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Me] 철들지 못한 마음 앞에서

답답한 나를 남겨두는 기록

by 오륜록

성숙하지 못한 내 모습을 마주할 때면
가끔은 스스로가 참 밉다.


조금 더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어떤 순간이 오면
여전히 나는 쉽게 흔들리고,
내 안의 미숙한 바닥을 그대로 드러내곤 한다.


그럴 때면 생각한다.


나는 아직도 멀었구나. 철들기는 글렀구나.


이상하게도 그런 순간은
늘 가장 가까운 사람들 앞에서 찾아온다.

부모님, 아내, 그리고 오래된 친구.
누구보다 편하고,
누구보다 나를 잘 안다고 믿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가장 필터 없는 감정을 꺼내 보인다.


밖에서는 나름 애써왔다.

고객과 이야기할 때도,
동료들과 의견을 나눌 때도,
입이 근질거리는 순간을 꾹 누르며
끝까지 들으려 했다.


먼저 듣고,
마음을 다잡고,
상대의 입장을 헤아려 보고,
그 위에 내 생각을 조심스럽게 얹는 연습을
수없이 해왔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정작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는
그 연습이 잘 되지 않는다.

오히려 철없던 과거의 내가 불쑥 고개를 든다.

상대의 말에 감정이 건드려지고,
그 반응에 다시 내 마음이 출렁인다.

이해하려고 시작한 대화가
어느새 상처를 주고받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특히 일과 관계가 함께 얽혀 있을 때면 그 복잡함은 더 커진다.

친구이기도 하고, 동료이기도 한 사이.
동료로서 대화를 시작했는데 친구로서 마음이 상하고,
친구로서 서운했던 감정이 다시 일하는 태도와 판단에까지 스며드는 순간.

그 미묘하고도 어려운 경계 앞에서 나는 자주 서툴다.


세상은 참 어렵다.
아니, 인간의 마음이 어렵다.


가까울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왜 우리는 늘 부딪힌 뒤에야 배우게 될까.


그래도 오늘 이렇게 적어두고 싶다.
스스로가 답답하고,
내가 왜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날에도
나는 분명 더 나아지고 싶어서 괴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관계를 잘 지키고 싶고
내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서
혼자 이런 밤에 마음이 헛헛해지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러니 오늘의 실망만으로
나를 다 판단하지는 말자.

나는 아직도 배우는 중이고,

가까운 사람 앞에서 무너지는 법보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따뜻하게 말하는 법을
조금씩 익혀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답답해도 괜찮다.
서툴러도 괜찮다.
중요한 건
이런 내 모습을 외면하지 않고
끝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는 마음일 테니.


오늘은 그 마음 하나만 조용히 믿어주자.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