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못 본 걸, 당신만 본다면?

디테일을 읽는 감각, 그것은 길러지는가?

by 오륜록

세상엔 두 종류의 눈이 있다.
하나는 “보이는 것만 보는 눈”,

다른 하나는

“보이지 않는 걸 의심하는 눈”



디테일을 읽는 감각이란 두 번째 눈에 가깝다.

눈앞에 있는 장면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왜 이렇게 됐지?”, “이게 최선이었을까?”
조용히 질문을 던지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좋은 공간을 만나면 묘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그곳이 단순히 예뻐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게 배려된 구조”가 있다는 걸 은연중에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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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제작되었을까? 장 하단에는 원래 조명이 있는건가?



예민함은 감정이 아니라 능력이다


예민하다는 말은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진다.
까다롭고, 피곤하고, 융통성 없고.


하지만 디자인의 세계에서는 그 반대다.
예민함은 곧 완성도의 엔진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를 느끼지만
‘문제의 원인’까지는 파악하지 못한다.


그 차이를 읽어내는 능력은 예민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기회다.


예를 들어,
공간이 어딘가 불편하다고 느낄 때
그 원인이 ‘조명의 배광각’ 때문일 수도 있다.


[ 배광각 이란? ]

조명은 단순히 밝기만을 다루는 게 아니다.
배광각(配光角, beam angle) 이란,
빛이 퍼지는 ‘각도’를 말한다.
좁은 배광각은 빛이 한 곳에 집중되고,
넓은 배광각은 부드럽게 퍼진다.

같은 전구라도,
배광각이 좁으면 그림자가 생기고 강한 대비가 생기며,
넓으면 부드럽고 평온한 분위기를 만든다.


소파 위의 다운라이트가 눈을 찌르지 않고,
등 뒤로 자연스럽게 퍼지는 조명이라면,
그건 디테일하게 계산된 배광각 덕분이다.


배광각 하나로 공간의 감정선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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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안목은 '타인의 기준'을 의심하는 데서 시작된다


디자인 초심자일수록 '정답'을 찾으려 한다.


"지금 유행하는 마감재가 뭐예요?"


"보통은 이런 구조로 하던데요?"


하지만 좋은 안목은 정답을 따르기보다,
그 정답이 왜 생겼는지를 먼저 질문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모두가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는 태도는
결국 당신의 공간을 누군가의 복제품으로 만들 뿐이다.


스스로가 납득하는 기준을 찾기 위해선
많이 보고,

많이 비교하고,

많이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디자인 감각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천천히 길러지는 습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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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을 읽는 법 – 일상 훈련법 3가지


안목은 시간을 들여 길러야 한다.
마치 운동처럼, 매일 조금씩 근육을 쓰는 방식으로.


아래는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감각 훈련 세 가지다


(1) 예쁜 공간을 보면 ‘왜?’라고 질문하기

- 벽지가 예쁜 게 아니라, 조명이 벽지를 어떻게 비추는지까지 관찰한다.

- “이 조화는 어떤 선택의 결과일까?”를 추론해본다


(2) 자주 가는 공간의 불편함을 메모하기

- 동선, 조명, 시선, 가구 배치.

- 그냥 ‘답답해’ 말고, ‘왜 답답한가’를 문장으로 써보기.


(3) 감정을 끌어낸 요소를 찾아보기

- ‘이 자리에 앉으니 마음이 편해’라고 느껴졌다면,

그 이유가 창의 위치인지, 빛의 방향인지, 냄새인지 찾아보는 훈련.


이런 방식으로 감각을 언어화하다 보면
‘감성’이 ‘전달 가능한 기준’이 된다.
그리고 그 기준이 생긴 사람은,
자신만의 안목을 가진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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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의 의미와 우리집의 이야기



아무도 안 본 걸, 당신만 본다면


어느 날부터 집에 들어와
작은 전등 스위치 위치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면,
당신은 이제 디테일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좋은 공간을 보면 감탄만 하는 게 아니라
“이걸 어떻게 설계했지?”라고 질문이 생긴다면,
그건 분명히 눈이 열린다는 신호다.


세상을 다르게 본다는 건,
단순히 더 멋지게 산다는 뜻이 아니다.
더 깊이, 더 민감하게, 더 정확하게 느낀다는 뜻이다.


그건 곧,


디자인이 당신 삶의 언어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230616_Lilsquare-138.jpg 공간디자인, 소품디자인의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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