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이 아닌 감정의 깊이를 디자인하다

면 기획

by 오륜록

벽은 단지 공간을 나누는 구조물일까?


그렇지 않다.


벽은 우리가 가장 오래, 자주 바라보는 공간의 얼굴이다.

그리고 그 벽면을 어떻게 기획하느냐에 따라
공간이 주는 감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단순한 흰 벽은 아무 감정도 주지 않을 수 있지만,

같은 흰색이라도 질감이 있고,

굴곡이 있고,

빛이 스며들면

그 면은 감정을 머무르게 하는 장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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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면 기획’이 중요한가?


사람은 공간 속에서 벽을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벽이 어떻게 마감되어 있었는지에 따라 그 공간을 기억한다.


어떤 공간은 따뜻한 느낌이 들고

어떤 공간은 쓸쓸하게 느껴지며

어떤 공간은 고요하게 가라앉는다.


이 모든 건
벽의 색이나 자재만이 아니라,
면 자체가 가진 ‘표현력’에서 시작된다.





곡선은 면의 감정을 부드럽게 확장한다


곡선은 단순한 ‘형태의 장식’이 아니다.
곡선은 공간의 감정을 매끄럽게 연장시키는 언어다.


곡선은 ‘면’을 직선에서 벗어나 시간의 흐름처럼 부드럽게 풀어낸다.

곡선은 ‘선’의 긴장감을 완화시켜, 사람의 긴장도 함께 낮춘다.


곡선이 많은 공간은 편안하고 유연하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우리 뇌가 곡선을 ‘위협이 없는 형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인간은 직각보다 곡선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고,
긴장을 풀고 싶은 공간(집, 카페, 호텔 등)에서는
곡선의 사용이 감정의 부드러움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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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을 ‘기획’하는 디자이너의 시선


디자이너는 공간을 단순한 평면으로 보지 않는다.
그들은 벽을 바라볼 때 다음을 고려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어지는가

빛은 어디에서 떨어지고 어떻게 번지는가

그 면이 직선인가, 곡선인가?

눈높이에 닿는 질감은 어떤가?

가구나 오브제와 어떻게 대화하는가?


이 모든 것의 조율이 바로 ‘면 기획’이다.
그리고 곡선은 그 조율을 감정적으로 부드럽게 연결해주는 도구다.




좋은 ‘면 기획’이 만들어내는 감정들


1. 안정감: 면의 분할이 수평을 따를 때

벽면의 재료나 톤이 눈높이를 기준으로 나뉘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
예: 하부 월패널 + 상부 페인트, 벽걸이 장 위 단차 포인트


2. 몰입: 빛이 면 위에서 작동할 때

면은 빛을 받아야 살아난다.
조명이 닿는 각도에 따라 벽의 질감은 감정을 만든다.
예: 벽에 닿는 사선 조명, 간접조명의 음영


3. 유연함과 부드러움: 곡선이 흐를 때

곡선은 공간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곡선 벽면은 공간을 끊기지 않게 이어주고,

천장의 곡면은 하늘처럼 공간을 덮으며 감싼다.

라운딩된 가구 라인은 ‘날카로움’ 대신 ‘휴식’을 전한다.


곡선은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라는 메시지다.
그래서 아이방, 침실, 리빙룸에서 곡선이 자주 사용된다.


4. 확장감: 면이 입체적으로 쌓일 때

면에 깊이를 주면, 공간이 넓어 보이기보다는 깊어 보인다.
예: 벽 일부를 밀거나 당겨서 만든 니치, 선반, 벽 속 벽


5. 서사: 무언가를 담을 수 있을 때

잘 기획된 면은 단순히 장식이 아니라, 사람의 일상을 놓을 수 있는 캔버스가 된다.
예: 벽선반, 핀보드, 포스터, 거울 등
“이 벽은 당신의 이야기를 걸어둘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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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담긴 ‘면’을 만드는 3가지 질문


1. 이 면은 무엇을 위한 기능을 갖고 있는가?
(지나치는가, 머무는가, 기대는가)


2. 이 면은 무엇을 담거나 지지하고 있는가?
(가구? 오브제? 일상? 감정?)


3. 이 면은 언제 가장 예뻐 보이는가?

(빛이 닿을 때? 사람이 가까이 갔을 때? 조명이 꺼졌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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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은 구조가 아니다. 감정을 품은 표면이다.


공간은 평면으로 구성되지만,
감정은 곡률과 깊이로 구성된다.

좋은 면 기획은
그 공간을 찍은 사진보다,
그 공간에 앉아 있는 사람의 마음을 오래 머무르게 만든다.





230616_Lilsquare-121.jpg 그 공간에 앉아 있는 사람의 마음을 오래 머무르게 만든다. (출처 : 릴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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