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된 공간에 살면 매일이 조금씩 느긋해진다
“와, 이 집 호텔 같아”
“여기 진짜 한국 아파트 맞아?”
그리고 가끔은,
“그럼… 침대는 어딨어요?”
이 질문들에 우리는 이제 익숙하다.
아마 이 집이 ‘잘 정돈된 가구 매장’ 같거나,
‘누군가 아직 안 들어온 신축 모델하우스’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거다.
그런데 이건 실제로 사람이 사는 집이다.
우리 부부가 매일 아침 눈 뜨고, 매일 저녁 퇴근해 들어오는 아주 실용적인 집.
현관은 좁다.
하지만 흑경이 깊이를 더하고, 그 앞 선반 위의 향수 한 방울이 공간을 열어준다.
이곳은 신발을 벗는 곳이기도 하지만,
거울 속 오늘의 나를 ‘안으로 들이는 곳’이기도 하다.
신발장은 벽처럼 보이도록 짜여 있고,
거실로 이어지는 길은 중문 없이도 ‘열림’의 기분이 좋다.
작은 공간이지만, 첫인상을 설계한 입구다.
TV는 긴 소파 반대편 벽에, 그리고 그 사이 작은 1인 체어 두개는 창을 등지고 놓았다.
지인이 찾아오면 앉을 곳은 항상 충분하다.
거실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고,
동시에 우리 둘만의 시간도 조용히 허용해준다.
짙은 우드 필름이 벽면을 감싸고, 실링팬이 천천히 회전한다.
이 작은 회전 하나가 공간에 바람을, 그리고 시간을 느끼게 한다.
디자인된 집에서만 가능한 아주 미세한 감각이다.
우리는 이 구조가 너무 좋다.
거실 - 다이닝 - 주방이 확실히 분리되어 있는데,
그 전환이 갑작스럽지 않고, 흐름 속에 숨어있다.
다이닝 공간은 조형물처럼 디자인된 수납과 간접조명이 감싸고 있다.
이곳에 앉아 와인 한 잔을 들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진다.
“오늘도 잘 살았어”라는 기분.
그리고 간살 슬라이딩 중문을 열면,
콤팩트하게 짜인 주방이 등장한다.
소형가전, 정리도구, 분리수거함까지 눈에 띄지 않게 설계되어 있다.
요리하는 사람의 마음을 배려하는 주방.
어수선한 날에도 '보이는 건 늘 단정한 공간'이다.
우리는 주방의 상태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는 사람들이니까.
사실 우리는 ‘복도’가 생겼다.
없던 공간을, 만들어냈다.
안방을 나누어 드레스룸을 만들고,
그 앞을 거울과 벽면 조명으로 감싸니
자연스럽게 ‘무언가로 이어지는 복도’처럼 느껴진다.
이건 단순한 수납공간이 아니다.
아침마다 나를 세팅하는 통로이고,
저녁엔 하루를 벗어놓는 정리 공간이다.
그 끝엔 호텔 같은 욕실이 있다.
사람들은 자꾸 '안방 욕실'이라며 착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거실 욕실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착각을 조용히 즐긴다.
우리는 이 집에서 서로의 얘기를 듣고,
서로의 마음을 잠시 묻고,
서로가 더 좋아진다.
TV도, 침대도, 다이닝도,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게 쓰고 있지만
이 공간 전체가 우리를 위한 하나의 장면처럼 느껴진다.
아무리 바빠도, 이 집에서는 조금은 느려지고 싶다.
그래서 이 집은 늘 ‘살고 싶은 집’이다.
한 번이 아니라, 매일매일.
이 집은 잘 꾸며진 모델하우스가 아니다.
잘 살아지고 있는 집이다.
그래서 누군가 묻는다.
“이 집 어떻게 이렇게 인테리어 했어요?”
나는 웃으며 말한다.
“시간과 생각으로요. 둘이서 천천히 (릴스퀘어 도움을 조금 받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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