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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교원에 대하여

feat 10년 차

by Agnes

나는 요즘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출판사와 계약서를 썼고 그러니 내가 기한 내에 글을 쓰기만 한다면 내년 여름 출간은 확정이다. 70%쯤은 글을 써서 넘겼고 나머지 30%를 아주 느리게 쓰는 중이다.


한국어를 가르친 지 얼추 십 년이 되었다. 한국어, 한국어, 한국어. 한국어가 내 머릿속에 들어온 것이 벌써 십 년이다. 식품회사에 다닌 지 10년이 되었을 때 회사를 떠났다. 익숙했던 일은 버리고 완전히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30대 후반에 시작한 다른 일(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나에겐 새로운 세상이었다. 기본기도 부족하고 경력도 없는데 진취적인 나는, 항상 무지해서 무모하게 무작정 뛰어드는 경향이 있다. 돌아보니 우당탕탕 10년이었다.


어영부영 10년 차에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에 대한 책을 내게 생겼다. 그것을 깨닫고 나니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는 글을 쓰고 책을 내면서 내 직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북토크에 가서도 라디오 방송에 나가서도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라고만 말하지 않고 "서강대학교 한국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라고 정확하게 말한다. 내 직업을 빼고서는 나를 말할 수 없고, 한국어 교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직접 고른 결과였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 졸업 후 취업 시장에 나올 때부터 나라는 상품이 어디에서 팔릴지만을 고민했다. 현재 내 스펙으로 어떤 시장에 진입이 가능할까, 거기에 맞춰 보완하고 도전했다. 조직에 들어간 후에는 항상 조직에서 요긴한 사람이 되고자 했다. 내가 하고픈 일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렇게 10년 넘게 회사원으로 일했다. 그리고 퇴사 후 고르고 고른 직업이 이것이었다. 한국어 교사.


글을 쓰고 나서 만난 많은 분들이 나에게 한국어 교사에 대해 묻는다. 한국어 교사가 되는 방법, 취업 시장, 급여 또는 처우, 10년 차인 나의 의견 등등. 그럴 때 나는 할 말이 매우 많은데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어서 아주 심정이 복잡하다. 그리고 어떤 것이 내 진심인지 분간도 안 간다. 나는 내 직업이 지금 너무 좋은데 그럼에도 종종 곤란하고 피곤하다. 직업으로서의 한국어 교사는 여러모로 불완전하다. 시급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하고 처우가 나쁘다. 내가 이 직업을 다른 누군가에게 추천해도 정말 괜찮을까?


그런 마음을 모두 그대로 안고 책의 서문을 썼다. 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이 만약 한국어 교사를 꿈꾸는 누군가라면, 한국어 교사에 대한 희망적인 글을 찾고 싶은데 온갖 정보와 뉴스가 부정적인 것들뿐이어서 우울한 중이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에 미련이 남아 고민하고 있었다면, 내 책에서 희망을 찾으라고. 나는 또 용기 백배해서 이런 서문을 쓰고 말았다. 부디 현재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누군가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런데 사실 나는 지금 또 다른 분야에 도전 중이다. 이번에도 전공도 아니고 관계도 없었던 일,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초보 작가인 나는 여기서도 우당탕탕 난리법석이다. 40대 후반에 새로운 업계에 뛰어들어서 좌절하고 자존심 상하고 그러면서도 작은 일에 설레고 들뜨고 아주 난리가 났다.


아무래도 이번 생은, 이렇게 살 운명인가 보다.

우당탕탕 서민선.




* 국립국어원에서 자격을 주는 한국어 교사의 정식 자격 명칭은 "한국어교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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