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Me] 아들의 세계에 들어가는 법

캣파이어엑스가 우리 집에 온 이유

by 오륜록


아들의 미디어 시청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내는 그 모습이 못마땅했는지, 아들과 직접 놀아주는 시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도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오랜 시간 TV를 보거나 유튜브를 보는 것이 정말 그렇게까지 나쁜 일일까?


사실 나 역시 유튜브를 자주 보는 편이다.
주로 역사나 경제 같은 내용을 본다.
결국 나도 정보와 재미를 얻기 위한 창구로 미디어를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나와 아들의 차이가 있다면, 나는 의식을 가지고 선택하지만
아들은 아직 그 흐름에 자신을 맡기고 있다는 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고민하게 된다.
일곱 살 아이에게 부모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
어디까지 막아야 하고, 어디까지 기다려줘야 할까.


그러다 문득,
막연히 못 보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다른 즐거움을 함께 발견하게 해주는 일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읽는 재미, 이야기를 만드는 기쁨,
무언가를 상상하고 자기 손으로 세계를 만들어보는 경험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아들에게 말했다.
“아빠랑 같이 이야기 만들어볼래?”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재미없을 것 같아.”

조금 머쓱했지만, 기회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아들이 레고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아빠, 자동차인데 물속을 날아다닐 수 있는 로봇 만들어줘.”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이 멋진 제안을 그냥 흘려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 그거 진짜 멋지다.”

그 한마디에서 이야기가 시작됐다.


이 친구 이름은 뭐야?
내 눈에는 고양이 같아 보여서 ‘캣파이어엑스’라고 부르고 싶어.


파이어가 뭔지 알아?
엑스는 뭐야?
“'파이어'는 불 아니야?”

“오, 똑똑이, 엑스는 왜 붙인거야?”


"게임에서 엑스모양 레이저가 나오는거 봤어"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설정을 붙여나갔다.

캣파이어엑스는 왜 바다로 가게 되었을까?
바다에서는 어떤 친구를 만나게 될까?
무슨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완벽하게 다듬어진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만큼은,
태블릿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우리 사이에 생겨났다.

아들의 눈빛이 달라졌고,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괜히 뿌듯했다.


아이들은 결국 부모의 관심을 먹고 자란다.
저번 주부터 시작된 캣파이어엑스의 모험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금세 시들해질 수도 있고,
생각보다 오래 우리 집의 작은 세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아들의 관심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내 시도가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아이를 키우며 점점 더 자주 느낀다.
내가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단순히 참는 사람이 아니라,
내 삶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조금 더 지혜롭게, 조금 더 즐겁게 돌파해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번 주말은 그런 생각으로 가득했다.

아들을 키운다는 건
결국 아이만 자라는 시간이 아니라
나도 함께 자라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


그리고 그 시작에
캣파이어엑스가 있었다.


하단에는 아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캣파이어엑스의 첫 번째 모험 이야기를 함께 남겨본다.
조금 서툴러도, 그래서 더 소중한 이야기다.




1화. 바다로 가게 된 날


캣파이어엑스는 원래 바다를 좋아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물에 젖는 건 괜찮았지만
너무 깊고 너무 넓고 너무 알 수 없는 곳은 조금 무서웠다.


캣파이어엑스는 바퀴가 달린 작은 구조 로봇이었다.
몸은 네모났고, 앞에는 반짝이는 투명 눈이 두 개 달려 있었다.
위험한 순간이 오면 가슴 앞쪽에서 X 모양 레이저를 쏠 수 있었고,
등 뒤에 숨겨진 작은 탱크에서는 물을 뿜어낼 수도 있었다.


친구들은 말했다.

“너는 불도 막고, 길도 열고, 위험한 것도 물리칠 수 있잖아.
엄청 대단한 로봇이야.”


하지만 캣파이어엑스는 가끔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래도 바다는 좀 달라... 바다는 끝이 안 보이잖아.”


캣파이어엑스가 사는 곳은 작은 언덕 위의 장난감 작업실이었다.
작업실 창문 아래로는 마을이 보였고,
멀리 아주 멀리 반짝이는 파란 선처럼 바다가 보이곤 했다.


캣파이어엑스는 매일 저녁 그 바다를 바라봤다.

한 번도 가까이 가본 적은 없었다.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 저녁이었다.
노을이 붉게 번지고, 작업실 안은 조용했다.

캣파이어엑스는 바닥을 또르르 굴러다니며 정리되지 않은 블록 조각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삐빅.
삐빅.
삐비비빅!


캣파이어엑스의 머리 위 작은 경고등이 빨갛게 깜빡이기 시작했다.

“응? 무슨 신호지?”

배 앞쪽의 작은 화면에 이상한 문양이 떠올랐다.
그건 그냥 점이 아니었다.
반짝이는 파도 모양과 함께, 가운데에 X 표시가 새겨진 지도였다.


캣파이어엑스는 눈을 깜빡였다.

“내 신호랑 같은 X잖아?”


지도 아래에는 짧은 문장이 나타났다.

도움이 필요해.
푸른소용돌이섬 앞바다.
붉은 산호문이 곧 닫힌다.


캣파이어엑스는 가만히 화면을 바라봤다.


푸른소용돌이섬?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이름은 꼭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마음에 걸렸다.

그때 작업실 창문 밖에서 바람이 세게 불었다.
창문 틈으로 소금 냄새가 스며들어왔다.

바다 냄새였다.


캣파이어엑스는 조심스럽게 창가로 굴러갔다.
멀리 보이는 바다가 평소보다 더 강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아니, 반짝이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빛이 깜빡이며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빨강.
파랑.
그리고 X.


캣파이어엑스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설마... 날 부르는 거야?”

하지만 바로 뒤로 한 바퀴 물러났다.

“아니야. 바다는 너무 멀어. 나는 바퀴 달린 친구라고.
모래밭에 바퀴가 빠지면 어떡하지?
파도가 너무 세면? 길을 잃으면?”

캣파이어엑스는 혼자 중얼거리며 작업실 안을 빙글빙글 돌았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바퀴도 더 빨리 굴러갔다.

그 순간,
작업실 구석에 놓여 있던 작은 유리병 하나가 툭 쓰러졌다.


병 안에는 캣파이어엑스가 예전에 주워둔 아주 작은 조개껍데기가 들어 있었다.
캣파이어엑스는 그 조개껍데기를 좋아했다.
왜인지 모르게 그 안에 귀를 대면
멀리서 누군가 “와 줘” 하고 속삭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캣파이어엑스는 조개껍데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가만히 귀 쪽에 가까이 가져갔다.


사아아아~

정말로 파도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아주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도.

“캣파이어엑스... 늦기 전에 와야 해...”

캣파이어엑스의 눈이 동그래졌다.


“누구야?”

대답은 없었다.


대신 조개껍데기 안쪽에서 파란 빛이 한번 반짝였다.

그 빛은 캣파이어엑스의 몸속 어딘가에 숨어 있던 기억을 톡 건드렸다.
아주 오래전, 자신이 만들어질 때 들었던 말 같기도 했다.

“언젠가 바다가 너를 부를 거야.”

캣파이어엑스는 갑자기 멈춰 섰다.


“...그래. 무섭다고 안 가면, 누군가는 계속 기다리고 있겠지.”

그는 천천히 준비를 시작했다.


등 뒤 물탱크 점검, 이상 없음.
X 레이저 장치 점검, 이상 없음.
앞바퀴 회전, 양호.
뒷바퀴 회전, 양호.
구조용 집게팔, 정상.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작은 조개껍데기를 몸 안쪽 보관칸에 넣었다.

“좋아. 이제 진짜 가보는 거야.”


작업실 문은 캣파이어엑스 혼자 열기엔 조금 무거웠지만,
그는 몸을 뒤로 뺀 뒤 힘껏 돌진했다.


쿵!

문이 아주 조금 열렸다.

한 번 더.

쿵!


이번에는 문이 활짝 열리며 밤바람이 훅 들어왔다.


바깥세상은 생각보다 더 넓고, 더 차갑고, 더 신나는 냄새가 났다.


캣파이어엑스는 잠시 멈춰 섰다.

눈앞에는 언덕길이 있었고
그 끝에는 마을,
그리고 아주 멀리
달빛을 먹은 듯 반짝이는 바다가 있었다.

“저기까지 가야 해.”

그는 아주 작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이번에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또르르르르~

캣파이어엑스의 바퀴가 천천히 굴러가기 시작했다.


언덕길 아래로 내려가며
그는 처음 보는 밤의 냄새를 맡았고,
처음 듣는 갈매기 울음소리를 들었고,
처음으로 진짜 모험이 시작된다는 걸 알았다.


멀리 바다 쪽 하늘에서
파란 빛이 다시 한번 X 모양으로 번쩍였다.

캣파이어엑스는 멈추지 않았다.


무섭지만 가는 것.
그게 진짜 용기라는 걸
그는 아직 잘 몰랐지만, 이미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날 밤,
작은 바퀴 달린 친구는
처음으로 바다를 향해 출발했다.


그리고 캣파이어엑스는 아직 몰랐다.


자신을 부른 바다 깊은 곳에
길을 잃은 산호도시와,
잠들어 버린 바다열차와,
검은 먹구름 속에서 기다리는 거대한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그 모든 모험의 시작이,
바로 오늘이라는 것을.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