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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kukuna Jun 07. 2021

아직도 이별은 익숙치 않아서

어떤 종류의 이별이든 나에겐 늘 어렵다

오늘 아침 꺼이꺼이 목놓아 우는 내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침대위에서  엄마 뱃속 아기 마냥 잔뜩 웅크린채 옆으로 누워 있었던 나. 두눈엔 눈물이 잔뜩 고여 있었다. 오른손으로 눈물이 고인 두 눈을 훔쳤다. 미적지근한 눈물이 엄지와 검지 사이 손등으로 스며들었다. 


눈물을 훔치고 멍하니 누워 꿈을 되새김질 했다. 




한동안 꾸지 않던 그꿈. 집을 찾지 못해 헤매이는 꿈. 


꿈에서 난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의 집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들이 여느때와는 다르게 나를 너무 차갑고 냉정하게 대했다. 내가 아무리 그들에게 미소를 짓고 살갑게 굴어도 그들은 내게 눈길 조차 주지 않았다. 내 무엇이 그리 못마땅했을까. 꿈에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한 집 두 집 세 집... 혹시 누군가는 나를 환영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다른 집을 찾아가도 똑같았다. 


내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했던 그리고 그들 역시 나를 소중하게 여겼던 이들인데...대체 왜...내게 이러는 걸까...왜 이러는지 물었지만 그들은 대답해 주지 않았다. 


'더 이상 아무도 날 원하지 않아. 그래 내 집으로 돌아가자'


냉랭한 온기속에 더 이상 머물기 싫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내 집이 어딘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게다가 얼마전 새롭게 이사를 한터라 동네도 익숙지 않아 더 그랬다. 


'내 집 내 집 내 집이 어디지? 나 어디로 가야하지?'


사방은 온통 낯설기만 했다. 누군가를 붙잡고 내 집이 어딘지 물을 수도 없었다. 나는 순간 서러움이 복받쳐 올랐다. 냉대함으로 차디찬 슬픔이 배에서 부터 올라와 가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슬픔에 서러움이 더해져 폭포수 같은 울음 소리를 입밖으로 내뱉었다. 


'으으으움움움 꺼꺼꺼 으아아아아앙' 


마치 엄마 뱃속에서 다 자란 아이가 어른이 되어 세상의 고통을 이미 다 알기라도 하는 듯 목청이 떠나가도록 울었다. 하늘과 땅이 꺼질듯한 울음 소리. 



이별은 남겨진 이에게 그리움에 포장된 고통이라는 이별 선물을 두고 떠난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이 잦았던 어린시절. 모두들 내가 싫어 나를 떠난 거라 단단히 오해할 수 밖에 아니 그것이 오해인줄도 모른채 이별을 해야만 했던 그 시절. 



어른이라는 말과 이별에 익숙해져 갈 즈음  난 누군가가 나를 떠나기전에 내가 먼저 떠나기로 결심했다. 떠난다는 것은 고통과 슬픔 그리고 외로움을 떠 안는 일이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내 이별의 무게만 감당하면 되었기에. 남겨진 자의 이별의 무게 따윈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남겨진 자가 되기 싫어 먼저 도망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달아나고 도망치고 숨기를 반복했다. 만남이 없으면 이별도 덜 하리라는 생각에 만남자체를 거부했다. 하지만 애정과 인정을 갈구하는 동물적 욕구은 어디가지 않았다. 

본능적 욕구는 나를 다시 세상에 들여놓았다. 이별이 두려워 세상에서 달아날라치면 다시 나를 붙잡아 이별을 마주하게 했다. 조금씩 이별에 익숙해졌다. 이별에 더해진 그리움 고통의 무게를 감당할 만큼 나는 점점 강해져갔다. 




인생은 만남과 떠남의 연속이다. 하지만 아직도 익숙치 않다. 이별이라는 단어를 인생에 들여놓는것이.


이틀전 나의 베프로부터 전화가 왔다. 남편의 발령때문에 6월 안으로 진해로 떠난다는 소식을 전했다. 7월이면 우리 둘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100배로 늘어난다. 물리적 거리가 늘어난다고 해서 마음의 거리까지 멀어지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뭔지 모를 아쉬움이 밀려왔다. 


베프에게 날 두고 떠나는 나쁜년이라고 우스겟소리롤 욕을 지껄이며 이제 너도 자주 만날일 없으니 그동안 못했던거 하고 싶던거에 몰입하면서 지내야겠다고 떵떵거렸다. 그런데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집을 찾지 못해 헤매이는 꿈을 꾸다니. 


이제 진짜 이별하는 법을 배워야 할 때인가보다. 누군가가 아닌 내가 나에게 의지하는 법을 알아야 할 때. 


언제든 만남을 다시 기약할 수 있는 이별이라도  내게 여전히 이별은 생에서 가장 마주하기 힘든 난제다. 




잘가라. Y . 언.젠.가.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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