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9. 네번째 시. 나태주 시인<내가 너를>
2022.1.9. 일요일 밤 서랍안에 넣어둔 이야기
살면서 짝사랑 안 해본 사람 없을 거예요. 누구나 학창 시절 어떤 한 사람을 열정적으로 좋아해 본 적 있을 텐데요. 친구들이 손가락 세 마디의 짝사랑에 불타오를 때 저는 손가락 한마디의 반의 반도 불타오르지 못했답니다. 그냥 뭐 불씨만 잠시 지폈다가 마는 셈이었죠. 그래서 솔직히 짝사랑의 열병 같은 감정이 어떤 건지 잘 몰라요.
그렇다고 사랑을 안 해본 건 아녜요. 다만 사랑할 때 상대방을 너무 사랑해서 느끼는 행복보다 불안을 더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사랑이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랑하는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별 후에도 남들보다 더 많이 힘들었어요. 몇 번의 사랑을 했지만 늘 사랑이 떠난 자리엔 불안만 남았죠. 이런 불안이 쌓이고 쌓이고. 그리고 그 불안 앞에는 한결같이 불신이 찾아왔지요.
저는 함께 하는 사랑도 혼자 하는 사랑도 서투른 사람이었어요.
사랑이 떠나면 내 존재가 소멸되는 것만 같아 두려웠어요. 두려움에 휩싸일 때 마다 나는 사랑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란 걸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상기시켰죠. 결국 두려움은 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어요. 불안은 그 찰나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저를 헤집어 놓았어요.
몇 번의 사랑을 실패하고 나서 몇 백번 나라는 사람의 존재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나서야 대상 없이도 사랑할 수 있는 법을 알게 되었어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이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아마 저 당시 이 시를 읽었다면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는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을 거예요.
네가 없어도
너를 사랑할 수 있는 나를
내가 좋아하기에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라고 용기 있게 고백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솔직히 마음 한편엔 이런 내 마음을 네가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없진 않을 거예요.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그래서 솔직한 심정을 담아 답장을 써봤어요.
To. 사랑하는 당신에게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네가 알아주었으면
너를 향한 내 마음이
얼마나 차고 넘치는지
이 넘치는 그리움을
네가 덜어줬으면......
@write_napul
누굴 좋아해 본 지도 사랑한지도 너무 오래됐네요. 사랑의 감각을 다 잃어버린 건 아닌가 조금 걱정이 되는 것이 갑자기 씁쓸함이 밀려오네요.
이제 봄이 오려나 봐요. 봄이 꽃을 피우는 걸 시샘하는 추위가 찾아온 걸 보니 말이에요. 봄이 제 마음뿐만 아니라 여러분들의 마음에도 슬그머니 찾아와 화사한 꽃향기를 피워줬으면 좋겠네요. 차고 넘치는 봄 향기에 취해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참고도서: 나태주 시인 필사 시집 <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 >
# 매일 밤 같은 시간 시인의 마음을 읽고 제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시인이 건네는 말에 잠시 사색의 시간을 갖고 시인에게 답장을, 무언가를 향해 꽁꽁 묻어 두었던 마음을 조심스레 꺼내어 끄적입니다. 그리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고 잠자리에 듭니다. 저는 당신과 함께 나풀나풀 세상을 걷고 싶은 생명체 81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