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은 세상과 나를 구분 짓는 문장이다

문을 닫고 여는 그 순간, 감정이 바뀐다

by 오륜록

우리는 매일 문을 연다.

그리고 매일 문을 닫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는 이 단순한 행동은

사실 아주 섬세하고도 명확한 감정의 경계선이다.


현관은 그저 신발을 벗고 나가는 곳이 아니다.

바깥의 세상과 내 안의 마음이 교차하는 유일한 문장.

집 밖은 타인의 기준이 작동하는 공간이다.


나라는 사람이 회사원이 되고, 부모가 되고, 손님이 되며

수많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세계다.


반면, 현관을 통과한 순간

나는 다시 ‘있는 그대로의 나’로 돌아오게 된다.

말하지 않아도 이해받고 싶은 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로 편안한 나.

그 나로 돌아가는 시작점이 바로 현관이다.




출근길 현관은 ‘좋은 비서’처럼 나를 챙긴다


현관은 출근길의 바쁨 속에서 조용히 일 잘하는 비서가 된다.

잊고 있던 작은 물건을 떠올리게 해주고,

마지막으로 나를 한 번 더 점검하게 해주는 자리.


"지갑 챙겼어?"


"오늘 우산 필요해."


"잊지 말고 약국 들르기!"


그 말은 누구도 하지 않지만, 현관이 말해준다.


현관문은 철로 되어 있기에 자석을 붙일 수 있고

그 자석 위엔 작은 메모 하나로

하루를 다르게 시작할 수도 있다.


"오늘도 잘할 거야."


"조금 천천히, 그래도 괜찮아."


이 짧은 문장 하나가

한 사람의 마음을 붙잡아줄 수도 있다.


현관이 그렇게 작은 안내와 응원을 건네주는 공간이 될 때,

우리의 하루는 조금 더 단단하게 출발한다.



퇴근길 현관은 ‘위로의 스위치’가 된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 순간,

오늘 하루의 피곤함은 여전히 내 어깨 위에 있다.

그 무거움을 어딘가에 내려놓아야 한다.


현관은 그 역할을 해준다.


문을 닫는 순간,

현관은 마치 마음을 눌러주는 스위치처럼 작동한다.


"오늘 하루 정말 수고했어."


"이제 괜찮아. 집이니까."


그 스위치를 켜주는 요소들은 크지 않다.


은은하게 켜진 조명,

바로 앉을 수 있는 벤치 하나,

편하게 걸린 외투,

집 안의 온기를 암시하는 향기.


현관에 놓인 벤치는 특히 중요한 위로다.


"잠깐 앉았다가 들어가도 돼."


"급히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아."


당신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줄게.

그런 마음이 공간에 배어 있으면

현관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가장 친절한 회복의 시작이 된다.



현관은 ‘문장’이자 ‘쉼표’다


현관은 말하자면 문장이다.

‘바깥과 안’을 구분 짓는 경계선이자,

‘사회적 나’와 ‘감정적 나’를 나누는 문법이다.


어떤 날은 느낌표처럼 분주하게,

어떤 날은 쉼표처럼 조용하게

그 날의 감정을 정돈해주는 공간이 되어준다.


현관이 '심리적 완충지대'가 되어줄 수 있다면,

집 안의 나머지 공간은 더 자유로워진다.


그리고 그 자유는 가족과의 좋은 대화로,

나 자신에 대한 회복으로 연결된다.



당신의 현관은 지금 어떤 언어를 쓰고 있나요?

출근길, 나를 응원해주는 문장이 있나요?


퇴근길, 나를 토닥이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나요?


현관이 나의 바깥과 안을 구분 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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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은 바깥의 세상과 내 안의 마음이 교차하는 유일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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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현관은 ‘좋은 비서’처럼 나를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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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현관은 ‘위로의 스위치’가 된다 (출처 : 릴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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