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과 수평, 질서와 긴장감의 미학
누군가의 집에 들어갔을 때
"뭔가 깔끔하다", "되게 안정적이다"
이런 인상을 받는 순간이 있다.
그 느낌은 대체로 ‘색감’ 때문도, ‘자재’ 때문도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선’ 때문이다.
라인.
즉 수평과 수직이 얼마나 잘 정렬되어 있는지가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이런 일들은
그냥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모두가 무언가 ‘정리되어 있다’고 느끼는 핵심이다.
눈은 선을 따라 움직인다.
우리의 시선은 본능적으로 ‘선’을 찾고
그 선이 만들어주는 흐름에 따라 감정을 정돈한다.
그래서 좋은 공간은
딱히 ‘예쁘다’는 감정보다 먼저
‘정제되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수평이 맞는 선은 안정감을 주고,
수직이 맞는 선은 긴장감을 만든다.
디테일한 라인은 감정의 리듬을 만든다.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은 그것을 '느끼지만'
공간을 설계하는 사람은 그것을 '설계한다'
‘라인을 맞춘다’는 말은 단순히 눈금자처럼 정확히 재는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사람의 감정을 정렬하는 일에 더 가깝다.
예를 들어,
같은 벽면이라도 몰딩의 높이와 조명의 높이가 어긋나 있으면
사람은 어딘가 불편함을 느낀다.
그 불편은 설명되지 않고, 그냥 “왜 이렇게 좁아 보이지?”
“왜 자꾸 여기서 머리가 아프지?”라는 식으로 감각된다.
반대로,
수납장과 조명, 바닥선, 창틀의 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으면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그 공간이 ‘고급스럽다’고 느낀다.
사람의 뇌는
무언가 '일치된 패턴'을 발견할 때 쾌감을 느낀다.
이를 게슈탈트 심리학(Gestalt Psychology)에서는
‘완결성과 정돈된 질서’에 대한 인간의 선호로 설명한다.
그래서 공간의 ‘선’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의도된 멈춤을 만들 때,
사람은 말로 설명하지 못할 고급스러움을 감지한다.
예를 들어,
거실 TV 벽면의 선과 몰딩의 위치가 맞아떨어지도록
식탁 위 팬던트 조명이 테이블 중앙에 정확히 위치하도록
바닥몰딩에 맞춰 제작가구의 문 열림의 높이를 조절하도록
라인은 공간을 설명하는 언어이고,
디자이너는 그 언어로 감정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당신이 이제 라인을 읽을 준비가 되었다면,
다음 공간을 방문했을 때 이런 걸 확인해보자
가구의 상단과 벽 구조물이 수평을 이루고 있는가?
조명 위치는 식탁, 소파, 침대 등 주요 가구와 연결되는가?
천장과 벽, 바닥의 선들이 흐트러져 있지 않은가?
시선이 머무는 끝에 불필요한 단절이나 뒤틀림이 없는가?
이런 사소한 질문들이 당신의 눈을 훈련시키고,
공간을 보는 감도를 높인다.
좋은 공간은 그냥 기억되지 않는다.
정확한 선 하나, 정렬된 조명 하나가
그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짓는다.
당신이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던 어느 카페에서
문득 편안하다고 느꼈다면,
그건 어쩌면 당신도 모르게 라인이 만든 안정감 속에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