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자꾸 잠기는데...
[하루 30분 30일 글쓰기 프로젝트 - 하루 1개 안하던 짓 해보기_4일차]
하루 30분씩 30일 글을 쓰는 프로젝트에 참가 중, 사소한 일상에서 생각보다 글 쓸 거리가 없다는 것을 발견. 나처럼 잘 질리고, 산만한 사람이 꾸준히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30일동안 하루 1개씩 삶을 바꾸는 좋은 습관을 만들어보자(!)라는 의미로 하루 1개씩 평소 안하던 짓을 해보기로 했다. 이 얼마나 산만하고 새로운 것 좋아하는 사람다운 프로젝트인지! 하루에 1개지만 매일 매일 뭔가 하다보면 뭐라도 좋아지지 않을까?
어제는 출근길에 책 읽기에 도전했으니, 이번엔 퇴근길에 책 읽기를 시작한다.
한 때는 책을 매일 매일 들고다니던 시절이었었다. 사회초년생일 때, 집에서 회사까지 지하철로 1시간이 되다 보니, 매일 가방에는 노트북과 책 1권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었다. 출근+퇴근을 합치면 무려 2시간, 잠자는 시간을 빼고 하루를 16시간이라고 생각하면 1/8을 지하철에서만 꼼짝없이 보내야 하는데 그냥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까운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책을 읽지 않으면 자꾸 딴짓을 하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아무 유익도 없었던 일들로 (유튜브에서 웃긴짤 보기, 웹서핑하기, 인기검색어 타고 뉴스/가십 찾아 보기...)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던 것 같다. 그 때부터 늘 출퇴근길에는 책 1권을 가방에 넣어다니는 습관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일도 슬슬 피곤할 때도 왔고, 스트레스도 쌓이다보니 책과는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매번 읽어야 하는데, 읽어야 하는데 하는 마음은 있었는데 '책을 꺼내서 → 한 장을 펼친다 → 읽기 시작한다' 이렇게 단순한 3단계가 왜 그렇게 어려운지. 특히나 읽기 시작하고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원래 태생이 산만한 성격인지라 한 번 집중하는 것이 어려운데 (대신 이런 성격들이 한 번 집중하면 무섭게 몰입하는 것 같다) 그 '한 번'이 말처럼 쉽나.
출근길에는 마구마구 떠오르는 잡생각들과 아이디어들을 잠재우는 것이 어려웠다면, 퇴근길에는 긴장도 풀리고 피로때문에 몰려오는 졸음, 격렬하게 아무 생각도 안하고 싶다!! 하는 마음, 일 열심히 했는데..하는 온갖 보상심리들이 몰려들어와서 자꾸 딴 짓을 하거나 멍 때리고 싶어졌다.
특히나 회사가 전보다 가까워지기 시작하니, 버스 5분-지하철 10분-15분은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페이스북 한 번 접속하고 나면 사라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잠깐만 본다는 것이 어느새 집에 거의 도착해있을 때가 많았다. 그렇게 점점 퇴근시간 책 읽기와도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우리는 매일 매일 무엇인가 결심한다. 그리고 결심한대로 하지 못하는 자기를 발견할 때마다 스스로를 비하한다. 흔히들 '의지가 부족해서' '노력이 부족해서' 라는 말로 치부할 때가 많다. 하지만 나의 의지력도 하나의 '에너지'라고 한다. 내가 '체력'이 떨어져서, 내가 '시간'이 없어서...라고 말하듯 하나의 에너지이자 내가 가진 자원인 것. 체력이 떨어지면 운동을 하든, 식습관을 조절하여 키울 수 있는 것이고, 시간이 없으면 우선순위를 세워 시간 관리를 하며 내 시간을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듯, 의지력 또한 하나의 에너지이기 때문에 나의 의지력이 언제가 가장 좋은지, 어떤 장치를 하면 의지력이 생기는지, 왜 의지력이 떨어지는지 스스로 잘 관찰을 하면 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퇴근길의 책 읽기도 에너지다. 내가 의지가 없어서 책을 못 읽지...라기 보다는 내가 의지력을 잘 관리하면, 힘들어보이는 것도 너끈히 해낼 수 있는 자기를 발견할 지도 모른다. 나의 경우에는 행선지와 남은 시간을 확인하고, 집중이 잘 되는 해외 음악(국내 음악은 가사가 자꾸 들려서 집중이 안되더라) 을 켜고, 책을 일단 꺼낸다. 1페이지만 읽자. 라고 했을 때 다시 의지력과 집중력이 돌아왔던 것 같다. 그래, 이렇게 별 것 없다.
퇴근길, 책 읽기. 가방에서 책이 참 꺼내지지 않고 재밌는 건 너무나도 많다. 그럴 때 한 번 한숨 휴- 쉬어내고, 일단 한 번 책만 꺼내보자. 꺼내보면 뭐라도 되니까. 에너지가 떨어져서, 의지가 없어서...라기 보다는 의지력도 내가 잘 관리할 수 있고, 내가 잘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