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의 정체를 추적하다

"뭔가 어색해"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때

by 오륜록

“어딘가 모르게 불편해요.”


“딱히 흠잡을 데는 없는데, 뭔가 좀 어색해요.”


디자이너들이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다.
그리고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
이 말은 아주 정확한 문제의 ‘증상’을 말해주는 것이다.
단지 설명할 수 없을 뿐.
그래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이 막연한 어색함을
논리로 분해하고, 해결하는 감각을 설계하는 것이다.






“뭔가 이상해요”라는 말은, 감각이 보내는 구조 신호다


사람의 뇌는
논리적으로 공간을 인식하기 전에,
감각적으로 먼저 반응한다.


가구가 적당한 위치에 있는데 불안하다면?
→ 시선 흐름이 막히거나, 개방감이 무너졌을 수 있다.


공간이 넓은데 갑갑하게 느껴진다면?
→ 채광 방향이 잘못되어 빛이 사방으로 퍼지지 못하는 중일 수 있다.


동선은 나쁘지 않은데 왠지 지저분해 보인다면?
→ 시야에 들어오는 정보가 너무 많거나 정리가 안된 면이 문제일 수 있다.


즉,
사람은 불편함을 먼저 느끼고, 이유는 나중에 찾는다.
그래서 공간 설계자는
느낌’이 아닌 ‘구조’로 그 불편함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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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아닌 ‘구조’로 그 불편함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 소비자가 놓치기 쉬운, 불편함의 원인들


1. 시선 흐름이 막혔다

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가구, 시선을 잡아줄 포인트 없이 공허한 벽
→ 사람은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를 때 불편함을 느낀다.


2. 사용자 동선이 부딪힌다

주방과 냉장고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욕실 문을 열면 세면대가 막고 있는 경우
→ 공간은 작을 수 있어도, ‘동선의 리듬’은 부드러워야 한다.


3. 빛의 방향이 반대다

조명의 배광각이 벽면을 비추지 않고 바닥을 향하거나, 필요 없는 곳에 그림자를 만든다면
→ 그 공간은 차가워 보이고, 때로는 외로워 보인다.


4. 비례와 배치가 어긋났다

2인용 소파인데 벽이 4미터쯤 되면, 그 공간은 이상하게 ‘공허해’ 보인다.
→ 가구 크기와 공간의 비례는 감정의 균형과 직결된다.





thum (1).jpg 시선의 흐름, 동선, 빛의 방향 , 비례와 배치





감각이 논리가 되는 순간


감각은 추상적이지만, 한 번 구조를 설명받으면 누구나 공감한다.


예를 들어 이런 순간들:


“소파 옆 테이블이 왜 어색했는지 알겠어요. 동선에 걸쳐 있었네요.”

“주방이 좁은 게 아니라, 조명의 각도가 너무 수직이라 무드가 없던 거였어요.”

“이 화장실은 불편하다기보단, 닫힌 문이 너무 가까워서 심리적 거리감이 생기는 거였네요.”


이런 순간은
소비자의 감각이 깨어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디자이너가 추적한 감각의 원인은
결국 사용자의 감정과 정확히 연결된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어색해요”를 논리로 바꾸는 것


공간은 감정의 구조다.
그리고 어색함은 그 구조에서
설계되지 않은 ‘균열’이 있다는 신호다.


디자인은 그 균열을 추적하는 작업이다.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미세한 이상을
언어로 설명하고, 논리로 해석하고, 감정으로 회복하는 일.

그게 바로 디테일이다.





R5_02354.jpg 공간은 감정의 구조다. (출처 : 릴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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