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 직. 히
아주 가끔 어떤 이들의 고통이 담긴 글을 읽으며
위안을 얻을 때가 있다.
죽고 싶은 용기보다 살고 싶은 용기가 더 클 때.
당신의 삶을 몰래 훔쳐보며
혼란과 불행의 소용돌이가
나만 덮치지 않았다는 것에 내심 기뻐한다.
'휴우'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당신과 나
서로의 혼란 속 고통의 크기를 가늠한다.
내심 나의 고통의 크기가 당신보다 작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안도의 숨을 내쉰다.
'휴우'
그리고 절대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이 정도면 다행이다'
당신의 고통에 위로와 위안을 삼고 힘을 낸다.
내 몸뚱이 위로 겹겹이 쌓인 고통을
한 겹 한 겹 벗어던진다.
꽁꽁 숨겨두었던 수치와 불안이라는
속옷까지 한올도 남김없이.
그리고 안심에 안심을 꿰고 또 궤어 만들어 낸
옷으로 갈아입는다.
다시 웅얼거린다.
'이 정도면 견딜만하지. 괜찮을 거야'
네 고통보다 내 고통이 낫다며
고통의 크기를 비교하는 나.
그리고 너를 짠한 모습으로 안쓰럽게 바라보는 나.
그러면서 내심 안심하는 나.
‘참 못됐다'
당신은 절대 알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에 나는 어쩔 줄 몰라한다.
이렇게라도 자기 위안을 해야
버거운 삶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어차피 무게는 똑같지만.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지금 당신도 날 보며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다행이다.
당신과 나 모두 윈윈인 셈이니.
당신의 고통과 불행을 바란 적은 없지만
아주 가끔씩 나의 고통을 덜어내기 위해
당신의 고통을 몰래 훔쳐 내 저울에 달아봅니다.
당신의 고통 덕분에 제가 살고 있다고
나를 버틸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이렇게나마 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