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공간은 작은 불편함에서 기획된다

by 오륜록

우리가 살고 있는 대부분의 집은
처음엔 ‘불만’에서 시작된다.


"여기 앉으면 콘센트가 너무 멀어."


"화장실에 불을 켜려면 꼭 돌아가야 해."


"수납장은 많은데 왜 항상 지저분할까?"


이 말들은 곧,
디테일이 부족한 공간에서 나오는 피드백들이다.


공간의 디테일은
대개 이런 아주 사소한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순간,
작고 조용하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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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장은 많은데 왜 항상 지저분할까? 여기 앉으면 콘센트가 너무 멀어




불편함이 시작되면, 디테일이 열린다


예전엔 이런 생각을 잘 하지 않았다.
무언가 불편하면 그냥 내가 적응하거나,
불편한 줄도 모르고 넘어갔다.


하지만 한 번 ‘느끼게’ 되면,
다시 그걸 모른 척하고 살 수는 없다.


전등 스위치의 높이,


문을 열었을 때 걸리는 각도,


소파에 앉았을 때 시야에 들어오는 조명의 위치.


그 모든 게 의도되지 않았다는 걸 인식하는 순간,
당신은 더는 예전의 눈으로 공간을 보지 못한다.

이것이 디테일을 알아보기 시작하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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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 스위치와 조명의 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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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었을 때 걸리는 각도, 반려동물에 대한 배려




디테일은 ‘보이는 것’보다 ‘느껴지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예쁜 집이 디테일한 집이라고.


하지만 진짜 디테일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느껴지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마루의 방향이 어디로 창을 향하고 있는가?
조명의 배광각이 소파에 앉은 사람을 편안하게 감싸고 있는가?
수납장 손잡이가 튀어나와 옷이 걸리지 않게 설계되어 있는가?


이건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공간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감지되는 정보다.
그래서 디테일은


경험이고,

감각이며,

취향의 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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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의 방향이 어디로 창을 향하고 있는가? 수납장 손잡이가 튀어나와 옷이 걸리지 않게 설계되어 있는가?



기획되지 않은 디테일은 없다


디테일은 '생기는 게' 아니라, '짜는 것'이다.

즉, 기획의 산물이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도면을 그리고, 자재를 고르고, 시공을 지시하는 그 과정 전체가
실은 수백 개의 작은 선택과 판단의 연속이다.


그중 단 하나라도 빠지면, 이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상함은

결국,
“뭔가 어색해”라는 말로 돌아온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은 불편함을 추적한다.
어색함을 기록한다.
그리고 그것을 없애기 위해 치열하게 싸운다.


디테일은 예민함으로부터 시작되며,
예민함을 다루는 태도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진다.







디테일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감정 설계


우리가 디테일에 집착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서라면, 기술적 해법만 있어도 된다.

하지만 디테일이 주는 건 그것을 넘는다.


“이 집은 나를 이해하고 있어”라는 감정.


“이 자리는 나를 위해 기획된 거야”라는 확신.


공간이 나를 배려하고 있다는 감각.
그게 바로 디테일이 줄 수 있는 가장 깊은 감정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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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소품이 원하는 위치에 있어 나를 이해하는 집



당신의 집에도 시작점을 만들어보세요


디테일은 큰 예산이나 고급 자재로만 생기지 않는다.


공간을 '어떻게 쓸지'를 먼저 생각하고,
그에 맞는 구조를 만들고,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데서 시작된다.

그 시작은 아주 작고, 아주 구체적이다.


예를 들어,


“나는 아침에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는가?”


“나는 어디에 시선을 오래 머무는가?”


“손이 자주 닿는 물건은 어디에 있나?”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당신만의 디테일한 집을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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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질문에 대한 답이 당신만의 디테일한 집을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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