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과 줄타기 사이에서
2014년경
나는 기업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세상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새로운 구조’로 풀어내는 사람이 되겠다고.
그 결심의 시작은 사실 사업이 아니었다.
2010년, 어머니의 간경화가 급격히 악화되던 때였다.
혈액형이 맞지 않았지만 이식 수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부담은 없었다. 자식으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저 수술만 잘 끝나면 된다고 믿었다.
그런데 담당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이제는 이식을 받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마음의 준비를 해주세요”
그 말을 듣던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어머니의 생사를 앞두고 회사에 출근하는 내가 싫어졌다.
회의를 하고, 숫자를 맞추고, 일상적인 업무를 하는 내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날 처음으로
‘내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리고 기적처럼 급하게 나온 기증자가 있었다.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상태였던 어머니에게 간이식이 가능해졌다.
나는 사실 그때 평생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행운을 받았다.
어머니의 회복 과정을 지켜보며 나는 처음으로 행복을 정의하기 시작했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무엇을 위해 시간을 써야 할지.
그 즈음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Steve Jobs의 스탠포드 졸업연설을 들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그 문장이 나를 건드렸다.
그의 연설은 수많은 기업가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도 그중 한 명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세상에 해결이 필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탐닉했고
스스로를 시험에 들게 하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결국 창업의 길로 걸어 들어갔다.
뒤돌아보지 않고 10년 넘는 시간을 달려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깨닫는다.
나는 지금 기업가가 아니라 사업가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기업가는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사람이고,
사업가는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서 기회를 실행하는 사람이다.
나는 인테리어 시장의 구조를 완전히 뒤집지는 못했다.
대신 공간을 깊이 고민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나는 지금 기업가를 꿈꾸는 사업가다.
내가 살아가는 오늘은 다음 페이지를 위한 준비다.
한 산업에서의 깊이 있는 연구는
결국 나를 또 다른 통찰로 이끌 거라고 믿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 시장을 잘 안다”는 착각이
도전을 두렵게 만든다.
인테리어 시장에는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너무 많다.
세금을 내지 않는 시공 인부들,
현금 거래로 국세청을 피하는 업자들,
저렴함을 이유로 탈세에 동조하는 고객들.
그리고
문제의 근본을 건드리기 두려워하는
나 같은 사업가들.
시장은 꼬일 대로 꼬여 있다.
나 또한 정직하려 애쓴다.
그런데 기준 없는 정직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끊임없는 줄타기를 만든다.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길 위에서
합법의 선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나 자신이
답답할 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의 끝에는
‘집의 의미’를 제대로 말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공평한 경쟁 구조 안에서
당당하게 성장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
맞고 틀림을 떠나 지금의 선이 애매한 건 사실이다.
그 안에서 나는 다수의 고객에게 옳고 그름을 설명하려 애쓴다.
하지만 안다.
다수의 거짓을 소수의 진실이 뚫고 지나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는 걸.
그래서 더더욱 과거의 수많은 기업가들이 위대해 보인다.
그들도 분명 비슷한 답답함을 견뎠을 테니까.
10년 뒤 오늘을 돌아봤을 때 인테리어 시장이 한 단계 성장했고
그 성장에 나의 기여가 조금이라도 있었다고 느낄 수 있다면.
나는 그걸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나는 이미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니 오늘도 의미 있는 하루를 쌓자.
조금은 서툴러도,
조금은 답답해도,
기업가를 꿈꾸는 사업가로서
내 꿈의 다음 페이지를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넘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