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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힐 Nov 03. 2021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도이 노부히로 감독/ 아리무라 카스미, 스다 마사키 출연

친구가 최근에 봤다고 한 영화. 제목만 듣고 마음이 벌렁벌렁거렸다. 기억해 두고 있다가 설레는 로맨스를 보고 싶을 때 꺼내봐야겠다고..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시즌1이 종영했고 헛헛한 마음에 불을 지필 설레는 로맨스에 이별까지 가미된 영화가 필요했다.


지금이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영화.


역시.. 노부히로 감독.. 장면 하나하나가 예술. 말하지 않아도 그와 그녀의 감정선이 다 느껴졌다.


이렇게 서로의 취향, 코드가 맞는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어렸을 때부터 품었던 궁금증, 작가 취향, 가치관, 신발 브랜드까지.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 그런 그와 그녀. 만남 자체가 서로에게 꽃다발 같은 선물이었으리라.


서로가 서로를  쳐다보고 느끼며 설레는 그 모든 순간들. 눈동자, 짧은 미소, 의자를 치는 그 손끝에서 전해지는 감정들. 무언의 것들로 꽃다발의 기쁨을 표현한다.


꿈과 사랑을 짓누르는 현실, 사소한 말과 행동에 자주 부딪치고 상처가 쌓인다.


설렘, 흥분, 평안함, 익숙함, 서운함, 이질감, 슬픔, 이별까지. 예쁜 꽃다발도 5년간의 다양한 상황과 감정, 변화를 맞닥뜨리기엔 역부족인가 보다. 시들지 않는 꽃은 없듯, 그들의 꽃다발도 하나씩 떨어지고 바람에 흩날린다.


너무나 잘 맞았던 두 남녀는 청춘을 사랑에 뜨겁게 바쳤고, 버거웠던 현실도 극복했지만 달라진 마음은 끝내 잇지 못했다.


꽃다발 같은 사랑은 애초에 해피엔딩이 될 수 없었던 걸까? 너무나 맑고 뜨거웠기에 그 미지근한 온도를 감당하지 못한 거 아닐까. 사랑의 온도에 조금 더 관대했다면.. 더 오래 함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끝까지 예뻤던 영화. 순수한 시절의 사랑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꽃다발 같은 사랑인 거 같다 :-)



첫만남의 키누와 무기
가랑비가 오렌지색 가로등 불빛 속에서
내리쏟아지고 있었다
빗소리를 들으며 그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그가 매우 쑥스러운 듯이
"감기 걸리겠어요"라고 말하며
욕실에서 가져온 드라이어를 들었다
전선이 아슬아슬하게 닿았고
그는 젖은 내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뭔가가 시작될 듯한 예감에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드라이어 소리가 덮어주었다
첫만남 이후 키누
아무 말도 하지마
내 감정을 덮지마
아직 어젯밤의 여운 속에 있고 싶단 말야
이럴 때 들을 음악이 있다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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