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나온 강아지

산책2

by 오동

한 없이 기분이 가라앉을 때 나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길거리로 나간다. 걸을 힘조차 없을 때는 벤치에 앉아 산책하는 강아지들을 바라본다. 신나서 앞으로 혼자 달려가다가 보호자가 오는지 자꾸만 뒤돌아보는 강아지, 점잖게 보호자의 걸음에 발맞춰 걷는 강아지, 반대쪽 길로 가고 싶다며 고집을 부리는 강아지, 이제는 걷는 게 힘이 드는지 천천히 걸어가는 강아지까지. 다양한 강아지들이 밖에 나와서 산책하는 게 뭐라고 그렇게나 신나 하는 모습들을 보면 '그래 인생 뭐라고'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탈리아 어딘가에서


산책만 해도 신이 나는 강아지. 그리고 그런 반려견을 위해 주섬주섬 옷을 입고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오는 반려인의 관계는 사랑이 아니라면 무슨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나에게는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함께했던 반려견이 있다. 요망진 초등학생 시절, 육아로 휴직을 하다가 다시 일을 하려고 했던 엄마에게 '강아지를 키우게 해 주면 집에 혼자 잘 있겠다'는 말로 강아지를 집에 들이고는 결국 엄마도 일을 하러 못 가게 했었다. 그렇게 나의 강력한 요구로 우리 가족이 된 반려견은 비록 나를 우리 집에서 자신보다 아래 서열로 인식했지만, 대학생 때까지 나의 친구이자 형제였다.

우리 집 강아지는 6살 무렵부터 고질적인 유전병으로 인해 한쪽 눈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고, 점차 다른 쪽의 시력까지 잃게 되어 이후 5년 정도는 양쪽 눈이 다 보이지 않은 채로 지냈다. 그렇다 보니 산책을 할 수 없는 상태가 길었는데, 그래서인지 산책하는 강아지들을 보다 보면 우리 강아지 생각이 밀려오곤 한다. 아픈데 없이 이렇게 좋아하는 산책을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우리 집 털복숭이


아기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불리는 이름인 태명 중에서 단연 인기가 많은 것을 꼽자면 '튼튼이'가 빠질 수 없다. 아이가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는 태명이다. 이렇게 건강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이 어디에서부터 틀어져서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과 1인당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을까. 물론 부모가 아이를 위하는 마음에, 할 수 있는 한 교육을 시키고자 하는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것 또한 사랑의 다른 모습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아이들의 성적보다 심리적, 신체적 건강을 먼저 챙기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나에게는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가 있다. 전공을 아예 다른 분야로 했지만 여전히 연락하고 주기적으로 만나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이다. 내가 '이 친구를 정말 좋아하는구나'라고 느꼈던 순간은 그 친구가 하는 일이 잘 안 풀리다가 고생 끝에 좋은 결과가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진심으로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기쁜 마음이 솟아났을 때였다. 나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보다 조금 더 좋아서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


산책 나온 강아지에서 시작해 '사랑'이라는 거대한 주제에 대해, 지금 내 안에 드는 이 생각 저 생각들을 두서없이 적어보았다.

콜드(Colde)의 노래 'Your Dog Loves You'라는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너와 걸을 때면 난 내가 사랑하는 걸 느껴 너와 발을 맞출 때 이렇게 기분 좋은 걸'. 이렇게 함께 걸어갈 때 기분 좋은 관계,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보며 행복한 기분이 드는 것이야말로 사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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