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의미>를 쓰며, 나를 다시 읽었다
책을 만드는 과정은
어쩌면 집을 설계하는 과정과 많이 닮아 있다.
보이지 않던 마음을 꺼내어 바라보고,
삶에 꼭 필요한 것과 덜어내야 할 것을 다시 정리하고,
결국은 누군가가 더 나은 시간을 살아갈 수 있도록
조용히 바탕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집의 의미>라는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이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나는 참 여러 번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인테리어 상담은 종종 마음을 치료하는 일처럼 느껴졌다.
가족 사이에 오래 묻어두었던 불편함을 꺼내놓는 자리이기도 하고,
서로의 생활을 다시 이해해보는 시간이기도 했으며,
조금은 서툴렀던 삶의 방식을 수정해
앞으로를 더 멋지게 살아가보자고 다짐하는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늘,
공간을 바꾸는 일이 단순히 집의 모양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삶의 태도를 다시 정리하는 일이었고,
어쩌면 가족의 마음이 머무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었다.
책을 쓰는 시간도 그랬다.
문장을 고치며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다시 떠올렸고,
사업에 지쳐 조금씩 흐려졌던 마음도 다시 붙잡아보게 되었다.
나는 한동안
더 멋진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 꿈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은 조금씩 달라졌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보다
한 사람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일이 더 깊은 의미로 다가왔고,
화려하게 보이는 결과보다
한 사람의 일상에 오래 남는 변화가 더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마 책도 비슷한 마음으로 쓰게 된 것 같다.
처음에는
작가가 된다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작은 상상에서 출발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원고를 써 내려가며
내 마음은 다른 곳에 닿아 있었다.
이 책을 읽은 누군가가
집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면 좋겠다고,
집을 단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마음을 담는 공간으로 이해하게 되면 좋겠다고,
그리고 주거 인테리어 디자인을 꿈꾸는 누군가에게도
이 일이 결국 사람의 삶을 다루는 일이라는 사실이 전해지면 좋겠다고
나는 점점 더 진심으로 바라게 되었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전달하는 일은 늘 어렵다.
아무리 애써도
그 마음이 정확히 전해지지 않을 때가 있고,
내가 담고 싶었던 온도와 결이
상대에게는 다르게 닿을 때도 있다.
그 허탈함이 얼마나 큰지도 나는 안다.
그래서 더 알게 된다.
결국 우리는 실패를 통과하며 단단해진다는 것을.
내 진심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진심을 전하는 일 자체가 원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그 어려움을 견디고도 계속 말해보는 사람만이
조금씩 자기만의 언어를 갖게 된다는 것도.
돌아보면
이 책을 만드는 과정은
나를 설명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에 두근거리는지?
왜 여전히 공간과 삶의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이는지
조용히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전해야 할까 고민하는 일과
어떤 공간으로 누군가를 더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일은
결국 같은 뿌리에서 시작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두 일은 여전히 나를 두근거리게 한다.
그래서 2026년의 나는
조금 지쳐 있었을지언정
결국 다시 나다운 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던 것 같다.
몇 년 뒤 다시 이 시간을 떠올리게 된다면
나는 아마 성과나 결과보다
이 시기에 내 마음이 조금 더 깊어졌다는 사실을 먼저 기억하게 될 것같다.
<집의 의미>를 세상에 내놓으며
나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썼지만,
사실은 나 자신에 대한 다짐도 함께 적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조금 더 진심인 사람으로 살자.
조금 더 오래 남는 일을 하자.
조금 더 누군가의 삶에 다정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자.
2026년의 나에게,
이 시간은 분명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잘 버텼고, 잘 지나왔고,
무엇보다 다시 두근거릴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