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도 위에 그리는 내면의 풍경
인테리어는 집을 고치는 일이 아니다.
사람을 이해하고,
삶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그래서 공간을 디자인하기 위해 누군가와 마주 앉는 순간,
그는 더 이상 단순한 ‘의뢰인’이 아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나는, 어느새 마음의 구조까지 함께 살피는 조용한 상담가가 된다.
그와 나누는 대화 속에는 그 사람의 하루가 녹아 있다.
아침 몇 시에 일어나는지, 퇴근 후에는 어디에 앉는지,
식사 시간은 가족과 함께인지, 혼자인지.
취미는 무엇인지, 욕실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심지어 부부가 각방을 쓰는지까지…
그 은밀하고도 구체적인 삶의 방식들이 하나둘 펼쳐진다.
대화가 깊어질수록 보이기 시작하는 것은,
단순한 평면도가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 구조다.
그는 어떤 것에 예민한 사람인지,
돈 앞에서 얼만큼의 불안을 가지는지,
부탁할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불편함을 느낄 때 취하는 태도는 어떤지.
이 모든 것은 ‘좋은 집’을 만들기 위한 조건이기 이전에,
‘그 사람다운 집’을 만들기 위한 이해의 여정이다.
그래서 인테리어 상담은 때로 부담스럽기도 하다.
지인의 상담을 망설이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너무나 친한 사람일수록,
그의 감춰진 상처와 갈등, 어쩌면 함께 마주하고 싶지 않은 민낯까지도
내가 들여다보게 될 테니까
그 은밀함을 들여다보고, 안아줘야 하니까.
하지만 그런 순간일수록 알게 된다.
누구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애쓰며 살아간다는 것.
그의 작은 고민조차도, 어쩌면 오랜 시간 곁에 두고 무시해온 불편함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좋은 인테리어란,
결국 좋은 심리상담처럼 작동해야 한다고 믿는다.
디자인은 마음을 읽는 일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형태와 색감과 빛의 언어로 번역해주는 일이다.
사람을 위로하는 공간,
그의 기분을 이해해주는 가구의 배치,
자기를 잃지 않게 해주는 구조.
이 모든 것이 모여 한 사람의 삶을 견디게 해주고, 이끌어주고, 감싸주는 공간을 만든다.
그게 바로, 내가 '집이 삶을 닮도록' 인테리어 하고 싶은 이유다.
― 집을 디자인한다는 건, 결국 그 사람의 삶을 이해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