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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Feb 27. 2024

첫 책을 낸 작가가 해야 하는 소소한 일들

feat 체력 방전

첫 책을 낸 작가는, 이제나 저제나 언제 온라인 서점 URL이 나올 것인가, 언제 오프라인 서점에 내 책이 등장할 것인가만 손꼽아 기다렸어요. 그런데 막상 그날이 오자, 내가 아무것도 준비한 게 없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우선, 저자 서명을 어떻게 할지 생각해 뒀어야 하더라고요. 점조직 같은 제 지인들이, 제 가족의 지인들이, 그 지인의 지인들이 인터넷 서점에서 산 책을 들고 나타나기 시작했거든요. 제가 연예인도 아닌데, 멋들어지게 '서민선' 이름 석자 쓴다고 될 일도 아니고. 제가 책을 쓰고 싶어 했던 그 옛날부터 절 지켜봐 주고 돌봐 준 제 명예 편집자께서는, 해당 책에 어울리는 문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미리 조언도 해 주셨어요. 


그래서 만들어진 제 '첫 책' 저자 서명 문구입니다.

"소중한 인연들과 지금 사랑하며 사세요."

처음에는 '서로'로 넣었었는데, 언니가 '지금'으로 고쳐줬어요. 


처음에는 이 문구를 책 앞에 쓰는데, 손이 떨리더라고요. 뭔가 가슴이 벅차서인지, 아니면 글씨 망치면 책 버린다는 자본주의적 마음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직접 사인해 드리기 어려운 분들께 전해 드릴 메시지 카드

그리고 드디어, 오프라인 서점에 제 책이 등장한 날. 제 눈으로 제 책을 보러 달려가 봤어요. 이미 왜 아직 교*문고에, 영*문고에 선생님 책이 없냐며 학생들에게 귀여운 항의를 받은지라, 재고 수량을 확인해 보고 갔고요. 드디어 제 눈으로 제 책이 매대에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물론 '신간 에세이'코너였지요. 너무 좋았지만, 정말 좋은 책들도 측면 서가로 아니면 아랫면 서가로 이동해 있는 걸 보고는... 내 책도 조만간 저리로 신속하게 가겠구나 생각하며 벌써부터 쓸쓸하기도 했습니다.


영풍문고 종로종각점 답사

그리고 두둥. 제가 즐겨 가는 동네 책방 #뜻밖의 여행에서 제 책을 대량 입고해 주셨어요. 그래서 달려가서 저자 서명 10권 하고, 하면서 제 첫 일반인 독자(^^) 분을 만나서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물론, 동네 책방 찬스지만요.

동네 책방 <뜻밖의 여행>에서 대량 입고 및 저자 사인 요청을 해 주셔서..

그리고 이어지는 릴레이 우편물 발송. 책을 만들고 나니 알겠더라고요. 글은 혼자 쓰지만 책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걸요. 그리고 책을 홍보하는 것도요. 책을 만들기까지 도움 받은 분들, 책과 관련한 의미 있는 에피소드가 있는 분들, 제 첫 책을 꼭 드리고 싶은 분들, 제 책이 꼭 입고됐으면 좋겠는 동네 책방들. 모두 손 편지를 쓰거나 인스타 DM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은 후 우편 발송했어요. 


# special thanks to 매일 아침 우편물을 들고 우체국에 들렀다가 출근해 준 남편.

매일매일,  남편은 우편배달부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책의 주인공이신 어머니께 다녀왔어요.

어머니께 다녀온 얘기는 따로 또 쓰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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