않다는 걸 느낀다.


누군가에게 나는
여전히 불편한 사람일 수도 있고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내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또 한 번 허허 웃는다.


이게 그냥 나인가.


사는 것,
살아가는 것,
일하는 것,
사업하는 것,
노동하는 것.


어쩌면 모두
누군가의 마음을 사기 위한 행위다.


그런데 우리가 자주 잊는 사실이 있다.


그 ‘누군가’ 안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


내가 나를 설득하지 못하면 내 행동은 오래 가지 못한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믿음이 흔들리면 습관은 하루아침에 무너진다.


그래서 나는 자꾸 나에게 말해준다.


괜찮다고. 맞다고. 지금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고.

반복해서 말해주고 또 알려주고 또 전달해본다.


내가 하는 일이 타인을 설득하는 일이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어쩌면 나를 설득하는 일 아닐까.


설득된 내가
설득된 얼굴로
설득된 마음으로
타인에게 말을 건네는 것.


그때 비로소
공간도, 말도, 태도도
힘을 갖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현관 거울 앞에서
두 가지 마음을 모두 이해하는 사람으로 서 있다.


그리고 묻는다.

나는 지금, 나를 충분히 설득했는가.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